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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스페인여행(10)-Madonna


바르셀로나에서 마돈나의 인기는 생각 이상이었다. 공연 시작 몇시간 전 부터 공연장을 휘감아서며 길게 늘어선 줄은 물론이고 입장 후도 그 느긋한 스페인 인간들이 무대가까이에서 보려고 공연 시간 몇 시간전부터 발버둥 치는 것 보면 더욱 그렇다. 나 역시 몇시간을 기다리며 스패니쉬의 수다를 듣는 것 역시 고역이었다. 그닥 재미없는 Djing이 끝나고 10시20분 정도 되었을 때, 마여사님은 이제는 없는 마이클잭슨의 왕좌를 독차지하게 될 팝의 여왕답게 왕좌에서 건방지게 다리를 꼬우고 등장하셨습니다.

공연을 촌평하자면 2시간 내내 끊임없는 재미를 선사하는 최고의 쇼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몸으로 표현하는 역동성과 일렉트로니카의 시대의 상징인 비주얼쇼가 교차할 뿐만 아니라 록앤롤의 유산인 록스타의 카리스마를 공연장의 중심에 두면서 관객들을 휘어잡는다. 그런데, 마돈나 쇼의 재미는 정작 비주얼의 강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소재와 더불어 비주얼 안에 읽을 수 있는 풍성한 텍스트가 쇼의 진정한 핵심이라할 수 있다. U2같은 경우도 그렇지만 U2의 경우 그들 특유의 과도한 착한 척 때문에 내추럴함이 반감되는 오히려 쇼에 함몰된 쇼라면 마돈나는 텍스트를 자신의 딴따라적인 정체성을 통해 팝적으로 풀어내기에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텍스트와 맥락 속에서 자극을 심어 넣기 때문에 식상하지 않고 대중들은 또 다른 자극을 기대하게 된다.

80년대 대표적으로 노래 못부르는 가수였던 마돈나의 이미지와 달리 보컬도 지극히 안정적이었다. 리허설에서 봤듯이 꾸준한 노력이 있었겠지만 그것도 무작정의 노력이 아닌 자신의 역량에 맞는 저음위주의 효과적인 창법을 개발하는 과정의 노력의 승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운드적인 측면을 보자면 댄스가수 마돈나의 등장이 뉴웨이브의 끝자락과 MTV의 산물이라면 트래디셔널의 수용으로 다양성을 포용한 것이 La Isla Bonita와 Like a Prayer, 그 자신의 팝이 클럽에서 DJ가 가장 즐겨하는 레파토리임을 알면서 클럽 속의 일렉트로니카를 자신의 댄스에 심은 것이 Vogue, Justiy my love를 거쳐 Ray of Light 그리고 Music/American Pie에서 성숙한 자의식으로 지금의 마돈나에 이르지 않았을까. 그런 변화의 과정 속에서 다듬어진 사운드가 지금의 마돈나의 공연 사운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스테이디엄 공연이고 밴드 편성에도 공연의 사운드는 록적이기 보다는 논스톱으로 두시간 내내 진행되는 클럽 댄스 사운드였다. 꽤 많은 히트곡들이 있지만 그 히트곡의 훅을 드라이브하기 보다는 클럽 DJ가 그것을 하나의 흐름 속에 녹여 진행하는. 그런 면에서, 록 공연 시 절정부의 극한의 카타르시스와 같은 그런 극적인 재미는 없었다. 두 시간 내내 꾸준히 재밌는 쇼에 오히려 가깝다고나 할까. 관중들의 반응도 꾸준히 환호성을 보냈지만 이틀 전 킬러스를 보던 그런 적극적인 리액션과는 거리가 멀었다-물론, 관중들의 연령대도 관계는 있다. 그런 면에서 마돈나의 쇼는 남성적이기보다 여성적이다. 과장된 카리스마 속에서도.

또한, 마돈나의 완벽주의는 정해진 레파토리를 실수없이 보여주는 최고의 쇼를 보여주는 것이지-심지어 앵콜도 없었다-모든 것을 토해내는 록앤롤의 매력과 달랐다. 뭐 관계없다. 한식을 좋아해도 하루 정도는 최고의 스테이크를 먹고 싶을 때가 있으니.

Setlist

Candy Shop
Beat Goes On
Human Nature
Vogue
Into the Groove
Holiday
Dress You Up
She's Not Me
Music
Devil Wouldn't Recognize You
Spanish Lesson
Miles Away
La Isla Bonita
Doli Doli
You Must Love Me
4 Minutes
Like A Prayer
Frozen
Ray of Light
Give It 2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