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축구

유로 2008 네덜란드 vs 이탈리아

'이것이 바로 오렌지 군단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시합. 패싱게임에 의해 경기를 지배하고 빠르게 전진하여 지속적으로 기회를 만든다는 그들의 방법이 완벽한 성공을 거둔 시합이었다. 사실, 네덜란드가 전통적으로 지닌 문제점들도 충분히 드러난 시합이었다. 멍청한 옵사이드 트랩과 집중력 결여 그리고 수비진의 피지컬의 열세에 의해 적지 않은 기회를 상대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타전이었지만 서로에게는 최고의 골리 반데사르와 부폰이 엄청난 선방을 이어갔지만 확실히 더 많은 기회를 네덜란드는 얻었고 그래서 3:0이란 결과는 충분히 정당했다.

경기 시작전 네덜란드는 월드 챔프를 맞이하여 비기기도 쉽지 않으리라 보였다. 예선전과 평가전의 폼이 그다지 좋지 못했고 유일한 공격전술처럼 보였던 로벤과 반페르시의 개인전술은 이 두 선수의 부상으로 불가능해보였다. 물론, 후반전에 반페르시는 교체로 투입되었지만. 심지어 walrus군은 지금 네덜란드는 에릭손의 811을 능가할 019(사실은 910)을 써야할 판인데 1에 해당할 로벤이 없으니 무슨 수로 시합을 해라는 망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두명의 키플레이어가 빠진 상황은 평가전에서 선보인 4231을 우직하게 밀고나갈 기회가 되기도 했다. 윙포워드의 스피드와 개인전술에 의존하는 433에 비해 4231은 스위칭과 공간침투에 의한 패싱에 의한 팀전술과 팀스피드를 살리기에 적합한 전술이었다. 보다 헌신적인 덕카이트와 미드필더적인 성향의 반더바르트와 스네이더가 반니스텔루이의 2선에 서면서 패스타이밍으로 상대의 미드필더의 밸런스를 깨뜨리고 반니스텔루이가 상대 중앙 수비수의 조직을 깨며 수시로 찬스를 만들 수 있었다. 우려되었던 포백은 루카 토니의 피지컬과 후반 교체된 델피에로와 그로소의 움직에 상당히 고전했지만 반데사르의 눈부신 선방으로 무실점을 이어갈 수로 있었고 지오반니 반브롱크호스트의 공수에 걸친 활약은 가히 눈부셨다. 그리고 가장 우려되었던 부분이었던 중원의 제공권과 피지컬은 앙헬레르라는 장신 미드필더의 맹활약 속에 다소 노쇄한 밀란 미드필더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칸나바로의 아웃과 밀란 미드필더진의 부진 그리고 다소 불운했던 첫골이 이탈리아에는 악재였으나 사실 이 경기는 네덜란드가 워낙 잘한 경기였다. 골장면만 복기하더라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워낙 정신없이 밀어붙이다 들어간 첫골만큼이나 역습에 의한 두번째 세번째 골에서 보여준 매끄러운 조직력은 어느 수비진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고 빨랐다. 지오반니 반브롱크호스트라는 풀백의 빠른 전진과 드리블의 낭비없는 연결 그리고 덕카이트의 정확한 어시스트와 깔끔한 피니시는 수비가 막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주지를 않았다. 또한 반니스텔루이에게 선물된 두차례 단독 찬스 역시도 움직임을 살려주는 2선에서 침투되는 패스가 워낙 좋았다. 특히 전반 막판 반더바르트의 패스는 마테라치의 스피드를 탓하기에는 너무나 창의적이었다. 보이지 않는 공간을 보고 패스의 회전을 통해 움직이는 공격수와 골의 움직임이 마테라치의 다른 방향에 놓이도록 만든 패스의 quality는 아약스 유스출신의 탄탄한 볼터치에 대한 기본기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놀라운 공격전개능력은 강력한 상대를 맞이하여 다소 불리한 상황에서 유스 시절 다저진 숨겨진 재능들이 100% 이상 발휘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기 운영 역시 절묘했는데 2:0으로 앞서나가는 전반 막판부터 적절히 페이스를 조절한 것은 후반 상대의 파상공격에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결국 상대의 페이스가 떨어질 시점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었다.

불안불안 하지만 다이내믹하고 빠른 경기로 팬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바로 네덜란드 축구고 바로 네덜란드 축구의 진짜 매력을 거의 8년만에 맛본 시합이었다. 시합을 거듭할 수록 이탈리아는 그들만의 장기로 끝까지 갈 수도 있고 네덜란드는 땅을 치도록 머저리 같이 좌절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대회를 재밌게 만들 것은 충분히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20년전 최고의 선수였던 도나도니는 여전히 초간지.
뢰브는 뢰브대로 도나도니는 도나도니대로.
반바스텐은 음...선수때가 좋았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