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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10)움브리아 재즈페스티벌, 브라이언윌슨-20170715, 페루자


 

 

움브리아 재즈 페스티벌과 페루자에서의 공간과 시간이 하나하나 끝내줬기 때문에 오히려 헤드라이너 공연에 실망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 다른 공연장과 공간이 워낙 아름다웠던 반면, 헤드라이너 공연은 그냥 운동장에 널찍 널찍 의자 깔고 뒤에 작은 관객석에 앉게 널널하게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사실 난 브라이언 윌슨이 없는 비치보이스 공연을 두차례 볼 때도 좋았고 브라이언 윌슨이 없는 비치보이스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컬 하모니와 여름 캘리포니아의 로큰롤은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음악이다. 교과서?에는 비치보이스의 단조로운 음악에 실증낸 브라이언 윌슨이 새로운 아트팝을 창조했다로 나오지만 보컬하모니와 중독성 만점의 비치보이스의 여름 사운드는 브라이언 윌슨의 작업에도 하나의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공연이 시작되자 브라이언 윌슨은 로큰롤 타임 하면서 달려주셨다. 펫사운즈 앨범을 연주할 때도 비트로 주는 흥겨움은 멈추지 않았다. 사실 로큰롤 vs 아트팝으로 나눌 이유가 전혀없었다. 비치보이스와 브라이언 윌슨의 앨범은 예술적으로 단단하면서 미치도록 흥겨운 음악이기 때문이다.

단 하나, 브라이언 윌슨의 목소리는 사실 상 거의 나오지 않았다. 노래가 아니라 읽는 수준. 자신도 노 보컬 온리 인스트루먼트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망가진 목소리에 실망하는 목소리. 그게 아쉬울 뻔도 했는데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이미 다른 보컬에게 분산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비치보이스와 비교해서 없을꺼라 생각했던 보컬 하모니도 10명 전후한 밴드에서 8명 가량이 보컬에 참여하며 잘 조율된 보컬 하모니를 들려주었다.

사실, 이 경우 싸구려 카피밴드의 추억팔이가 될 수 있었지만 10명이 연주하고 비슷하게 보컬하모니를 내는 이 밴드는 굉장히 잘 조율되어 있었고 사운드와 보컬, 그루브까지 놓치는데가 없는 아주 훌륭한 경험이었다. 브라이언 윌슨의 목소리가 날 때 빼고는. 좌석제 공연이었지만 옆쪽으로 나가서 춤을 추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펫사운즈 앨범이 끝난 순간 또 다시 본격 로큰롤 타임이 될 때는 다들 무대 앞으로 돌진해서 미친듯이 춤을 추었다.

20세기의 최고 유산 아닐까. 며칠전에 훌륭한 공연을 한 수프얀 스티븐스에게 사과를 해야겠다. 충분히 훌륭했지만 20세기 최고 유산에 비할 정도로 아름답고 경이롭지는 않았다고. 끝나고 이탈리아 아저씨가 일본에서 왔냐고 자기 와이프가 일본인이라고 했다. 옆에 앉고 뽀뽀하고 그러던 아저씨 아줌마. 한국인이라니 나 한국도 좋아한다면서. 이런 싸구려 인삿말까지도 기분 나쁘지 않은 이탈리아와 이날의 공연이었다(물론, 전날 공연 때 개판운영 때는 퍼* 이탈리아라고 했지만)


Setlist
California Girls
Dance, Dance, Dance
Surfer Girl
Don't Worry Baby
Help Me, Rhonda
Darlin'
Wild Honey
Sail On, Sailor

Pet Sounds:
Wouldn't It Be Nice
You Still Believe in Me
That's Not Me
Don't Talk (Put Your Head on My Shoulder)
I'm Waiting for the Day
Let's Go Away for Awhile
Sloop John B
God Only Knows
I Know There's an Answer
Here Today
I Just Wasn't Made for These Times
Pet Sounds
Caroline, No

Encore:
Good Vibrations
Barbara Ann
Surfin' U.S.A.
Fun, Fun, Fun
Love and Mer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