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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에릭 클랩튼 - 20110220, 체조경기장



거장의 반열에 오른 뮤지션에게 공연의 Quality를 묻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이다. 풋내기가 코엔형제의 영화를 보면서 연출력을 꼬집으려는 시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사운드나 공연의 Quality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성향의 뮤지션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10여년전 첫 내한을 본 후, 에릭클랩튼을 네번째 보게되었지만 한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 비교적 여러번 본 뮤지션이 꽤 있지만 한 세번 넘어서 보면 상대적으로 맘에 안들었던 공연이 있었지만, 에릭클랩튼은 이번을 포함해서 기대 이하의 공연을 한적이 없다.

하지만, 튜어의 성격에 따라 개인적인 성향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저번 튜어가 Doyle Bramhall II와 Derek Trucks라는 이대호 앞뒤로 조성환, 홍성흔이 받치는 형국으로 서로가 감싸며 충돌하는 강력한 블루스록 기타사운드로 데렉앤도미노스를 기념했던 것이라면 이번은 Clapton이라는 자신의 Family Name을 새겨 넣은 것처럼 자신의 음악이 노른 자위로 놓이는 그런 사운드를 지향했다. 에릭클랩튼이 혼자 기타를 맏고 Chris Stainton과 Tim Carmon의 건반이 돕는. 물론, 늘 함께 해온 최강의 드러머 스티브는 여전히 함께 했지만-얼굴만큼은 참 많이 늙었다. 얼굴 얘기한 김에, 에릭클랩튼은 공연 포스터에서처럼 서서 연주하는 타임에는 줄기차게 하늘색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연주했고 조니뎁처럼 머리를 기른 작년과는 달리 다소 짧은 헤어스타일을 유지했다. 물론, 이전 튜어와 비교하면 상당한 장발. 한국 나이로 67의 나이에도 왕성한 머리숱과 머리길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젊었을 때 꾸준히 섭취한 알콜과 약물의 힘 아닐까?

스티브의 단단한 드럼 사운드 위에 화사하고 따뜻한 건반 사운드가 덛입혀지고 그 위에서 에릭클랩튼의 손맛이 선명하게 얹어지는 형태였는데, 그렇기에 에릭클랩튼의 따뜻하면서 선율과 리듬감이 동시에 잡히는 가슴이 쏙쏙 박히는 기타 솔로의 매력이 극대화되었다. 데렉앤도미노스에 집중되었던 저번의 레파토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다양하게 선곡되었고 편곡도 다소 바뀌었다. Old Love는 느린 곡조 속에서 솔로의 매력을 극대화했고 I shot the Sheriff은 감질나는 레게비트 인트로로 약올리다가 시작했고, 어쿠스틱 셋은 어쿠스틱 기타에 전기적 왜곡과 더불어 밴드가 함께하는 곡이 더 많았고 특히 레일러는 그래미를 차지한 MTV 어쿠스틱 공연의 곡조를 갔지만 밴드 사운드로 확장하는 형태를 취했으며 전체적으로 레이드백된 공연의 사운드 속에서 기타 사운드의 전환 시 브레이크를 가져간 Badge는 공연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선사했고 승철이가 좋아할만한 Wonderful Tonight에 이어 마지막을 장식한 Cocaine과 Crossroad는 한국 관중들의 기립을 끝까지 유지시켰고 에릭은 엄지손가락을 들고 퇴장했다.

공연의 사운드는 이전 에릭클랩튼의 공연처럼 좋았고 보컬도 안정적이었고 사운드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난 이전 튜어를 지지한다. 단순히 록적이어서만은 아니다. 평론가들의 지원사격 속에 블루스로 회귀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이번 앨범이 이전보다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더 블루스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좋게 보인다면 좋은 앨범이, 특히 좋은 블루스나 록앤롤 앨범이 없어서일 것이다. 케니웨인쉐퍼드는, 조니랭은 어디로? 
지난 튜어를 '블루스록'적이고 이번 튜어가 '블루스'적이라기 보다는 지난 튜어가 '블루스록'적일 수는 있어도 이번 튜어는 확실히 '어덜트'적이었다. 서로의 에너지가 부딪히며 격렬하게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용솟음치는 순간의 환희랄까 그런 부분이 이번 튜어에는 결여되어 있었다. 서로 간의 공간을 인정하고 각자의 영역을 적절하게 채우는 식으로 접근할 뿐. 두명의 기타리스트는 이번 튜어를 함께한 두명의 건반주자에 비해 훨씬 블루스적이며-특히 에릭의 이름을 이어받은 데렉 트럭스는 지난해 그래미 트로피를 가져가며 거물급이 되었다-비통하고 어둡고 강렬한 에너지가 가득했던 지난 튜어의 사운드는 다소 화사한 건반 사운드 속에서 선명하게 에릭클랩튼의 손맛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번 튜어의 사운드에 비해 블루스적인 감정에 더 가깝다. 

뭐, 그래봤자, 너 다음 튜어 오면 안볼꺼니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다시 본다. 에릭클랩튼 같은 음악에 있어서 장르는 중요하지도 않다. 김정철도 꼽히게 만든 감동적인 한음한음은 다음세대는 직접 보지못할 20세기의 귀중한 선물이라할 수 있다.

Eric Clapton – guitar, vocals
Chris Stainton – keyboards
Tim Carmon - keyboards
Willie Weeks – bass
Steve Gadd – drums
Michelle John – backing vocals 
Sharon White – backing voc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