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 빔벤더스 최고의 작품은 아닐 것이다. 관객을 흐뭇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고 좋은 영화지만 할아버지 몇명이 나온 후 졸리는 순간이 있는 영화다. 최고의 작품은 단연 파리텍사스 차선 역시 시간의 흐름 속으로 정도가 아닐지. 하지만,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영화사의 독특한 위치를 점유한다. 만약 영화의 가치가 무언가를 바꾸는데에 있고 그걸 기준으로 영화사 100편을 꼽는다면 이 영화는 무조건 그 중에 들어가야 한다. 빔벤더스가 한 답변, 95의 할아버지 콤파니 세군도가 장미를 보내며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입니다'를 말한 것처럼 적어도 몇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었다. 불과 석달 사이에. 더 크게는 쿠바의 음악이 세계음악의 중심에 서게 했으며 더 나아가 문화를 인식하는 방법을 발전시킨 영화일 수 있다. 사실이다. 단순한 붐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역시 walrus의 생뚱맞은 질문-사실은 미국자본에 의한 지역문화의 왜곡, 빔벤더스가 그렇게 절규했던 문화에 의한 미국식민지-에 대해 여전히 자세히 답변을 해주었는데. 쿠바의 경우 지정학적 정치적 이유로 왜곡되지 않은 상황에서 절묘한 시점에 소개가 되어 원형이 보존될 수 있었으며 라이 쿠더의 역량으로 모던화가 되긴 했다는 답변. 사실, 그렇다. 상당수의 월드뮤직이 미국자본을 통하면서 듣기 역겨워지고 그게 아니면 대중의 외면을 받곤 했다. 하지만, 라이 쿠더는 폴사이먼과 피터 가브리엘 이상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며 모던화가 가지는 함정을 피하면서 대중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지점을 찾아내었다. 빔벤더스는 철저하게 관찰자 입장으로 영화를 만들었지만 이 영화는 마법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고 이에 대해 빔벤더스는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튼 길의 왕은 그냥 얻어진 별명이 아니었다. 5살 때 혼자 여행을 가기 위해 발부림을 쳤고 한국도 4번씩이나 왔으며 이날도 틈나는데로 돌아다니다가 GV때 다소 늦기도 했다. 세상의 도시 속에서 그 누구보다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해가고 있지만 무비판적인 탐미주의자는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큰차를 선호하고 미래를 생각없이 달리는 서울'을 얘기하는 과정에서의 날카로움은 놀라울 따름이다. 여전히 빔벤더스는 세상의 모든 것에 열려있고 스폰지처럼 빨아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러한 능력은 때로 그에게 장애가 될 때도 있지만 그러한 능력과 노력이 영화사에 남을 거장을 만든 것임에는 틀림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오늘의 결론은 임상수감독에게 한 충고처럼, 록앤롤은 두뇌개발, 노화방지, 자아실현에 만병 통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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