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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전

제리


조심스럽고 탐미적이지만 혁신적인 구스 반 산트의 정점. 아이다호의 구스 반 산트를 계승함과 동시에 엘리펀트, 라스트 데이즈, 파라노이드 파크로 이어지는 걸작의 릴레이가 어떻게 이어질지를 예고한다. 거리, 각도, 운동을 통해 시선을 실험하고 지향성이라는 것을 상실한 시대의 두 젊음의 내면을 사막을 통해 관조한다. 구스 반산트의 조심스러운 이 작품이 지루하지 않은 것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한 프레임, 한 프레임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난 독창성에서 기인한다. 고흐의 그림을 보며 지루함을 느낄 수 없듯이. 또한 영화 속 아름다움은 역설의 아름다움이다. 누더기를 걸친 부랑아가 아름답고 두명의 남자가 아름답고 그 사이의 거리가 아름답고 사막 속의 황량함이 아름답고 황량함 속에 놓인 두명의 남자가 아름답고 그 속에 황폐한 영혼이 아름답다. 답답하고 시원하고 편안하지만 고통스럽고 희망적이지만 불길하며 공포스럽다. 청춘은. 영화라는 것 속에서 아름다움이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는 소재주의적 발상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를 구스 반 산트는 영화의 20세기를 지난 21세기 초에 증명했다.

게리(Gerry, US, 2002, 103min)
감독: Gus Van Sant
출연: Casey Affleck, Mat Da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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