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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It's only Rock'n'Roll(But I like it)-롤링 스톤즈, 2006, 도쿄 돔

공연에 앞서

 Big Egg로 불리는 도쿄돔 입구에서(물론, 이해 못하는)일본어 피켓을 든 커플이 있었다. 뒷면을 보고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는데 내용은 'I need free ticket please'였다. 티켓을 얻기 위해서 발푼을 파는 훌륭한 커플(Butt...보통 이러다 3~4개 삘 받을만한 거 놓치면 깨지게 마련. 그래서 돈이 최고여. 고추가루 부대 walrus) 아무튼 나는 볼 수 있었다. 드디어.

후지락 페스티발과 마찬가지로 공연장 앞에는 롤링스톤즈 튜어 티셔츠를 파는 곳에 길게 줄이 서 있었다. (물론, 다음 날 시부야에서 똑같은 티셔츠를 찾을 수 있었지만). 여기서 walrus는 사전 공약대로 Beatles 티셔츠를 입고 사진 박어주는 무례발칙한 쎈스를 보여줬다. 불행히도 선량한 모범 도쿄 시민들은 아무도 시비를 안 걸었지만 하긴 안 선량할 것 같은 태평양 건너온 아르헨티나, 브라질 동지들도 아무런 시비 안걸었다. 보통 walrus는 대충 이쯤되면-다시 말해서 웃기려 하다 재미없으면-, 깨갱하고 남들하는데도 따라한다. 제일 인기 좋은 도쿄돔을 상징하는 야구공 티셔츠를 산 후 모사이비 종교에서 하듯 순결선언 하듯이 롤링 티셔츠 입고 사진 박아줬다.  

공연장이 오픈되자 2시간을 기다려야 되는 것을 알면서도 쏜살같이 들어갔다. 행여나 내가 가진 표가 가짜가 아닐까 불안한 마음에서. 도쿄돔은 일본인의 편집증을 느낄 수 있는 깔끔한 현대식 구장이었다. 여기서도 역시 광고의 홍스. 펜스는 원래 광고없이 녹색 단색으로 쓰게되어 있는데 녹색은 유지하더라도 비슷한 노란색으로 멋대가리 없이라도 광고 문구가 떡칠이 되어 있었다. 조금의 틈만있으면 헤집고 광고를 들어대는 그들의 집요함. 짧은 반바지의 맥주판매소녀들이 눈에 안 띌 수 없었다. 동경 어디서도 찾기 힘든 예쁜 여자들이 여기 다 있는 듯 했다. 좌석을 확인하는 순간, 절망. 무대는 외야펜스 거의 바로 앞에 설치되어 있었고 다이아몬드 형이라는 야구장 특성 상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하지만, 그건 약과. 음량을 보강하기 위해 설치한 스피커 탑은 무대의 일부를 가로막고 있었고 더 정말 최악은 파울 타구로부터 관중을 보호하기 위한 그물망이 내 시야를 더럽히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최악은 아직 더 남아있다.)

경기장에는 요미우리를 빛낸 선수들과 더불어 도쿄돔에서 공연한 뮤지션들의 사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어느 뮤지션의 공연보다 흥미로운 사진은 더글라스 대 타이슨의 경기. 그 이전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폭발력으로 핵주먹이라 불리던 완벽한 복서 타이슨이 몰락한 시합이었다. Paul McCartney, David Bowie에서 Madonna, Jamiroquai까지. 아무나 못오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거기에는 Mick Jagger의 단독공연 사진과 더불어 당연히 Rolling Stones의 사진도 걸려있었다. 이들은 여기서만 1990년 이후 4번에 했는데 아마도 최다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실제로 5만이라는 것을 도심에서 모을 수 있는 공간은 동경이라 하더라도 결코 흔하지 않다. 롤링스톤즈 공연하는데 신주꾸 교통 통제하고 거리 공연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일본인의 롤링스톤즈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다. 거리 곳곳에서 혓바닥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와 상점이 있으며 가끔은 비틀즈 이상의 인기라는 생각이 든다. 경매 시장에서 floor쪽 왠만한 좌석은 50만원부터 시작했다. 플로어까지 5만명의 좌석은 오프팅 공연이 시작된 후 가득찼다. 정말 더럽게 비싼 우리 돈으로 15만원 정도하는 표값을 감안한다면 단 하루의 공연의 티켓 매출만 70~80억하고 부가상품의 매출까지 포함한다면 간단하게 100억이 넘어가는 장사다. 물론, 일본이 다소 극성스럽지만 그런 공연을 1년에 80회씩 한다. 적어도 공연에서만 수천억. 움직이는 거대기업이라는 상투적인 말이 딱이다. 실제로 롤링스톤즈의 튜어를 운영하기 위해서 수백명의 스페셜리스트가 투입된다.
 
관중들의 연령층도 다양했다. 30대를 중심으로(늙게 또는 만만하게 봤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만), 상당수의 노년층과 10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옆좌석은 예상을 깨고 혼자 온 인간들이 줄줄이 있었다. 특히 우측에는 틈만나면 영어교재를 꺼내 공부하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범생 아저씨였다. 그런 범생도 맛들이면 도서관 다 제끼고 보게 되는게 (이제는 데이트 장소로 전락하고는) 했지만) 롤링 스톤즈의 콘서트다.
 
7시쯤 오프닝 밴드의 공연을 위해 조명이 꺼지고 촬영금지를 위한 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었으나 50년 롤링 공연 경력에 맞먹은 walrus의 도찰 신공으로는 차라리 없는 것보다 낳았다. 아무튼 한류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Ugly Korean이 되기로 결정. 오프닝 밴드는 빌리 시언과 함께한 리치 코첸 밴드. 보통의 관례와 다르게 보다 하드한 밴드가 오프닝을 섰다. 빌리 시언은 그 숱한 베이시스트 중에서도 최고의 속주능력을 가졌고 Mr.Big의 마지막을 같이한 리치 코첸도 말이 필요없는 기량을 가졌다. 수준급의 블루지한 하드록 사운드를 들려주었지만 공연이 끝나고 돌이켜 보건데 강력한 조명발과 비주얼 없는 것을 제외하고도 왜소하게 느껴졌다. 왜?

공연의 시작


8시 10분을 넘겨 조명이 다시 어두워졌을 때 오늘의 주인공을 기다리는 관중들의 함성은 커졌다. 물론, 그 정도는 한국에서는 평균 이하겠지만 중앙의 초대형 스크린에 날개 처럼 달린 부분은 자체적으로 다양한 빛깔을 냄과 동시에 그 위에서도 관중들이 볼 수 있는 좌석이 되기도 했다. 또한 그 뒤쪽에서도 필요한 Visual을 형상화할 수 있는 컬러 전광판이 있었다. 대형스크린의 요란한 영상이 멈추자 오프닝 예상 유력 후보 중 하나인 바로 그 곡 'Start me up'의 기타 인트로가 나왔다. 공연을 처음부터 달렸다. 최근 앨범 A Bigger Bang은 상당히 스트레이트한 록 앨범인데 이런 앨범의 특성이 공연에도 묻어 났다.


사운드와 공연 진행도 달렸지만 멤버들도 달렸다. 넓은 메인 스테이지를 로니와 키스가 유연하게 교차하는 동안 믹 재거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뛰었다. 정말 뛰어다녔다. 양쪽으로 길게 뻡어있는 무대는 거의 100미터 가량되는데 곡 하나하나 사이에도 줄기차게 왔다갔다 했다. 노래 안부르고 뛰기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가끔 가속도 장난 아니게 붙이는데 이는 장거리와 단거리가 동시에 가능한 육상 선수의 움직임을 요구했다. 믹 재거는 매일 조깅이 거르지 않는다고 한다. 멤버들 모두 약간 마르긴 했지만 어떤 청춘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만큼 탄탄하게 단련된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단순한 전력 달리기는 아니었다. 빠르기만한 드리블러가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는 드리블러의 상대가 될 수 없듯이 뛰는 것도 그루브를 타면 뛴다. 모 음악잡지에서 그랬듯이 누구도 믹 재거처럼 뛰어다니며 노래는 못 부른다. 마구잡이로 부르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창법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움직일 때 거친 호흡을 노래를 통해 뿜어낼 수 있는 호흡법, 장기적으로 성대에 손상이 가지 않는 발성법, 그리고 곡에 따라 가성으로 큰 성량의 고음을 처리하는 방법 등. 보컬 트레이너가 가르치는 교과서적인 것과 다르지만 자신의 것을 충분한 연습과 노력으로 하나의 경지에 이른 목소리라고 봐야할 것 같다.


키스 리차드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교적인 연주를 선호하는 이는 키스 리차드가 최고의 기타리스트의 반열에 손꼽기를 꺼려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최고의 리프와 솔로들은 믹재거의 목소리 톤과 결합하여 온몸을 비틀어버리게 만드는 최상의 그루브감을 뽑아낸다. 다른 기타리스트들이 키스 리차드의 곡을 연주했을 때 키스만큼의 느낌이 날까? Never. 보다 샤프하거나 강력하고 예쁜 톤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절대 롤링스톤즈의 느낌이 아니다. 항상 활발히 움직이는 믹 재거와 달리 키스의 움직임은 절제되어 있고 그러기에 더욱 마초적이다. 특히 다리를 길게 벌린 채 거만하게 기타를 칠 때는 그 누구도 근접하기 힘든 포스를 발산한다. 또한 그가 보컬을 담당한 두곡 역시 밥딜런과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같은 맛을 느끼게 하는 노래 솜씨를 보여줬다. keith가 조폭 두목의 풍모를 지녔다면 Ronnie는 가만 있으면 조용한 것 같아도 은근히 건들거리는 '시다바리 건달'의 느낌이 있다. 마치 입만 열면 자기 무덤을 파는 Real Madrid와 Brazil의 요즘Ronnie처럼. Jeff Beck의 하드록 그룹 시절, 멤버 간 서로 불가능한 외모로 조직의 정체성을 숨기기도 했지만 Ronnie는 브라이언 존스와 믹테일러 처럼 곡의 사운드를 다채롭게 만든다. 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직에 적응을 하지 못했던 이전 멤버들과 달리 시다바리 건달의 생활 신조 자체가 롤링스톤즈의 남은 부분과 딱 궁합이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반면 찰리와츠는 상당히 불가사이한 인물이다. 롤링스톤즈의 멤버로는 느껴지지 않을만큼 너무나 조용하기 때문이다. 온갖 생쑈를 하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찰리 와츠가 보여주는 액션은 오른쪽 입술을 조금 비튼 채 슬 쪼개는 것이 전부다. 드럼이라는 포지션이 그렇다. 항상 울퉁불퉁한 그루브감을 뽑아내는 그들의 사운드에서 안정감있는 조용한 드러머의 존재감은 오히려 크다. 그 외 70년대 곡에 자주 등장하는 브라스를 지원하기 위한 4명, 그리고 세명의 코러스, 빌 와이먼의 자리를 대신한 흑인 베이스주자. 예상되던 바였지만 큰 체구의 흑인 언니는 Gimmer Shelter에서 폭발적인 성량으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달리던 공연 초반에서 하일라이트는 단연 Midnight Rambler였다. 믹재거의 하모니카와 블루지한 기타사운드가 곡의 막판으로 가면서 신들린듯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부분은 짧고 간결하지만 강력한 임팩트를 전달했다. Midnight Rambler가 담긴 Let it bleed는 그들의 사운드와 더불어 백인이 블루스를 하면서 낼 수 있는 최고의 사운드적 결과물이다.

공연의 후반부
인터미션없이 키스가 보컬을 담당한 두곡 이후 공연의 후반부가 진행되었다. 넓게 퍼져서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던 전반부와 달리 중앙에 모여 Miss you를 연주하는 동안 무대의 중심부가 통체로 춤추듯이 앞쪽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공연장 중앙을 관통하는 두 무대의 용도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계속 전진해서 내 자리에서도 선명히 보일 정도인 투수 마운드 지점까지 전진했고 여기서 타이트한 두곡을 연주했다. Limp Bizkit의 프레드 더스트처럼 경호원 동원하여 관중석 뒤로 뛰어들어가는 대신 무대 전체를 먼거리에 있는 관중석 쪽으로 옮겨버리는 방식의 팬서비스를 한 셈. 한편, 이런 방식의 스테이지 이동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Rolling Stones의 거대한 Stage와 풍성한 볼꺼리들은 Stadium Filler의 하나의 상징이 되버렸지만 이처럼 클럽과 같은 작은 스테이지에서 밴드로서의 응집된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은 라이브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증명하고자하는 시도일 수 있다. 최근 10여년간 그들 최고의 앨범으로 나는 Stripped를 꼽고 싶은데 소규모 클럽에서의 raw한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낸 앨범이기 때문이다.


Honky Tonk Woman을 연주하며 춤추듯이 메인스테이지로 복귀하는 순간, Rolling Stones의 상징인 대형 혓바닥이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독버섯 같은 광채;;를 발산하며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B stage 에 조명이 가는 사이에 빠르게 설치한 것 같다. 이것은 강력한 그들의 공연의 비주얼에서도 하나의 정점이었으며 이전 튜어에 늑대 ** 치기 쇼와 혓바닥 로데오 쇼에 이은 그들만의 걸쭉유쾌한 쇼타임이었다. 이제는 초강력 골든히트송의 메들리 차례였다. Sympathy For The Devil, Jumping Jack Flash, Brown Sugar 앵콜 곡으로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 Satisfaction까지. 그들의 사운드는 이런 것이다 할만한 곡으로 쭉 달궈주기 시작했다. 롤링 스톤즈의 공연의 레파토리는 매번 바뀌고 심지어 이틀전 공연의 셋리스트와 비교해도 크게 달랐지만 언제나 절묘한 배치를 보여준다. 뛰어주고, 달려주고, 분위기 잡다가 비주얼로 분위기 전환하고 다시 한번 달려주는.

공연의 끝자락


 

공연의 마지막은 그들이 거대해지기 시작한 satisfaction이었다. 이제까지 어떤 곡보다 육중한 기타 리프가 뿜어져 나왔고 믹재거는 무대의 끝과 끝을 전력질주 했다. 공연이 끝나고 세션까지 포함한 전체 밴드와 롤링스톤즈 4명이 어깨 동무한 채 인사를 했고 맨 마지막은 믹재거 특유의 다리 꼬으며 정중한 듯 거만하게 인사를 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대형 스크린은 거대한 비주얼은 선사했는데 특히 뮤지션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드라마틱하게 뽑아내는 카메라웍은 독보적이었다. 비틀즈의 Anthology DVD에 대한 응답인 4장 짜리 라이브 DVD Four Flicks가 가능한 이유는 그들의 튜어에 늘 동행하는 최고 quality의 촬영팀의 역량에 기인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대한 비주얼과 활기찬 공연에도 큰 오점이 있었으니 거액의 티켓 값이 무색한 사운드 quality였다. floor쪽은 훨씬 낳을 것 같았지만 적어도 내가 있었던 홈베이스 뒤쪽 관중석의 사운드는 아니올씨다였다. 고음부의 샤프한 느낌은 고스란히 뭉게졌고 파트별로 제대로 안들리는 소리도 많았다. 롤링스톤즈 팬사이트에서 확인해보니 나만 그렇게 느낀 것 같지 않았다. 22일 공연과 24일 공연을 동시에 본 팬은 24일 사운드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며 사운드 엔지니어가 졸았느니 하며 비아냥거렸다. 실제로 22일에 비해 10여분 이상 지체되었는데 왠지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사운드와 좌석에 대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live한 live band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다. 이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공연을 보게한 원동력;;이었지만 정작 그들이 보여준 정력적인 스테이지는 적어도 20년은 문제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록앤롤은 건강에 좋다.


 

The set list

  1. Start Me Up
  2. It's Only Rock'n Roll
  3. Oh No Not You Again
  4. Bitch
  5. Tumbling Dice
  6. Worried About You
  7. Ain't Too Proud To Beg
  8. Midnight Rambler
  9. Gimme Shelter
    --- Introductions
  10. This Place Is Empty (Keith)
  11. Happy (Keith)
  12. Miss You (to B-stage)
  13. Rough Justice
  14. You Got Me Rocking
  15. Honky Tonk Women (to main stage)
  16. Sympathy For The Devil
  17. Jumping Jack Flash
  18. Brown Sugar
  19.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 (encore)
  20. Satisfaction (encore)

잡다구리 생각들

 

Rock & Roll의 필요조건은? 음악을 듣다보면 드는 생각 중 하나. Rock 음악과 Rock'n'Roll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뭐 답은 만드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마음이겠지만 차이가 있다면 Rock음악에는 Rock은 있지만 Roll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적어도 Rock'n'Roll이 주류에 진입한 이후부터 Rock음악 자체를 논한다는 것이 성립되는 것이다. 아무리 다르게 보더라도 Rock'n'Roll 특히 55년 빌헤일리의 Rock around the clock이후 Rock'n'Roll이 없다면 Rock이든 헤비메틀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금 다른 질문으로 Rock과 Pop의 차이는 무엇일까? Standard pop을 엘비스는 완전히 새로 정의했다. 미디어의 시기인 20세기에 상당히 대중적이었던 Swing도 있었고 프랭크 시나트라와 같은 스탠다드한 팝뮤지션도 있었지만 TV와 LP등의 미디어를 가장 적극 활용하며 폭발성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은 50년대 록앤롤이었다. 록앤롤은 그 이전에 나온 어떤 음악보다도 Popular한 음악이었으며 진짜 Pop음악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대중음악의 엔트로피가 커짐에 따라 반항적인 10대와 철이 덜든 20대는 자기만의 Society를 원했다. 개나 소나 좋아하는 것 말고 자기 만의 것이라 싶은. 롤링스톤즈는 그 이전부터 마이너였다. 비틀즈가 70%를 위한 음악이었다면 롤링스톤즈는 남은 30%를 위한 음악이었다. Led Zeppelin과 Pink Floyd가 minor를 타겟으로한 강력한 사운드와 심오한 사운드로 성공할 때도 역시 롤링스톤즈는 여전했다. 호황과 발전의 시대가 지나가면서 그들이 일자리로 돌아가고 main stream으로 복귀를 요구받고 그것을 거부하지 못할 때, 포스트베이비붐 세대의 방식은 가끔씩은 향수를 찾는 것이었다. 여전히 롤링스톤즈는 거기 있었다.


그러면, 한국에서 록음악이 비주류인 것은? 빡통을 선두로한 꼰대들은 자기들이 해독불가능한 반사회적 코드는 용납할 수 없었다. 여기서 선택은 확실히 음지로 숨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록앤롤 속에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Pop적인 코드가 사라져버리고 로커들은 속세를 떠난 도인인양 행세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의 록음악 속에는 Roll이 없다. 단단하게 사운드 구축되어있고 매끈하게 다듬어지는 사운드는 후벼 파는 느낌은 있지만 돌맹이가 울퉁불퉁한 바닥을 굴러다니면서 뿜어내는 그루브의 힘은 뽑아내지 못한다. Rock은 백인도 쉽게 베끼지만 Roll은 독특한 제어력을 필요로 한다.


롤링스톤즈의 노래, Tumbling Dice에서 Roll이 줄기차게 나온다. Rock의 단단함과 달리 Roll의 독특한 느낌은 흑인의 느낌이기도 하다. 롤링스톤즈의 가사를 보면 집요하게 반복하는 가사가 많다. 이 역시 흑인 음악, 블루스에서 차용한 것이다. 가사와 악보상의 음표는 반복되는 것 같지만 실제 음반 상에서도 디테일한 느낌은 계속 바뀐다. 실제 라이브에서도 그렇다. I can't get no satisfaction이 곡에서는 계속 반복되지만 실제로 똑같은 I can't get no satisfaction은 없다. Angie도 마찬가지다. 집요하게 Angie를 반복하지만 매번 다 다르다. 믹재거의 보컬은 어둡고 음탕하며 욕구불만적이고 자기 파괴적이다. 믹재거의 발성 자체는 키스리차드가 믹재거의 콤비로 달라붇는 기타사운드를 뽑아낸다면 또 다른 기타리스트는 항상 기타 자체와 블루스라는 옵션의 대가들이었다. 브라이언 존슨이 그랬고 믹테일러가 그렇고 로니 우드가 그렇다. 롤링스톤즈는 의심의 여지없는 록앤롤 밴드였던 머지비트와 다르게 Rhythm&Blues Band로 분류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롤링스톤즈는 흑인의 음악 블루스를 베끼는데서 시작했던 밴드였다. 심지어 발성과 발음 마저도 베끼려고 했다. 믹재거가 흑인이 아니기에 그들과 같이해서는 그들처럼 될 수 없었고 결국 흑인과 같은 듯 해도 전혀 다른 창법을 개발했다.  믹재거의 보컬은 흑인 보컬과 공통점이 많지만 반면 믹재거의 창법은 흑인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 골반의 무브먼트에서 뿜어져나오는 흑인음악과 비슷한 듯 하나 믹재거의 사지를 비비꼬우는 몸놀임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이 독창적?이다. 뮤지션에게 뿌리는 중요하며 그런 뿌리를 제대로 찾고 그것에 대해 애정을 가질 때 새로운 것의 창조도 가능해진다. 정말 애정을 같는다면 형식적인 면을 베끼기 보다는 그들의 음악속에 숨겨진 정서적 교집합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롤링 스톤즈가 확고히 자리를 굳힌 Satisfaction은 결국 흑인들도 엄지를 내밀만한 좋은 완성도의 곡이었으면 흑인 보컬의 별중의 별, Aretha Franklin은 Satisfaction을 자신의 공연에서 부르기도 했다.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록앤롤은 블루스에서 시작했다는데 우리가 느끼는 록앤롤 속에 블루스는 어디 있나?


롤링스톤즈는 그들의 블루스에 대한 단단한 뿌리만큼 그들은 순수한 Rock'n'Roll밴드로 남았다. Pop이 되기를 거부하지도 않았고(Some Girls) 그렇다고 Rock의 활기를 포기하지도 않았다. (Bridge to the Babylon에서 베이비페이스 물먹인 것을 생각해보면 속이 후련하다) 정말 다행인 것은 여전히 그들이 철이 들기는 먼 것 같다. 남들이 다 휘청거릴 때 여전히 짭짤한 돈벌이를 하고 있기도 하다. 비틀즈처럼 All you need is love를 외치지도 않았고 우드스탁이나 live8에 덩달아 다 모일 때도 뒤에서 비아냥거렸다. 마초적이었지만 보위와 재미로 잠자리 함 해보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흑인음악을 좋아했지만 마냥 아첨을 하지도 않았다. 이것이 록앤롤이다. 골목에서 공부 드럽게 못하던 인간들-믹재거의 예상외로 높은 교육수준은 아이러니긴 하지만-이 꼰대들 질끈질끈 씹어대며 허장성세를 부리는 것. 록앤롤의 화석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시상화석이다. 록앤롤이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그리고 각종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밖에 없던 환경을 보여준다. 대중음악의 스타일이 정해져버리고 인스턴트 설렁탕처럼 찍어내버릴 수 있는 환경이 도래했지만 직직거리는 라디오로 블루스 밴드를 듣고 시골에서 삥뜯던 양아치들의 삘링의 내부 Architecture는 copy가 안된다.


p.s. 롤링 스톤즈의 한국 공연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 Rolling Stones는 마이너에 가깝다. 중국에서 비교적 단촐한 8500석 규모의 공연을 하는 것은 어쩌면 중국이라는 나라의 상징성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일본에서의 무대 사이즈를 보며 한국에 그런 거대한 튜어팀이 오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느껴졌다.

Warmup band : 7:00pm - 7:25pm Rolling Stones : 8:10pm -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