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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스매싱 펌킨스 - 20100814, 잠실실내


딱 10년만의 만남-난 그땐 가지 않았다. 대신 RATM을 본 후 욕을 퍼질러 해댔지만. 계속적으로 연상되는게 작년 건즈앤로지즈 였다. 나른함과 호전함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오랜만에 재결성한 후 음반을 내고 찾은 밴드라는 점에서, 엄청난 재능의 프런트맨이 지닌 카리스마 또는 독재자 근성 및 싸가지가 유명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프런트맨의 재능에도 불구하고 밴드의 전성기 시절의 곡이 가지는 힘이 크고 향수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하지만 다른 점은 극과 극이었다. 마초적인 건즈앤로지즈와 빌리코건의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성향은 확실히 다르며 보다 자유분방하고 말초적이었던 건즈앤로지즈와 달리 스매싱펌킨스는 철저히 빌리 코건에 의해 제어되던 밴드였으며 말로만 건즈앤로지즈지 액슬로즈의 용돈벌기 이벤트에 불과했던 건즈앤로지즈의 공연의 quality는 괜찮은 개개 뮤지션의 기량에도 불과하고 개판이었지만 재결성 스매싱 펌킨스가 보여준 밴드로서의 완성도는 꽤 괜찮았고 사운드 역시도, 적어도 내 자리에서는 괜찮았다. 그리고 그다지 많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진심으로 성의를 보이며 정성껏 공연을 이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타 중심의 밴드 사운드가 꼽히는 날이었다.

빡빡머리 빌리 코건은 등이 기타를 치기 위해 진화된  외계인 처럼 보였다. 호전적인 리프로 밀어붙이는 곡이나 싸이키하게 무아지경에 빠지는 장곡, 하모니카와 하게 하는 포크나 나른한 성향의 곡등 빌리는 기타를 치는 것 자체를 너무 좋아하는 뮤지션이었고 이 모든 곡을 소화하는 드문 재능의 뮤지션이었다. 그런데, 스매싱 펌킨스를 해체한 후 지난 십년은 확실히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더 대단한 결과물을 낼 연소되지 않은 재능이 남아 있는 뮤지션인데. 제임스 이하 또는 그 이상의 뮤지션이 보완 또는 경쟁하며 자극을 줄 수 있었다면. 마네킹 같은 매력의 베이스와 재능있는 동양인-한국계- 젊은 기타리스트와 함께 하는 것도 원래 스매싱펌킨스가 지녔던 가능성을 그리워 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해체 시에는 스매싱 펌킨스는 자신과 동일하다고 했지만. 공연을 보면 옛날 최고의 곡보다 요즘의 곡에 확실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연에 대한 기대치 그리고 빌리 역시도 10년전 한국에 왔을 때의 좋은 기억을 언급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향수를 불러 일으켰지만 절대 과거의 뮤지션이 되고 싶지 않은 자존심. 물론, 과거에 대한 기억에 의해서도 충분히 좋은 공연이 될 수 있었고 공연 자체의 내용도 훌륭했다. 하지만, 펄잼이나 그린데이가 그랬듯이 또 다른 역전타가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