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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펜타포트 락페스티발 1일차

이건 완전 징크스다. 엄청난 비가 내렸고 한 때 진입이 통제되기도 했다. 이 공연장으로 들어섰을 때  무대 구성이나 편의시설등에 운영 측면에 있어서 후지락을 연상시킬 정도로 정말 많은 정성을 드렸음을 알 수 있었다. 더 낳은 내일을 위해 비판은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주최측의 용기와 정성에 무조건 박수를 줘야 한다. 물론, 아쉬움은 많았다. 어쩔 수 없었던 폭우, 사운드, 방만한 셔틀버스 운영, 그리고 쓰레기통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점. 하지만, 운영 측면에서 후지락을 연상시킬 정도로 체계적으로 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첫 공연은 Yeah Yeah Yeahs. 무대 위에서 마구 소리를 지르는 보컬 캐런 오나 무대에서 미쳐 날띄는 이들이나 '피는 못속인다'는 것을 증명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은 일본인들 만큼이나 아니 이상으로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중간에 비가 쏟아졌지만 오히려 놀기에 좋은 소품일 뿐이었다. 질퍽거리는 진흙도 발마사지로 생각하며 맨발로 뛰어놀게 된다. 캐런 오는 미친 듯 절제된 액션 속에서도 관중들의 반응에 시종일관 웃음을 흘렸다.


Snow Patrol, 첫 곡이 시작할 때 이게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베이스만 들어오면 다른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폭우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음부가 펑퍼짐하게 퍼지면서 사람을 미치게 했다. 콘솔 쪽으로 가니 다소 낳아졌다. 알고보니 거의 모든 밴드가 리허설을 거의 못하고 공연 시작전에 소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 역시 불가피한 일. 어짜피 한국에서의 공연은 오늘 밴드들에게 후지락의 스파링 파트너 정도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공연장의 소리는 콘솔 뒤 상당히 먼 쪽까지 커버하게 되있는데 적은 관중 수로 인해 실제로 사람들은 앞에 몰려있었다. Snow Patrol은 기타사운드의 흐름 속에 Gary Lightbody의 감성적인 보컬의 호소력이 절대적인데, 보컬은 펑퍼짐하며 압도적인 저음부에 묻혀져 버렸다. 베이스만 안 나오면 꽤 분위기 있었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폭우에 불가항력임을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연이 중반부를 넘어가면서-아니면 내가 콘솔 근처로 가면서-낳아진 점을 느낄 수 있었다.


Jason Mraz는 '여백'의 맛을 아는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아티스트들은 사운드 메이킹에 있어서 좋은 소리들로 가득가득 채우는 것에 주력하는 반면, 이처럼 조금은 빈 듯 하고 부족한 듯 하는 아티스트들도 있다. 공연 중반 이후, 죽여주는 단독악기의 솔로가 나오고 에너지를 채워가며 가득채우는 식으로 갔다가도 다시 여백의 맛을 보여주곤 하는 치고 빠지는 방식이 계속되었다. 사실, Jason Mraz의 보컬도 여백과 치고 빠지기의 맛이 있다. 흑인들처럼 타고난 보컬 능력이나 감성을 가진 건 아니지만 완급과 치고 빠지기를 참 영리하게 활용하는 보컬리스트다. Jason Mraz의 AMG평점을 보면 형편없는데, 그건 아마도 백인이 어설프게 라틴 비트를 따라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Jason Mraz의 음악을 들으면 딱 California에서 나올 음악처럼 보인다. 바로 멕시코로부터 강탈한. 라틴음악을 빌려왔지만 여유로운 삶의 앵글로 색슨이 보여줄 수 있는 여유로움. 정말로 깊이 있는 감수성의 영역으로 내딪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런 경계를 절묘하게 줄타기 해간다. 뮤지션이란 사람들은 영역 사이를 줄타기해가며 새로운 음공간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적어도 Jason Mraz는 영리한 뮤지션이었다. 공연 중간에 팔에 I love you를 새긴다든지 관중들의 흥미를 끌어낼 줄 알며 그걸 공연 끝까지 유지해갈 줄 아는 뮤지션이다. 더욱이 제일 열심히 하기도 했다.


The Strokes의 음악은 건달 그 자체였다. 단순하지만 거친 힘을 주체 못하는 사운드 내에서 머리를 항상 삐대하게 30도 정도 틀고 건들거리며 지멋대로 소리를 쥐어짜내며 중얼거렸다(하지만 알고보면 철저하게 계산된). 간주 부분에 흔들거림은 딱 취객 수준이었다. 조명은 철저하게 검고 어두운 조명 밑에 가끔 붉은 톤을 때려주는 정도였는데, 이는 더욱이 그들을 뉴욕 골목을 음침하게 지키는 양아치처럼 보이게 했다. 그런데, 이들의 음악은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는 아니었다. 사실, 관객수도 많지는 않았지만 그것보다 그들의 비트에 제대로 못논다는 느낌을 받았다. '민족성'이라는 비과학적 부분 중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이 바로 '비트'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난 이들이 오아시스보다는 낳았다. 오아시스의 건들거림이 10대의 반항스러운 모습이라면 이들은 뒷골목에서 쌈박질하다 이가 두어개 정도 부러진 약간은 살기도 느껴지는 건들거림이 느껴졌다. 이들의 건들거림 중 결정판은 서태지의 노래의 한소절을 비아냥거리며 불러댄 것이다. 이들의 음악은 또한 적절한 약물, 알콜 그리고 알콜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상하 헤드 뱅잉을 같이하면 보다 잘 흡입된다.


한국과는 맞지 않는 그래서 더욱 보기 힘든 최근 제일 잘나가는 뮤지션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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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h Yeah Y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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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사진 Newsis와 연합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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