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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유로 2008 8강전 - 포르투갈 vs 독일

지지 않는 법을 아는 팀이 이겼다. 하지만, 독일은 걸어잠그기와 상대방의 강점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닌 자신의 장점을 통해 이겼다. 결과적으로는 작지만 강한 미드필더가 효율적인 드리블과 숏패스로 크고 강한 독일의 중원을 뚫고들어가지 못했다. 호날두와 데쿠는 여전했지만 독일은 전반 비교적 빠른 시간에 선취골, 두번째골을 성공시켰고 이후 독일의 중원은 보다 두껍게 느껴졌다. 포르투갈의 시싱와는 수시로 오버래핑을 했고 중원의 많은 재능있는 자원들은 중거리슛, 긴패스, 크로스를 통한 헤딩이라는 오히려 독일에 가까운 방식으로 공격에 나섰고 남미와 유럽의 장점을 충분히 접목한 이들이라 강한 독일의 수비진을 상대로 결국 두차례 득점에 성공했다. 그런데, 역시 효율성의 측면에 있어서는 독일이 한 수 위였다. 피지컬적인 면에서 위치적인 여유를 가지고 플레이할 수 있었다는 것도 장점이고 상대 골키퍼와 수비진의 위치선정의 문제도 확실히 있었다. 포르투갈은 득점 장면 외에도 크로스에 이은 득점 기회가 있었으나 침착하게 마무리 짓지 못했다.

1) 독일의 선취골
2:1을 원톱, 공격형 미드필더가 차례로 주고 받으며 측면 2nd공격수가 우측 4명의 상대수비를 벗겨내고 크로스 위치까지 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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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시 독일의 원톱과 공격형 미드필더는 좌측면에 남아 있지만 우측 윙어인 슈바인슈타이거가 골키퍼 보호구역 안까지 접근해들어가서 골을 성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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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비슷한 위치의 셋피스에 의한 독일의 두번째세번째골과 측면 크로스에 의한 포르투갈골은 크로스와 헤딩이라는 유럽 축구의 전형을 보여준다면 양팀의 첫번째골은 이번 유로 2008의 경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골이다. 중앙선 부근에서 포돌스키가 공을 소유한 후 클로제, 발락과 원터치 2:1로 측면의 공간을 빠르게 침투하고 우측 미드필더에서 중앙으로 기습적으로 파고든 슈바인슈타이거에 이르는 간결정확한 속도감은 실로 대단했다. 중앙선에서 상대골리 코앞에서 막을 수 없는 골로 이어지기까지의 시간은 불과 7,8초였다. 포르투갈의 골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망의 중앙돌파에 이은 패스 호날도의 슛과 누노 고메즈의 리바운드까지 정신없이 진행되었다. 두골 모두 공을 가지고 상대 수비를 벗겨 낸 것이 아니라 공을 받기 전의 움직임으로 상대에게 치명적인 위치까지 도달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포르투갈의 첫번째 골
시망이 독일의 중앙을 돌파할 당시 누노고메지는 반대편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이에 독일의 센터백은 좌측 공간으로 움직임과 시선이 향하고 있다. 또한, 호날두는 자신의 위치와 공의 위치를 상대방 센터백의 동일 시선에서 빠져나감으로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할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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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누노 고메즈의 움직임과 호날두의 처음 위치선정으로 인해 특별한 드리블 없이 슈팅 위치까지 돌파가 가능했다. 한편, 이 상황에서 누노 고메즈는 또 상대 수비가 공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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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가 돌파하여 슈팅을 시도하는 순간 크로스 및 리바운드에 적합한 위치로 누노 고메즈는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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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프링스의 빈자리가 아쉬웠고 후반 주도권을 내줄 당시 다소간의 아쉬움은 있었으나 분데스리가 최고 평점의 롤패스가 나름 중원에서 상대방의 자유도를 제한하는데에는 성공했다고 보인다. 더욱이 프링스의 페이스가 그다지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발락은 역시 화려함없이도 상대방에 가장 위협적인 선수라는 것을 그리고 호날도는 다소간의 부상에도 역시 최고의 공격수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독일에서 공격의 중심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자리를 못찾고 있는 포돌스키였다. 독일 특유의 파워와 볼키핑력과 공격전개력과 꾸준한 활동력은 포르투갈에 가장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MOM은 2어시스트 1골로 독일의 모든 득점에 관여한 슈바인슈타이거였다. 셋피스에서 동료의 머리에 정확히 배달한 택배맨으로서의 활약 뿐만 아니라 상대의 문앞에서 마무리까지 짓는 재능까지 선보였다. 공격전개를 부드럽게 만드는 포돌스키와 장신 군단에 정확히 볼은 전달한 정교함의 슈바인슈타이거의 활약은 토너먼트의 강자 독일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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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라리는 승부의 추가 기울 때 감정을 숨기지 못하지만 경기를 진 후 상대에게 엄지를 내밀줄 아는 미덕을 가졌다. 첼시를 맡게되면 퍼기 노망영감과 여우같은 베니테즈, 신사같지만 성격 잘 긁어놓는 벵교수와의 입심대결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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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방용 ...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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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쿠에게 아무말없이 시비걸듯이 어깨를 부딪히고 가는 호날두. 브라질 귀화선수에 대한 거부감은 잘 알려져있고 박지성과도 거의 동일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이눔아는 잘난 티를 낸다. 동시대 최고의 천재임에는 틀림없지만 호날두는 여전히 23살로 어리고 존경받는 팀의 리더가 되는 방법은 아직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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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이 싸우지만 끝나고나면 위로해주는 이들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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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지고 난 후. 감정적이지만 솔직한 점이 포르투갈인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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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에서 폼은 좋지 못했지만 오늘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슈바인슈타이거와 포돌스키. 그들이 있어 독일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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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와 조직을 우선시하는 독일인. 이들의 토너먼트에 강한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난 독일의 효율성을 좋아하지만 이날 더욱 돋보이던 것은 감독얼짱 뢰브보다 포르투갈의 스콜라리였다. 동시대 최고의 감독 중 하나임에 틀림없는 그였지만 그의 모습은 인간적이며 신사적이었다. 자신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방점을 찍을 상황을 놓쳤음에도 선수들을 위로하고 상대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미는 그의 모습은 충분히 멋있었다. 재능이 넘치는 브라질과 포르투갈을 최고의 팀으로 키운데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 결코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이 든다. 한편, 오스트리아와의 경기에 퇴장을 당한 뢰브는 유리벽 사이로 경기를 쳐다보는-파리,텍사스도 아닌데- 김기덕스러운 장면을 연출했고 특히 정사 장면보다 TV출연이 힘든 흡연 씬을 연출하기도 했다.

너무 빨리 만났다는 두팀간의 대결을 이긴 독일팀은 승리를 자축하는 방식이 네덜란드와는 달랐다. 가족과 아기를 먼저 찾는 이들과는 달리 동료들과 모여 자국팬들 앞에서 자축하는 것은 가깝지만 다른 두 나라의 차이를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