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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유로 2008 - 네덜란드 vs 러시아

한 명의 네덜란드 감독이 11명의 네덜란드 선수들을 패배시켰다.
러시아의 에이스 아르샤빈이 경기 후 멘트였다.

빅클럽에서의 성공적인 커리어가 없는 히딩크가 과연 최고의 감독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또, 빅클럽의 주요선수들이 많은 팀일 수록 국가대표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가능성있고 자신이 컨트롤 가능한 팀을 골라 잠재력을 최고로 끌어내고 행운을 포함한 좋은 결과를 뽑아내는 것 역시 감독의 가장 중요한 실력이라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반바스텐이 감독으로는 초짜에 불과함을 증명한 놀라운 승부사 기질로 기적을 만들어냈다. PSV아인트호벤으로 이끌어낸 두차례 좋은 성과와 네덜란드와 호주의 감독으로 만든 월드컵에서의 성과는 대단한 정도라면 2002년 한국과 지금 러시아 감독으로서의 성과는 확실히 '마법'의 영역에 있다.

예선전 완벽을 넘어 절대적 포스의 조국 네덜란드의 유일한 약점과 그것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히딩크는 너무나 잘 알 수 있었고 그걸 놓치지 않고 공략하여 완벽한 승리를 끌어냈다. 반면 반바스텐은 수비진에서 다소 문제점이 있었지만 이탈리아, 프랑스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끌어낸 스쿼드를 그대로 썼고 몇가지 경기 전 악재와 경기 중 잘못된 판단으로 완패했다. 커맨더 형 수비수인 조니 헤이팅아를 센터백으로 쓰지 않고 후반 다소 위험한 반칙을 이어가던 블라루즈의 교체용으로 썼는데 결국 블라루즈의 위험한 반칙은 워낙 몰리는 오른쪽 측면의 상황을 보여준 것 뿐이었다. 오히려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해주는 오른쪽 날개 덕 카이트를 후반 시작과 함게 뺀 것은 왼쪽 풀백의 수비부담을 증가 시켰고 고질적인 사타구니 부상이 악화된 로벤을 대신하여 마법을 기대하며 투입되었던 아펠라이를 대신 해서 빠진 중원의 앙헬라르의 공백은 데용 혼자 중원 싸움을 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상황으로 몰고 갔고 이는 결국 중원과 네덜란드의 오른쪽이 무너지며 선제골과 결승골을 실점하는 보다 중요한 빌미가 되었다. 셋피스에서 반니스텔루이 특유의 능력으로 연장까지 간 것은 오히려 더 굴욕적인 결과를 낳았다.

좋은 중원의 승부를 바탕으로 좋은 기회를 러시아가 더 많이 만들수 있었던 것이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이길 수 있었던 원인인데, 이는 제니트의 우에파컵 우승등에서 볼 수 있듯이 러시아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고 있었으며 짧은 휴식시간으로 체력적 열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간단히 깨버린 히딩크 식 피지컬 트레이닝의 마법에도 있다. 어쩌면 피지컬 이상으로 선수들의 잠재력에 믿음을 주는 마인드 컨트롤의 마법일 수도 있다. 러시아의 완벽한 경기력을 감안하더라도 가장 강한 수비진을 상대로 무지막지한 화력을 뽐낸 네덜란드의 저열한 경기 수준은 설명되지 않는다. 경기를 초반부터 잘 풀어갔을 때는 그들의 패싱게임과 속도전의 위력이 배가될 수 있지만 초반 경기를 못풀어나면 스스로 무너지는 네덜란드의 약점을 히딩크는 잘 알고 있었다. 후반 충분한 시간이 남았고 한골 차이에 불과함에도 공격 2선의 스네이더, 반페르시, 반더바르트가 돌아가면서 짜증을 내며 정교함을 일어가는 모습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럴 때는 로벤 식 원맨쇼가 약이 될 수 있지만 영감님이 조제해줄 약은 유통기한이 지난 듯 했다. 경기 내용이 저열해도 자기 식으로 풀어가는 독일이나 세리아식 막장 시합에 익숙한 이탈리아와 달리 네덜란드는 한번 페이스를 잃어버리면 자멸해버리는 약점을 가짐을 뼈아프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