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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욘시 - 20101023, Marquee Theatre,Tempe,AZ,USA

1. 이 동네 공연은 티켓마스터만 찾아보면 될꺼라는 안일한 생각이 큰 화를 부를뻔 할 정도는 아니지만-어짜피 일해야된다..-, 찾아보니 있는 돈 탕진하기엔 충분한 일정들, 금요일 Sufjan Stevens, 토요일-Jonsi/Ravi Shankar, 화요일-Gorillaz... Ravi Shankar가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하면서 Jonsi를 선택. Jonsi라면 사실 두번 보는 건 문제도 아니고 이 동네 공연장과 사람들도 보고 싶고. 문제는 토요일에 일해야되느냐 도망치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공항에 데려다 주면서 살짝 센다는 얍실한 잔머리를 통해 욘시 공연장으로 직행. 피닉스가 아닌 바로 붙어 있는 템페에 공연장이 있었고 다행이도 공항에는 가까웠고 대 욘시 옵와가 오시는데도 Sold Out은 아니었다. 사실, 공연장은 Ax보다 크지 않은 정도였고 미국 제5도시라는 피닉스 역시도 서울의 1/7 밖에 안되지만, Jimmy Eat World, Bad Religion, Gov't Mule이 다음 20일 안에 대기 중. 공연장의 가장 큰 장점은 무대에서 얕은 경사를 만들어서 나같은 호빗도 보기 위해서 점프를 하는 그런 짓을 안해도 잘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한가지 더. 대 욘시 옵와가 오시는데 티켓값이 단돈 30$.

백인이 많았는데, Jonsi의 팬층이 그럴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지역의 70%는 백인. 그것보다도 커플의 비중이 상당했으므로 담달 내한 때 걍 혼자 오면 쪽팔릴지도 ㅋ. 옆에 서있는 총각 하나-그 역시 커플로 왔다-욘시 팬이니? 욘시가 좋니 시규어로스가 좋니? 시규어로스는 봤니, 여자친구는 두번 봤다 등의 질문을 했고 난 시규어로스가 좋긴한데 미국인의 성향상 Cheerful한 Jonsi 솔로의 라이브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라고 답을 했다. Cheerful이란 단어를 쉽게 생각해낸 내 자신이 무한 뿌듯해졌는데, 그와 동시에 난 일할 때와 달리 놀때만 되면 혀가 풀리면서 영어가 어떠한 부담도 안주고 막나오는지에 대해서 다소간의 고민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이 청년은 착했고 공연장을 찾은 대다수는 착해보였다. 미국놈은 뚱뚱하고 이상하게 생겼고 싸가지 없다는 편견은 버려도 될 것 같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공연장에서 본 인간들의 대부분은 정말 괜찮았다.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선생이나 학부모는 괜히 애들 인간 만들 생각하지 말고 애들 공연장에나 보내야 한다. 자기나 먼저 인간되고.

2. 오프닝은 3인조 여성 아카펠라. 하지만, 오빠는 일한단고 잠을 못잔단다. 미안하지만 의자에 안자 살짝 꾸벅꾸벅. 욘시는 9시 조금전에 나왔다. 가볍게 시작하더니 포스트락 특유의 심장을 후벼파는 시규어로스 모드. 아까 그 청년한테 Cheerful이란 단어를 쓴게 거짓말 친 거 같기도 하고 그랬는데 공연 중반에 이르면서 욘시의 5인조 밴드는 훨씬 다양한 편성으로 다채로운 사운드와 볼꺼리를 들려줬다. 기타를 긁어대던 현학기의 활은 실로폰 같은 악기-잘 못봤으야-를 긁어대기도 하고 실로폰과 건반을 다섯명이 다붙어서 치기도 하는 등등. 공연의 또 다른 묘미는 스크린과 양 측면의 조각같은 벽에 나타나는 모노톤의 영상이었다. 단순하고 한편으로는 동양적이면서 그 자체로 다채로운 감정을 끌어냈다.

예상외로 미국놈들 공연 중엔 그렇게 떠들지 않았는데 그걸 참았다가 곡이 끝나자마자 환성을 질렀다. 그 속엔 나좀 떠들게 해줘라는 숨겨진 욕망이. 공연의 중후반, 공격적인 비트가 곡을 리드하면서 욘시는 마이크를 움켜지고 웅크리면서 무대의 맨앞을 휘졌는 예전에 안하던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물론, 이때를 기다렸던 미국놈들은 미쳐가기 시작. 물론, 한국놈과 비할바는 아니고 담달 액스도 딱 이 순간쯤에는 쪼개질 것이 확실시된다. 이쯤되니 그래 형님 말이 맏지라는 자만감이. 앵콜 때 욘시는 인디언 모자를 쓰고 나왔다. 한국 땐 갓을 쓰고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최근 욘시의 음악은 그전의 숭상하고 숭배할 수 밖에 없는 순수한 음악에서 보다 다채롭고 활기차고 때로는 발랄한 음악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데 주력하고 있는게 아닐까. 인성이 음악과 관계된다는 가설은 보통 잘 안맞을 때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욘시의 음악은 욘시의 자아와 비슷하지 않을까 믿고 싶고 그 이전에 그렇지 않다는게 기본적으로 상상되지 않는다.

벤쿠버에서. 오늘도 대충 비슷했다.
http://www.brooklynvegan.com/archives/2010/04/jonsis_album_i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