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부니엘은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을 얘기하지만 사실 부르주아는 노골적으로 매력적이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이 뽀다구도 더나고 애인에게 해주고 싶은 것도 고민없이 해줄 수 있으며 피부도 더 뽀송뽀송하며 적절한 매너와 교양은 매력을 더한다. 끝없이 반복되는 왕자와 공주의 동화마저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며 외로워도 힘들어도 안우는 캔디나 신데렐라 역시도 실제 출생 성분은 부르주아 태생임에 틀림없다는 물증이 여러군데서 발견된다.
반면, 블루칼라는 실제로 구리다. 앙드레김 패션쇼에 나오는 광채나는 푸른색 칼라가 아니라 묻은 때를 제때 빼주는 쎈스를 발휘하지 못해서 나는 찌든 때에서 풍기는 파란 색은 사실 찐~한 냄새까지 동반한다. 자기 딸아이 기죽지 말라고 빚내다가 빚이 빚을 불러 구차하게 살기도 하며 딸이 주는 용돈은 받기 부끄러워 뒤돌아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돌덩이같은 운명의 장난이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 그들은 강하지 못하기에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가끔의 행운은 그들의 생을 조금 더 연장시켜줄 뿐. 강한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말에 부끄러워하며 서정시를 쓸 수 없었던 브레히트처럼 켄 로치는 못난 이들을 통해 아름다움을 찾는 쉽지 않은 일에 인생을 바쳐왔다. 영화가 끝날 때 쯤 짭새에 붙잡혀가지기 않기를 간절히 빌고있는 나를 보며 철저한 감정이입을 요구하는 방법론은 브레히트와 철저히 반대임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아무튼 어떤 이들은 극장을 나서며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충혈된 눈, 그리고 조금은 더워진 심장을 발견하게 된다.
레이닝스톤(Raining Stones, UK, 1993, 90min)
감독: 켄 로치
출연: 브루스 존스, 줄리 브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