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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Outside Lands 2012, 1일차(2/2)-닐 영 앤 크레이지 호스(Neil Young and Crazy Horse)




















공연이 끝나고 주위를 둘러봤을 때 골든게이트파크에 모인 이들은 히피의 후예들처럼 보였다. 히피는 없고. 히피의 컨셉을 의상으로 소화하거나 히피를 동경하는 인텔리가 점잖게 늙은 할아버지들, 멋쟁이 할머니들, 개성강하지만 순한 청춘들 그리고 다소 막나가는 싸가지들 등등. 

푸파이터스에서 다소 간의 실망은 닐영이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좀처럼 내리지 않는 비의 효과일까. 소리는 상당히 좋아졌고 굉음이 골든게이트파크를 진동시켰다. 헤이헤이마이마이를 첫곡, A Day in the Life의 기타줄 뜯는 퍼포먼스를 보인 벨기에에서 이미 닐영이 어떤 뮤지션인가를 경험했기 때문에 놀랍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릴 수 밖에 없었다. 음반으로 들을 때 닐영은 하이톤 보컬의 컨추리 기반의 다소 심심한 뮤지션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공연을 보는 순간, 그는 신으로 느껴진다. 세상에서 혼자만 낼 수 있는 소리를 내며 그리고 그것이 강력한 뭔가를 전달한다. 달리 그런지의 대부가 아니다. 그런지를 했던 뮤지션들이 내고 싶은 소리지만 다들 이루지 못한 소리가 이게 아닐까. 굉음은 정형화되지는 않았지만 거칠고 강력하며 가슴을 때린다. 블루스를 중심으로하는 많은 기타리스트와 다른데 그러면서도 전통에서 충분한 자양분을 흡수하고 있다. 

이날 역시 첫곡 Love and Only Love부터 심상치 않았다. 강력한 기타사운드의 연주곡 위주로 진행되었으며 첫곡부터 20분에 근접했다. 닐영 & 크레이지호스는 기타2,드럼1,베이스1의 전형적 기타록 편성이었고 그만큼 강력한 기타록 사운드를 끝장나게 보여줬다. 크레이지 호스에서 2명은 무려 63년부터 닐영과 활동을 시작한 사이였고 한명 역시 75년부터. 연주의 순간순간에 깊은 신뢰와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닐영을 제외하면 늙은 듣보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 4명이 내는 사운드는 살벌했다. 밴드의 힘이었다. 닐영의 숱한 디스코그라피 상에서도 크레이지 호스와 함께한 Everybody Knows This Is Nowhere, After the Gold Rush, Tonight's the Night, Zuma, Rust Never Sleeps 등은 두말할 필요없는 록의 걸작이다. 많은 경우, 특히 전통이 중요한 미국록의 경우에는 좋은 연주를 하며 시너지를 낼 때 앨범도 최고의 결과를 내며 닐영과 크레이지 호스가 바로 그 예가 될 수 있다. 

닐 영과 크레이지 호스의 공연은 또한 미국록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시간이었다. 90년대와 지금의 모던해진 음악과 미국적 전통을 개성적으로 담아냈다. 강력하게. 캐나다 태생이더라도 닐 영은 현재 공연장 인근 베이에리어에 거주하고 있으며 크레이지 호스의 시작도 LA였다. 그리고 그들의 다음 사운드, 가사, 음악은 컨추리 위주로 시작했다가 블루스 중심의 60년대 음악씬의 주변부에서 시작했다가 독특한 사운드의 개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지금 가장 미국적 그리고 베이에리어 주변의 음악씬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바로 닐영과 그의 친구들, 크레이지 호스가 아닐까. 

두 시간의 공연 시간 동안 14곡 밖에 안할 정도로 기타연주에 충실했다. 혼자 돋보이는 솔로가 아닌 밴드로서 에너지와 감정에 충실한 연주였다. 이번 Outside Lands의 공연이 대체로 그랬다. 이것이 미국음악이라는 것처럼. 천둥과 같은 기타사운드는 닐영과 크레이지 호스를 신으로 보이게 했다. 닐영의 독특한 기타사운드와 특이한 외향과 포스 그리고 말을 타는 유목민의 그림과 인디언 조각상을 보면 그를 신이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들 고향에서의 공연과 마찬가지였고 그랬기에 여유가 있었고 우정과 신뢰 그리고 유머가 있었다. 닐영의 신과 같은 연주와 액션을 선보일 때 발끝으로 똥침을 찌르려는 기타리스트 폰초의 귀여움이란. 

장시간 연주 공연에도 초특급 히트곡?의 위력은 여전했다. 공연 중반, Everybody Knows This Is Nowhere의 강력한 곡 Cinnamon Girl의 리프가 주는 쾌감 그리고 공연공연의 끝자락에 헤이 헤이 마이 마이. 각 소절의 끝을 이어가는 3단음 기타는 록 역사상 최고의 비장미와 가공할 파괴력을 담고 있다. 이 곡은 어쩔 수 없이 커트를 연상하게 하는데, 이 곡을 공연에서 들으면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말 자살할만한 곡이라는 생각도 든다. 큰 감정적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곡의 괴력과 동시에 너무나 단순하지만 독창적이고 강력한 이 곡의 힘은 어쩌면 뮤지션들에게는 좌절할 수 밖에 없지 않을지.


setlist

Love and Only Love 

Powderfinger 

Born In Ontario 

Walk Like A Giant 

The Needle And The Damage Done 

Twisted Road 

Razor Love 

Cinnamon Girl 

Fuckin' Up 

Party Girl 

Ramada Inn 

Hey Hey, My My (Into the Black) 

Encore:

Mr. Soul 

(Buffalo Springfield song)

Roll Another Num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