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받은 첫인상은 대단한 감성지능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이렇게 말을 조리있으면서 유머를 적재적소에 섞어 얘기하는 감독은 처음이었다. 같은 의상과 비슷한 자리에 있은 관객을 알아볼 정도로 자상하고 관찰력 또한 놀라웠다. 모짜르트가 음악을 들으면 바로바로 외듯이 역시 숱한 여행, 음악, 영화, 미술의 만남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오늘날의 빔벤더스를 만들지 않았을까? 돈컴노킹이 성공적인 작품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그만 낼 수 있는 오디오비주얼의 향연을 보여주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보노와 코어스를 불러놓고 영화의 테마송을 부르게 할 정도로 '사람을 끄는 매력'이 놀라운 사람이기도 하다. '하워드처럼 영화찍다가 도망친 적이 있느냐'라는 생뚱 맞은 walrus의 질문에 수도 없이 그런 맘이 들었지만 나는 독일인이라 그렇지 않다하면서 재치있게 답변하고 베를린 천사의 시 당시 '부르노 간츠'가 베를린을 워낙 좋아해서 배회하다가 촬영일정을 못지킨 것이 많다는 재미있는 일화까지 소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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