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기타등등

에미넴-20120818, 잠실보조경기장










Eminem은 21세기 Elvis 였다. 디트로이트 출신의 백인 노동자는 흑인의 것에 관해 아무 편견없이 배웠고 단지 따라할 뿐이라 했지만 듣는 이에게는 흑인의 목소리를 따라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신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흑인의 힙합의 끈적하거나 과도한 헤비함 대신 간결하며 날카로운 독기를 더하고 여성 보컬의 풍성한 멜로디 라인에 록적인 사운드를 적당하게 더한 Eminem은 Elvis처럼 하나의 Evolution이었다. 엘비스처럼 멋들어지게 입지 않았고 이날도 8부바지에 운동화, 면티에 후드티만 걸치고 나올 뿐이었지만 모든 삐딱한 끼가 있는 아이들은 그를 따라하고 싶어했다. 노동자의 얼굴, 목소리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이다. 조금 매력적인 얼굴은 매력적인 음악을 뿜어내면 아주 아름답게 느껴지는데 에미넴이 그랬다. 엘비스가 멍청한 록앤롤 영화로 인기몰이를 했다면 에미넴은 걸작 8마일로 배우로서의 재능도 뽑냈다. 수많은 명연 중에 마지막 일자리로 복귀하는 에미넴의 뒷모습은 구스반산트도 연출하지 못한 명장면이었다.

이날 에미넴은 한국에서 21세기 엘비스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줬다. 결코 작지 않았던 보조경기장은 가득 찼으며 정말 따라하기 힘든 영어 랩임에도 반응은 한결 같았다. DJ Set과 크게 다르다보기는 힘들었지만 손으로 치는 드러밍에 보다 윤기있는 사운드를 더했고 전체적인 사운드는 안정적이었고  최근 앨범 Recovery까지 깔끔하게 힘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공연의 quality는 21세기 엘비스의 매력에 빠지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예상보다 많은 한국팬들과-몇일전 슈퍼소닉의 흥행참패를 생각한다면, 힙합은 여전히 흥행카드다- 그리고 예상대로 열정적인 한국팬들의 호흥은 에미넴도 만족스러워 했다.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하트자. eMinem과 Mika의 무대 매너를 똑같이 만들어버리는 항국팬들의 위엄. 더욱이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그의 스승 닥터 드레의 깜짝 지원 사격은 모두를 광분하게 했다.

한편, Eminem의 공연은 서두부터 Recovery를 내세웠다. 2005년 후, 그가 마약 치료를 위해 겪었던 회복의 시간. 그의 깡마른 얼굴을 보며 적지 않은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Elvis도 마찬가지였다(엘비스는 오히려 뚱뚱해졌지만). 록스타라는 짐은 많은 록스타에게 도피의 시간을 원하게한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왔을 때 그들은 보다 감성적으로 바뀌게 되고 안식을 원하지만 록스타로서 팬들의 사랑이 식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엘비스도 밥딜런도 레드제플린도 존레논도 그리고 마이클잭슨도 그랬다. 엘비스는 결국 극복 못했고 거기에 함몰되어 같고 밥딜런은 그 특유의 불가사의한 행동으로 피해나갔고 존레논은 극복한 것처럼 보였지만 뜻하지 않게 좌초했고 레드제플린과 마이클도 똑같이 좌초했지만 그렇지 않았어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미넴 역시 그랬다. 퍽맘, 퍽대드를 외치면서도 그가 그린 하트자를 보며 40살의 에미넴이 30살의 에미넴과 같을 수는 없었다는 느낀다. Without Me의 발랄하기까지한 자신감을 공연 중에는 볼 수 없었다. 그리고 Recovery를 통해 연착륙에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그의 사운드는 10년전 사운드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공연 중 에미넴의 히트곡은 좋았지만 새로움보다는 향수에 가까웠고 이는 Recovery의 곡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에미넴이 없던 지난 시간 보다 독하고 다양한 사운드가 나왔고(사실, 주도적 음악씬의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지지만), 반면 에미넴의 사운드는 다소 올드하게 느껴진다. 전통에 충실하다면 그런 올드함이 이질적으로 안느껴지지만 10년전 에미넴은 새로웠고 이 새로움은 시간이 지나면 올드하게 된다는 함정이 또 있다. 

밥딜런이 했던 것처럼 Recovery의 곡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또다른 evolution 이었다면 어떨까? Eminem과 달리 여전히 독하고 신선하게 느껴지며 코첼라를 지배한 Snoop Dogg이 개명을 하며 레게를 하는 것처럼. 내한공연으로는 좋았지만 복귀 공연으로는 성과보다는 숙제가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엘비스보다 밥딜런의 길을 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