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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라디오헤드-20120728









엘비스가 가장 보고 싶었다. 정말 좋아한 뮤지션은 아니더라도 쫄깃담백한 로큰롤 사운드를 공연으로 들었을 때 새로운 쾌감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톨게이트를 통과한지 4시간이 지나야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이날은 메인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 라디오헤드만 볼 수 있었다. 

라디오헤드가 내 취향은 아니고 최근 앨범은 정말 아니었지만 In Rainbows는 꽤 좋았다. 라디오헤드의 가장 좋아하는 앨범으로 고민할 정도. 적어도 라디오헤드 정도의 밴드라면 최근 앨범의 곡을 연주하는 것은 떠나 최신 앨범에서 지향한 음악적 성향이 공연에 투영된다. 록 비트나 기타 사운드로 밀어부치는 순간이 적지 않지만 라디오헤드는 이미 록에서 한참 멀어져 있었다. 라디오헤드의 야심은 전통적 장르보다 자신 만의 음악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라디오헤드는 록밴드라기보다는 프리재즈와 스티브 라이히 등의 현대 음악을 하는 뮤지션처럼 보이기도 한다. 록의 전통적인 백비트를 대신하는 보다 원초적인 비트를 타이트하게 가거나 나른하게 소외와 권태를 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헤드는 사람의 음악이라기 보다 외계인의 음악처럼 느껴진다. 톰요크라는 몸에 외계인이 신체강탈자로 들어와서 분열을 일으키는 것 같은. 예전의 곡을 연주할 때도 많은 경우, 보컬로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뭔가 새로운 꿍꿍이가 있는 처럼 보인다. 격자로 배열된 스크린의 이미지는 각 밴드 멤버의 공연 중 모습을 나열하지만 이 역시 공연을 잘 보여주기 보다 새로운 이미지와 의도를 전달한다. 

조니 그린우드가 창의적이면서도 철저하게 제어한 사운드는 수시로 인상적인 순간을 제공한다. 톰요크는 오징어 댄스와 짧은 농담을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적이라기 보다는 외계인의 느낌이 강하다. 잘해서이기도 하지만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늘 뭔가 소격된 느낌을 제공한다. 살이 맞닿는 것 같은 육체성이 결여되있는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맥락이 너무 커버린 라디오헤드의 현재 존재감 때무이기도 하다. 훌륭하고 잘 제단되어있고 창의적이지만 이 점 때문에 라디오헤드의 공연을 진심으로 좋아하기는 힘들었다. 음반은, 오히려 당시의 상황과 공명할 때가 있는데 공연장에선 아니다. 적어도 내겐. 엘비스의 공연을 못본게 너무 아쉽고 원망스러워졌다.


setlist

Lotus Flower 

Bloom 

15 Step 

Weird Fishes/Arpeggi 

Kid A 

Morning Mr. Magpie 

The Gloaming 

Separator 

Pyramid Song 

Nude 

Identikit 

I Might Be Wrong 

There There 

Karma Police 

Myxomatosis 

Feral 

Idioteque 


Encore:

Give Up the Ghost 

Exit Music (for a Film) 

Talk Show Host 

The National Anthem 

Planet Telex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Reckoner 


Encore 2:

Paranoid Andro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