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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아웃사이드랜즈 2013 1일차-폴 매카트니, 더 내셔널, 밴드 오브 호시즈




















작년에 이어 본의아니게 찾게된 아웃사이드 랜즈 라인업의 특징은 두번째 보는 뮤지션이 대부분이라는 것. 금요일 본 폴 매카트니, 내셔널, 밴드 오브 호시스는 물론, 토요일의 NIN, 피닉스, 예예예스, 그리즐리 비어 등. 게리 클락 주니어를 제외하고는 봐야겠다 찍어놓은 팀은 다 두번째. 각 팀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런지의 시애틀 출신이면서도 서던록을 하는 밴드인 밴드 오브 호시즈와 다크한 포스트 펑크를 하는 더 내셔널이 그랬다. 더 내셔널은 보컬 맷 버닝거가 끝없이 와인을 처마시면서 그 특유의 바리톤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레이트풀 데드의 밥위어가 작년에 이어 한곡 같이 연주했는데 튀는 솔로없이 조용히 힘을 더하는 큰 형의 모습을 보이고 내려갔다. 역시 여기에 꽃힌 맷 버닝거는 '아이씨 이게 꿈이냐 생시냐 정말 판타스틱한 샌프란시스코'라고 드립을 쳤고 끝끝내 삘 받아 관중들 사이로 내려갔다. 한편, 공연 시작 때는 느그들 우리보러 있는거 맞니 하며 폴 매카트니 때문이라는거 뻔히 알기도. 당연했다.

폴 매카트니를 찾은 이들은 정말 연령대가 다양했다. 오히려 10대, 20대가 많았다. 다시 말해서 폴 매카트니를 좋은 위치에서 보기 위해 최소 5,6시간을 서있을 10대, 20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비행기에서 내려 그렇게 서있은 난 과연 뭐하는 놈인가? 어떤 돼지같은 늙은 양키 너드가 가만 있는 나보고 너 밀면 나 가만 안있는다 지랄해서 존나 기분 상하긴 했고 결국 그 늙은 너드가 춤추는 아보고 퍼킹 어쩌고 지랄지랄 하던데 그거보고 난 늙어서 저렇게 되진 말아야지 싶기도. 나로서는 아주 드물게 오줌을 8시간 이상 참으면서 기다렸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내셔널과 밴드 오브 호시즈는 순식간에 잊혀졌다. 폴 매카트니의 정말 대단한 점은 모든 곡이 동요이기도 하면서 클래식이기도 하고 그리고 로큰롤이다. 공연 중 예스터데이나 더 롱앤 와인딩 로드같은 다소 전형적인 발라드는 그게 단데 워낙 또 잘만들어서 기억에 남을 뿐 최근 편성에서 폴의 밴드는 3시간 가까이를 전력질주한다. 예전에는 66,67년을 전후해서 로큰롤에서 아트팝으로 바뀌었다 생각했지만 공연을 보면 생각이 바뀌었다. 폴은 처음부터 끝까지 로큰롤을 했고 그 로큰롤이 동요가 되기도 클래식이 되기도 하는 것이 폴의 음악이다. 그만큼 다양한 레이어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이 폴 매카트니고 그리고 그런 음악은 폴 밖에는 하지 모했다. 어차피 그냥 로큰롤은 스톤즈가 하고 있으니.

그리고 한가지 사람들이 과소 평가하는 것이 폴 매카트니의 연주력. 공연 중에 그냥 노래만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고 리듬 기타, 베이스, 피아노, 멜라트론 등을 연주하면서 곡의 중심이 된다. 육중한 드러머와 로킹한 기타리스트는 곡의 날개를 다는데 이번에도 전체적인 공연은 상당히 록킹했으며 공연 시작과 함께 40분은 전력질주 모드로 세상에서 가장 록킹한 밴드처럼 보였다. 정말 칼같이 곡의 쾌락을 극대화시켰는데 가장 쇼킹한 것은 러스티 앤더슨이 8시간 오줌 참은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며 2초 솔로로 싸게 만드는 것이었다. 폴처럼 곡이 워낙 좋으면 긴 솔로는 곡의 흥을 방해하는데 딱 2초안에서 곡의 맛을 살려냈다. 지미 헨드릭스의 기억을 언급하는 농담이 농담같지만은 않았다.

이날 공연의 또 하나의 재미는 셋리스트. 코첼라 이후 비슷한 셋리스트로 가져갔는데 이번에는 꽤 많이 바꿨는데 다수는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헌사. 어쿠스틱하지만 리드미컬한 포크록에서 싸이키델릭한 시기까지를 회상하면서 샌프란시스코를 직접 언급했다. 앵콜 때 미국, 영국, 캘리포니아기를 들고 나온 것은 그에게 영감을 준 미국과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저번에 못들었고 꼭듣고 싶었던 레이디 마돈나는 했다. 사실 조금 지겨운 A Day In The Life/Give Peace A Chance는 오히려 잘 빠진 것 같고.

폴은 조지, 존, 이전의 아내에 관한 곡을 이에도 연주했다. 자신과 관계된 이들을 직접 언급하는건 가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이게 진심일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음악의 힘으로 그런 생각 자체가 불가능하다. 폴의 능력은 그런 개인적인 감정을 대중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진심과 포장된 감정의 갭을 없앨 수 있다는 점. 그것 자체가 팝이었다. 관객석에 플래카드를 준비한 두 어린 여성을 무대로 올렸고 그녀들의 팔뚝에 글을 세길 때 그녀들은 울었다. 70살에 여심을 울리는 남자가 바로 폴이다.


setlist

Eight Days a Week 

Junior's Farm 

Magical Mystery Tour 

Listen to What the Man Said 

Let Me Roll It 

Paperback Writer 

My Valentine 

Nineteen Hundred and Eighty-Five 

The Long and Winding Road 

Maybe I'm Amazed 

I've Just Seen a Face 

San Francisco Bay Blues 

We Can Work It Out 

Another Day 

And I Love Her 

Blackbird 

Here Today 

Your Mother Should Know 

Lady Madonna 

All Together Now 

Lovely Rita 

Mrs. Vandebilt 

Eleanor Rigby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 

Something 

Ob-La-Di, Ob-La-Da 

Band on the Run 

Back in the U.S.S.R. 

Let It Be 

Live and Let Die 

Hey Jude 

Encore:

Day Tripper 

Hi Hi Hi 

Get Back 

Encore 2:

Yesterday 

Helter Skelter 

Golden Slumbers 

Carry That Weight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