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고전

플라이트 93

walrus 2013. 9. 8. 23:26



폴 그린그래스가 연출한 두편의 본시리즈의 중간이 되는 2006년에 발표되었지만 개봉 당시 한국에서는 그다지 관심을 못끌었고 삐딱한 시선의 비평이 많았다. 미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이 불쾌해서일까. 그런데, 지금 본 플라이트 93은 탁월한 영화다. 폴 그린그래스가 연출 뿐만 아니라 각본까지 맡은 이 작품을 본 얼티메이텀까지 본 후 비평이 과연 '미국만세'의 영화라 볼 수 있을까? 미국의 영화인들이 자신을 뒤돌아볼 때 한국의 시선은 오히려 이분법적인게 아닌가. 911의 감정적 여운이 다소 가라앉은 2006년에 개봉된 영화였고 심지어 테러리스트에 대한 배려도 충분하다. 그들은 영어로 말하지도 그걸 애매하게 번역하지도 않았지만 그들의 절실함과 갈등 역시 충분히 느껴진다. 그린존에서 그랬듯이 폴 그린그래스는 다른 세계에 간섭하자가 아니라 놔두자주의다. 지금 찾아본 영어권 평단의 반응은 찬사 일색. 

이 영화 역시 본 시리즈에서 하나의 프로토타입을 제시한 핸드헬드와 짧은 편집이 그대로 가지만 장면장면을 통해 영화의 내용이 머리에 쏙쏙 꽃히는 폴 그린그래스의 절대신공. 이를 통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관제탑과 뭔가해보려했지만 잘 안되었던 비행기 안의 모습은 당시 미국을 적절히 표현했다. 오히려 탑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으면서 영웅주의에서 탈피한 실패한 테러와 실패한 영웅으로 그리고 각자의 인간으로 와닿게 한다. 수많은 이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아무도 따라할 수 없었던 경지. 영화에 대한 유일한 불만이라면 유나이티드 93을 플라이트 93으로 바꾼 것. '유나이티드'의 중의적인 의미가 탈색되었다.


플라이트 93(United 93, France/UK/US, 2006, 110min)

감독: 폴 그린그래스

출연: 오팰 알라딘, 에릭 레드맨, 벤 슬리니, 수잔 블로마에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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