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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밥딜런-20180727, 체조경기장


예측가능했다. 셋리스트는 바뀌질 않았고 후지락으로 몇달 갭이 있다해도. 원래도 마구 불렀지만 21세기 들어 더 막가는 밥딜런의 창법이 바뀔리도 없다. 원곡의 멜로디와 밥딜런의 노래는 아무 관계가 없고 가사를 읽는 것도 아닌 가사의 단어던지기. 그나마 다르리라 예상된 제일 유명해진 곡 중 하나인 첫곡은 읽는 것도 삑사리. 라이크 어 롤링스톤도 없고 블론드온블론드의 곡도 없는 지난 20년 중심의 셋리스트. 조명은 전통적 극장의 누르붉그스레한 조명톤을 유지했고 상당히 큰 체조경기장이지만 잘 보이기위한 스크린은 없었다.
하지만 밴드의 사운드는 역시 예측가능하게 독보적이었다. 보컬 때문에 실험적이라 예상되어도 정작 정해진 셋리스트로 다듬어진 사운드. 라스트왈츠에 나온 얘기처럼 미대륙의 중심에서 블루스, 재즈, 컨츄리등 모든 사운드가 모여 만들어진 사운드. 로큰롤. 가장 로큰롤에 충실한 사운드였고 거기서 백인 밴드의 미국록 사운드, 컨츄리록에 반발짝 다가선 사운드. 좀처럼 듣기힘든 스틸기타 사운드까지. 밥딜런의 씨로 시작된 버즈나 밥딜런이 지상최고의 밴드라 자랑했던 더 밴드의 사운드. 밥딜런은 첫 몇곡만 빼면 피아노만 쳤고 나머지 기타 밴드가 두텁지만 부드럽고 일렉밴드지만 어쿠스틱한 촉감도 있는 사운드. 덕택에 공연 후반 Thunder on the mountain 이후 이어지는 곡들의 쾌감은 상당했고 지겨울 법한 블로잉인더윈드도 재밌었다. 그리고 Ballad of thin man의 친숙한 리프가 선명하게 찍힐 때 공연의 쾌감은 정점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물론 보컬이 통상적인 개념으로 훌륭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은 계속 들지만.
밥딜런이란 아티스트의 정체성은 자기부정. 가사가 중요하다하면 가사를 더 들리지 않게하고 저항가수와 포크라는 자기를 유명하게만든 음악적 특성과는 아주 멀어졌다. 상투적인 앵콜에서의 통기타 솔로도 없었고 심지어 전체적인 사운도도 포크록의 그것과도 다소 달랐다. 그렇다고 즉흥적이고 실험적인 것과도 거리를 둔게 밴드의 사운드와 편곡은 정제되어 있었다. 유일하게 남은 부정할 수 없는 단 하나는 로큰롤. 그럼에도 보컬로 로큰롤의 그루브와 속도감을 실험적으로 느끼게하는 또 하나의 자기 부정. 자기 부정으로 아임낫데어하고 싶었겠지만 밥딜런이란 술처먹고 고기국수먹고 나온 내일모래 팔순 영감쟁이는 거기 있었다.

p.s. 노래 못부르는 이런 공연에 벌써 이만큼 궁시렁거리고 있다. 일단 유명해진 후 상대가 계속 까든 찬양하든 떠들게 만드는 이게 밥딜런의 진짜 능력일지도.


setlist
All along the watchtower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Highway 61 Revisited 
Simple Twist of Fate 
Duquesne Whistle 
Honest With Me 
Tryin' to Get to Heaven 
Pay in Blood 
Make You Feel My Love 
Tangled Up in Blue 
Early Roman Kings 
Desolation Row 
Love Sick 
Autumn Leaves (Yves Montand cover) 
Thunder on the Mountain 
Soon After Midnight 
Gotta Serve Somebody 

Encore:
Blowin' in the Wind 
Ballad of a Thin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