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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2007/2008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첼시 FC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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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재, '중요한 승부는 항상 행운이 결정한다. 그런데, 강팀에는 항상 행운이 따른다.'
잉글랜드의 레전드 그리고 아마 이 경기도 해설했을 게리 리네커의 이 말처럼 철저히 행운이 승부를 갈랐고 그 행운은 전통적인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편이었다. 엄청난 폭우에 미끄러진 것이 경기를 결정지을 승부차기의 다섯번째 순간에 발생했다는 것 그리고 경기 중 한골을 이미 막아낸 바 있는 첼시의 상징 존테리가 그 불운의 주인공이었다는 것은 소설로 쓴다면 너무 가식적일 수 있다. 두번씩 골대를 맞춘 첼시의 불운도 골대의 불운으로 얘기하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보통 보면 좋은 리그를 보낸 팀이 결승전에서 수세에 몰리면서 우승을 차지하는 결과가 많은데 어쩌면 최상의 리그를 보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승 트로피를 가져갈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경기의 추는 확실히 첼시 쪽으로 기울었다. 폭우로 인한 경기의 내용은 경기 그 자체로 수준높고 재밌었다 말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확실히 드라마틱했다. 플레이 하나가 돌이키지 못할 토너먼트의 가장 중요한 경기는 이런 승부가 많다.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수준높은 경기보다 드라마틱한 경기가 남는다. 이 경기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남을 경기다. 두 차례 골대를 맞춘 것과 드록바의 퇴장, 러시안룰렛의 비운의 주인공이 올시즌 최고 크리스티앙 호날도에서 존테리로 바뀐 것 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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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극적인 드라마는 마지막 에필로그가 짙은 여운을 남긴다. 아넬카가 실축하는 순간, 모두들 반데사르로 뛰어들 때 혼자 기쁨을 자축하는 '튀는' 호날두-어떤 전문기자는 이를 통해 호날두 이적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최고이면서 최고의 자리에 가지 못한 발락, 폭우 속에서 쏟아지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던 존테리, 자신의 운명을 알면서도 존테리를 먼저 위로 했던 그란트 그리고 모두 우승의 기쁨을 만긱할 때 뻘쭘한 표정으로 테리를 찾아와 위로를 건내는 폴 스콜스.


세번째, 박지성에 대한 얘기. 00/01 시즌 정도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었고 박지성 때문에 다른 선수가 폄하되는 것도 싫었지만 박지성이 빠진데에 대해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늘 밀렸던 중원을 보강하기 위해 활동력 좋은 오웬 하그리브스를 넣는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고 결과적으로도 좋았다. 공격진에 세명도 운동성을 고려한다면 박지성은 충분히 좋은 카드였지만 문제는 루니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루니를 뺄 수는 없었고 박지성을 넣는다면 상대적으로 결정지을 선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운동성과 결정력이 있는 테베즈를 선발로 써야했다. 교체카드로 재미를 못봤던 박지성과 비교해 관록의 긱스와 결정적 마술을 보여줄 수 있는 나니라는 카드는 우위에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막판 박지성의 활약을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아무튼 공격진에 조커는 두명이면 충분했다. 이 카드는 다소 불운한 전반 막판 동점골에도 불구하고 전반 우위를 차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서는 꽤 괜찮은 카드였다. 그런데, 문제는 후반 특히 후반막판과 연장에 발생했다. 마이클 에시앙과 램파드, 발락이라는 강력한 첼시의 중원에 서서히 밀렸고 특히 코뼈가 부러진 스콜스의 페이스가 떨어지면서는 원사이드 경기에 가까웠다. 나니의 마법은 비슷하게라도 없었고 긱스는 위력적인 윙플레이도 스콜스의 대체용도 되지 못했다. 경기 내용상 확실히 박지성이 적합한 상황이었으나 벤치 멤버에도 그는 없었다. 물론, 긱스와 나니는 승부차기를 깔끔하게 성공시켰고 그것만으로도 최악은 아닐 수 있다. 승부차기의 경험이 많지 않은 박지성이 실축했을 최악의 시나리오도 이날 경기의 슬픈 시나리오를 생각한다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아무튼 결과는 이번 토너먼트를 통해 꾸준히 보여주었듯이 조심스럽게 경기를 가져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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