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피나 바우쉬: 이제는 없는 피나 바우쉬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법: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공연을 보거나 아니면 빔 벤더스의 영화, 피나를 보거나. 공연의 살냄새는 없더라도 이 영화를 통해 피나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무용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피나 바우쉬는 흡입력이 있다. 개구장이 아이의 독특한 몸짓은 한편으로는 웃기지만 한편으로는 슬프다. 마치 찰리 채플린의 영화처럼. 감정의 깊은 곳을 끄집어내고 자연이라는 장애물처럼 보이는 것과 하나가 되는 순간을 아주 친절하게 느끼게 해준다. 이 속에는 이야기와 감정이 담겨 있는데 이야기가 중요한 영화라는 매체에서 놓치기 쉬운 뭔가를 춤을 통해 가슴을 할퀴는 그런 순간이 있다. 앞을 못보는 여인과 의자를 치우는 남자, 깊은 포옹을 때어놓고 아프게 느껴질 정도로 떨어지고를 반복하는 장면, 다리를 꼬우고 풀고를 반복하는 장면 등등. 거의 모든 몸동작은 무용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우리가 이전에 느껴왔지만 깨닫지 못하고 표현되지 못했던 내 안의 무언가를 끝없이 꺼낸다.
2) 빔 벤더스: 피나는 뚜렷히 빔벤더스의 개성이 세겨진 영화이면서 또한 최근작 중 가장 성공적인 영화다. 다음을 궁금하게 하고 여백을 남긴채 다른 컷으로 넘어가는 편집으로 공연을 보고 싶게 만드는 것도 그렇지만 자연과 도시를 호흡하면서 찍은 무용 장면이 그렇다. 이야기 이상의 뭔가를 느끼게 하면서 일단 무지하게 아름다운게 길의 왕의 영화임을 확신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대부분은 피나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공유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아무튼, 파리 텍사스(아니면 베를린 천사의 시) 이후 빔 벤더스의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영화 외적인 부분과 만나는 지점에 있다. 피나에서의 현대무용이 그렇고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쿠바 음악이 그렇다. 어쩌면 길과 거리가 그만큼 빔벤더스에겐 중요해서 그럴 수이다.
3D) 대부분의 3D는 처음에 와우하게 만들고 하일라이트에서 와우를 억지로 끌어내지만 성공한 몇 안되는 3D는 처음의 이질적인 느낌이 러닝타임과 함께 사라지고 설득력을 지닌다. 피나는 후자 쪽이다. 3D로 찍을 필요성이 있는 3D이고 50프레임짜리 촬영은 상당히 부드럽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3D도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느낀 한해가 될 듯 하다. 휴고, 프로메테우스, 잊혀진 꿈의 동굴, 피나 때문이다.
피나(Pina-dance, dance otherwise we are lost, Germany/France/UK, 2011, 104min)
감독: 빔 벤더스
출연: 피나 바우쉬, 부퍼탈 무용단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