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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에릭 클랩튼 - 체조, 200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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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실내 공연장 최대규모로 추정되는 체조경기장은 만원이었다. 만명 정도가 입장되었다고 한다. 연령층도 중장년층부터 청소년까지 다양했다. 이런 다양한 관객층을 대상으로 대중성과 자신의 음악적 고집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이 공연의 성패를 좌우했다. 8시를 20여분 정도 지난 후 관객석의 조명은 꺼지고 공연은 시작되었다. 공연의 레파토리는 충분히 예상가능했고 불과 한달전에 공연을 봤지만 다시 볼 이유는 충분했다. 더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 9년전 같은 체조경기장에서의 공연, 그리고 한달전의 사이타마에서 본 공연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다.


록앤롤은 기타놀음

이번에도 오프닝은 Tell the Truth였다. 인트로부터 세대의 기타에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는 공연의 시작과 동시에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벅찬 감격을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에릭클랩튼과 오랜 인연을 한 Dolye Bramhall II의 연주는 호방한 텍사스 펜더맨의 전형이라할 수 있다. 무링요를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외모에 키스 리차드같은 마초적 패션 센스가 돋보이는 멋쟁이 기타리스트. 반면, 올맨브라더스의 드러머의 Nephew-양자인지 조카인지는 모르겠다-와 인연이 있는 슬라이드 스페셜리스트, Derek Trucks'의 슬라이드 속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숨쉰다. 자세히 보니 슬라이드바로 주로 병을 썼던 것 같다. 에릭클랩튼의 기타솔로를 들으면 멜로디 기계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하나하나에 정성을 세겨넣었으며 거의 모든 솔로에서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멜로디가 살아숨쉰다. 세명의 명인들이 들려주는 개성 강한 솔로의 맛도 좋지만 세명의 기타리스트가 에너지를 모아갈 때의 느낌은 비할바없는 쾌감을 준다. 리듬파트와 소울풀한 오르갠 그리고 여성 코러스는 흑인들이 맡았는데 역시 이 부분은 흑인들이 잘하는 부분인 것 같다. 정확하고 계산적인, 그래서 에릭클랩튼과의 작업에서 다소 딱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스티브 갯에 비해 스티브 조단은 보다 기름지고 탄력적인 드럼터치를 들려주었다. 오르갠과 피아노를 주특기로 하는 두명의 건반주자를 두어 악곡마다 다른 느낌을 냈다.  에릭클랩튼이 전성기를 보냈던 60년대 후반의 또 하나의 음악적 성과는 록밴드의 편성을 통해 어떻게 에너지를 모아가는지에 대한 경험이 축적된 것이 아닐까? 기타 세대, 피아노 원음에 충실한 건반과 신쓰의 조화. 소음에서 시작한 록앤롤을 그리고 자칫 서로 부딪혀서 정말 듣기 싫은 소음덩어리를 통해 새로운 음공간을 창출하는 방법론. 이전 에릭클랩튼의 세션이 스티브갓, 네이던 이스트, 데이빗샌본등 네임밸류로 작살나는 쪽이었다면 이번 튜어는 보다 네임밸류는 떨어지지만 멜로디와 에너지가 공존했던 Derek and the Dominos시절의 재해석이라는 뜻에 맞는 뮤지션들로 채워져있다. 공연의 초반을 장식하는 곡은  Layla and asserted love songs에서 asserted love songs이다. 이 앨범처럼 블루스의 이디엄에 충실하면서 알찬 영감에 충만한 앨범은 정말 드물다. 예술의 조건을 '감동'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앨범은 록역사상 가장 예술적인 음반임에 틀림없다. 21세기 들어 B.B.King, Robert Johnson, J.J.Cale로 이어지는 작업 그리고 Cream의 재결합 공연등이 자신의 음악을 정리하고 되돌아보는 작업이라면 이번 튜어는 그가 만든 최고의 결작에 대한 셀프 트리뷰트의 성격을 지닌다.


블루스, 팝음악 접수하기

에릭클랩튼이 솔로로 해석한 Driftin' Blues로부터 Running on Faith에 이르는 sit down set에서는 전기의 힘을 빌지 않고도 블루스가 대중음악에 어떻게 대중음악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사운드의 공간감과 에너지는 어쿠스틱으로도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에릭클랩튼이 주도한 화이트 블루스가 흑인들의 블루스를 빌려오는데 지나지 않고 어떻게 모던하게 포장해냈는지를 연주를 통해 증명했다. 그리고 마지막 곡 Running on Faith에서는 지나치게 팝적이라 비판받는 솔로 시절 발라드 곡 역시도 블루스의 뿌리에서 벗어난 것이 아님을 얘기하는 듯 했다.


여인은 가도 노래는 남는다

Motherless Children은 sit down set에서 차분해진 관객들을 다시 흥분시켰다. 앨범에서 Motherless Children의 말달리기 리프가 귀여운 느낌이라면 세대의 기타의 출렁거림은 헤드뱅잉이 필요할 정도로 속시원했다. Robert Johnson의 심오한 음악세계가 담긴 Little Queen of Spade를 지나 또다시 Layla..의 Anyday. 이어지는 Wonderful Tonight과 Layla는 어쩌면 30년도 훌쩍 지난 시절 지은 연애편지다. 사실, 연애편지란게 며칠만 가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기 힘들어지지만. 사랑은 가도 노래는 남는 것인지. 여인에 대한 사랑은 싸늘히 식었어도 이 노래에 대한 에릭클랩튼의 애정은 식지 않는 것 같다.숱한 라이브에서 계속 연주했다면 질릴 법도 한데. 어쿠스틱 사운드로 늙으막에 상업적 전성기를 맞았던 90년대를 제외하자면 이 곡은 공연의 하일라이트에 가장 절정을 장식한다. 슬라이드의 귀재가 함께함에도 듀언올맨이 장식한 용솟음치는 슬라이드는 나오지 않는다. 세션에게도 관대한 에릭클랩튼이지만 이 곡의 솔로만큼은 자기가 새겨놓고 싶어한다. 마치 모기타리스트가 바이 내한공연 당시 For the love of god 같이하자고 했다가 귀싸데기 맞을 뻔 했던 것처럼. 이 곡은 에릭클랩튼의 상징과 같은 곡이다. 블루스 역사상 유례없는 홍수같은 기타사운드의 에너지 속에 슬픈 감정을 싫어낸 전반부가 창조적이었던 그룹시절의 음악을 상징한다면 피아노가 리드하는 담담한 곡의 후반부는 레이드백에 치중한 솔로시절을 상징한다고 할까? 흑인의 블루스, 야드버즈와 크림의 실험성과 에너지, 델라니앤 보니의 미국식 음악, 밴즈와 스티브 윈우드의 담백한 멜로디, 제이제이 케일의 레이드 백 등 그 이전 그의 음악에 영향을 미쳐왔던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음악성을 창조한 곡이 바로 Layla다. other asserted로 분류되기는 하나하나가 보석같은 곡이고 완전한 love song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떤 록음악은 예술이다'라는 한 평론가의 말에 완전하게 부흥하는 곡이 바로 layla가 아닐지? 이만큼 감동적인 곡이 예술이 아니라면 어떤 음악이 예술일까. 아무튼, Layla를 마치고 에릭클랩튼은 무대 뒤로 들어갔다.


Gimme Cocaine!!!

이번 튜어의 대부분의 셋리스트에 들어가있는 곡 중 싱가폴과 샹하이의 경우, 빠진 곡이 있다. 바로 솔로시절 최고의 곡이며 이번에 같이 음반은 낸 J.J.Cale의 곡을 해석한 Cocaine이다. 앵콜곡은 Cocaine. 임진모씨는 이 곡이 든 Slowhand를 가리켜 록앤롤이 피곤해짐을 보여준 앨범이라고 했지만 라이브에서 이곡을 들었다면 생각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이제까지 보여주지 못한 모든 것을 다 보여주겠다는 기세로 돌아가면서 가장 강력하고 창의적인 솔로잉을 들려주었다. Japan Tour시 Old Love에서 Tim Carmon의 연주는 마치 허병국과 키스에머슨을 연상시킬 정도로 파격적이면서 블루스에 충실했는데 이번 튜어에는 빠져있으나 Cocaine에서 솔로시에 맛배기 정도는 보여주었다. Brown Sugar가 빠진 Rolling Stones의 공연을 북경 주민들이 불상하다면 Cocaine의 강력한 솔로릴레이를 못본 싱가폴과 상하이 주민 역시도 안타까울 따름. 폭발하는 에너지가 Cocaine이라는 마약에 있었다면 그 끝은 악마에 영혼을 팔아 대중음악을 만든 로버트 존슨의 Crossroad였다. 지난 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곡이지만 날씬하며 날렵한 곡의 특징은 블루스가 모던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감동을 팝니다

공연이 끝나고 환한 웃음을 지을 때 에릭클랩튼은 어린 애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에 에릭클랩튼의 쌩유도 땡큐도 아닌 댄큐는 그 어느 때보다 경쾌했고 자주 나왔다. 곡이 끝날 때 마다 힘겨워하는 모습이 나이를 느끼게도 했지만 기타실력이나 보컬이나 블루스 장인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Guitar God이라는 별명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 사실 에릭클랩튼의 기타 연주는 이성적이기 보다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인 연주다. 에너지가 가득차고 감정의 직설적인 노출을 특징으로 한다면 무엇보다도 인간적이고 로버트 존슨과 친한 다른 신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여전히 최고의 연주력과 오랜 공연을 통한 노하우 그리고 음악에 대한 진지한 자세가 있기 때문에 이번 공연은 무엇보다도 음악 자체 소리 자체의 완성도가 높은 공연이었다. 효과 하나 없이 연주하는 아티스트를 비쳐주는 식의 조명, 특별한 액션이나 비주얼이 전혀 없는-물론,  Doyle Bramhall II의 패션감각은 뒤로해야하겠지만-상황에서도 들려주는 음악 자체의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에 이번 공연은 모든 이들에게 상당히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또한, 에릭클랩튼의 보컬은 충분히 많은 나이를 지닌 백인 아티스트가 어떤 창법으로 어떻게 공연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음역이 좁고 폭발적인 성량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감정과 인생의 격정과 담담함이 있는 노래. 기술적 완성도가 중요한다면 밥딜런은 노래를 일찌감치 말았어야 했다. 고음부로 치고 올라가는 부분은 흑인 여성코러스가 같이하며 다듬어져 듣기 좋게 다듬어진다.


전광판보다 비슷하게 보기 위해서는 대략 18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티켓값. 이런 티켓값에 음악적 순수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는 모르겠지만, 난 더주고라도 볼 것 같다. 록앤롤의 시작은 레코드와 라이브 콘서트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팔면서 거대한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가정한다면 블루스 리바이벌의 시점인 70년을 전후한 시점의 중요한 특징은 밀리언셀러 레코드와 스테이디엄 로커의 등장과 더불어 록앤롤을 예술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시 한 평론가가 얘기했듯이 어떤 록음악은 예술이라고 했듯이. 그 중에서도 에릭클랩튼은 흑인의 음악 블루스를 통해 감동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파란만장한 개인사속에서도 자기가 백만장자가 되는 것은 결코 거부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는 흑인 블루스 맨 마저도 동일하다.-7감독의 블루스 연작 중 하나인 '화이트 블루스'에서 백인 로커들 때문에 자기가 부자가 될 수 있었다는 한 블루스 거장을 보라. 다시 말하자면 에릭클랩튼이 정점을 달리던 그 시절은 록앤롤과 블루스를 통해 감동을 팔기 시작했던 시절이다. 그런데, 지금은? 돈을 주고라도 살만한 감동적인 음악을 찾기는 결코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레코드를 사지 않는 대중들의 문제만큼 감동적인 음악보다 시류와 유행에 따라 쉽게 가려는 뮤지션들의 반성도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The Band

Eric Clapton - guitar, vocals
Doyle Bramhall II - guitar
Derek Trucks - guitar
Chris Stainton - keyboards
Tim Carmon - keyboards
Willie Weeks - bass
Steve Jordan - drums
Michelle John - backing vocals
Sharon White - backing vocals


Setlist

01. Tell The Truth
02. Key To The Highway
03. Got to Get Better in A Little While
04. Little Wing
05. Why Does Love Got To Be So Sad?


Sit Down Set
06. Driftin' Blues (EC Solo)
07. Outside Woman Blues
08.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
09. Running On Faith


10. Motherless Children
11. Little Queen of Spades
12. Anyday
13. Wonderful Tonight
14. Layla


Encore
15. Cocaine
16. Crossroads

(120 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