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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엘튼존-20121127, 체조




















지난 엘튼존 공연은 처참했다. 엘튼존의 피아노는 유려했지만 잠실주경기장의 산만함 속에 감상도 아니면 같이 놀 여지도 전혀없는 쓰레기 같은 공연이었다. 공연 DVD가 꽤 멋있었기에 실망 그 자체였다. 공연의 셋리스트는 매번 차이가 없었고 엘튼존에 오늘 5시경 헬기로 도착한 것을 알았기에 뭔가 공무원스러운 공연이 연상되면서 미리 실망하기 시작했다.


실망이 기대로 바뀐 것은 거의 정시에 시작한 2첼로의 오프닝. 록의 명곡을 리듬과 리드를 나누어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2첼로는 충분히 흥미로웠고 Nirvana에 이어 드럼의 도움을 받은 AC/DC의 Highway 2 Hell 때는 꽤 강력했다. 특히, AC/DC의 액션을 흉내내고 엘튼존의 기타리스트 데비 존스턴이 더해지면서 공연을 엘튼존의 첫곡 'The Bitch is Back'으로 매끈하게 이어졌다. Bennie로 이어지는 록킹한 스테이지. 드럼&퍼커션으로 두대의 두텁고 정교한 리듬에 신쓰와 피아노의 조합 그리고 샤프하게 곡의 맛을 매번 살려주는 데비 존스톤의  기타는 화룡점정이었다. 4인조 흑인 여성 코러스의 위력도 상당했다. 그다지 넓지 않은 엘튼존의 음역을 화려하게 감싸며 윤기를 더했다. 탬버린 2개만으로도 독특한 그루브를 만드는 밴드 멤버들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클래스가 달랐다. 69년과 71년부터 엘튼존과 같이한 나이젤 올슨과 데비 존스톤이라는 밴드의 핵심은 대체 불가능한 전력이었다. 복잡한 것 같지도 강력한 것도 같지 않지만 여유로운 나이젤 올슨의 플레이는 가장 적절한 곡의 중심을 잡아줬고 데비 존스톤은 더블넥 기타의 슬라이드면 슬라이드, 벤조면 벤조, 우크렐레면 우크렐레, 샤프한 피킹이면 피킹 각 곡의 에지를 정말 눈부시게 표현했다. 평생을 함께하는 록앤롤 밴드란. 엘튼존의 사운드는 록앤롤에서 시작하지만 글리터하기도 하고 상당부분은 프로그레시브한 수준으로 순간순간 뻗어나가며 그 와중에서도 중구난방난해하게 가는 것이 아니라 팝센스를 살려낸다. 엘튼존이 천재이고 특별한 이유.


엘튼존은 공연 내내 최고의 앨범 중 하나인 71년작 Madman across the Water가 세겨진 외투를 입고 연주했다. 생강머리에 장난기 가능한 얼굴. 난 이날 엘튼존에게서 LA의 작은 클럽 트루바도루에서 클럽사람들을 미치게 했던 총기어린 게이 싱어송라이터를 기대했다. 아니면 이날 공연 후, 다저스타디엄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피아노 위를 나르는 그때의 엘튼존을 기대했다. 그런데,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엘튼존의 보컬톤은 그 때와 너무나 달라져 있다. 너무나 무겁고 딱딱해진 엘튼존의 보컬은 초창기 곡의 가볍고 나른한 청춘의 목소리를 재현할 수 없었다. Tiny Dancer의 전주가 흐를 때, 난 눈물을 펑펑 흘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보컬이 너무 달랐다. 실망스럽지만 어차피 뮤지션은 지금의 음악을 공연해서 하는 것. 그래서 레온 러셀과 최근의 작업도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영국 록커들은 자유를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바이런과 휘그의 전통에 기반한다. 반항적인 워킹 클래스지만 문학적인 멋이 있는. 그런데 엘튼존은 유치할 정도로 화려한 왕정과 토리의 정서를 또한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귀족적인 뭔가와 연결되면서 그만의 독특한 느낌이 있는게 아닐지. 커다란 안경에 시인같은 감정의 초기와 달리 그의 성악 코스프레 같은 보컬톤을 지닌 후반기의 모습은 후자가 강조된게 아닐까. 같은 초창기 곡이라도 Honky Cat은 연주에서의 유머와 더불어 나름 괜찮게 해석되었고 피아노 반주로만 진행한 Nikita나 Don't Let the Sun Go Down on Me는 충분히 훌륭했다. 


Rocket Man의 스페이스록적인 사운드와 Funeral for a Friend/Love Lies Bleeding의 가장 진보적인 사운드는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기에 충분했으며 공연의 하일라이트에서 Crocodile Rock, Saturday Night's Alight for Fighting에 청중들은 무대 앞으로 달려나와 가장 뜨거운 순간을 연출했다. 이날 엘튼존은 나름 꽃혔고 앵콜전 판을 들고 온 분들에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성의를 보여줬다. 역시 판이 필요하다. MP3에 사인을 받을 수는 없자나. 그리고 여러분들을 위한 노래라며 엘튼 존 최고의 노래, Your Song을 연주했다. Circle of Life를 끝내고 공연은 깔끔하게 끝났지만 최고의 멜로디를 만든 팝천재의 위대함을 느끼기에는 손색이 없는 공연이었다.


Band Member

Elton John – lead vocals, piano

Nigel Olsson – drums, vocals

Davey Johnstone – guitar, musical director, vocals

John Mahon – percussion, vocals

Kim Bullard – keyboards

Matt Bissonette - bass

Ray Cooper – percussion

Tata Vega – lead backing vocals

Rose Stone – backing vocals

Lisa Stone – backing vocals

Jean Witherspoon – backing vocals 


Setlist

The Bitch Is Back/Bennie and the Jets/Grey Seal/Levon/Tiny Dancer/Believe/Mona Lisas and Mad Hatters/Philadelphia Freedom/Candle in the Wind/Goodbye Yellow Brick Road/Rocket Man (I Think It's Going to Be a Long, Long Time)/

Hey Ahab/I Guess That's Why They Call It the Blues/Funeral for a Friend/Love Lies Bleeding/Honky Cat/Sad Songs/

Daniel/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Nikita(Solo)/Don't Let the Sun Go Down on Me/I'm Still Standing/Crocodile Rock/

Satur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

Encore:Your Song/Circle of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