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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펜타포트 락 페스티발 2일차

다행이 비 안왔다. 여전히 진흙과의 레이스긴 하였으나.

하찌와 TJ, 한명이 기타와 베이스드럼, 나머지 둘이 각각 보컬&어쿠스틱 기타와 베이스를 맡은 특이한 밴드. 부산 사투리를 쓰며 가사에 묘미가 있는 가벼운 음악을 했다.

 

스키조, 서태지 컴파니의 코어는 내 취향 아니다. 그롤링하다가 곡이 끝나면 '저희는 ***라고 해요'식의 친절한 태도, 너무나 매끈하게 다듬은 인스턴트식 음악.

 

드래곤 애시, 역시 내 취향 아님. 두명의 댄서들 너무 못춤. 적어도 별로 안 멋있다.

 

싸이, 록은 엔터테인먼트다. 사실 틀린 애기 아니다. 그리고 엔터테이너로서 싸이는 무시할 수 없다. 자기가 필 받아 즐기며 하고 보는 사람도 즐겁다. 또, 록에 대한 진정성의 과도한 집착도 좋지만은 않다. 지금의 마돈나는 왠만한 모던락 뮤지션보다 greatest fucking rocker라고 본다. 또한, 진정성에 대한 비아냥거림은 락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하지만, 노는 것에 대한 열정 이상으로 음악에 대한 열정은 롱런하는 원동력이 된다. 좋은 음악이 자신을 반영하고 표현하며 더 나아가 그런 모습들이 세대와 계층을 반영한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의 창작물 없이 그냥 스테이지만 빡세게 돌리는 사이의 모습은 지금 세대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개인적으로 싸이를 싫어하지 않지만(약간 좋아할 수도 있지만) 마릴랜 맨슨의 팬을 향해 맥주병을 던졌다던 리즈 페스티발에 참가한 2/3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탈정치화'가 나은 후유증 중의 하나가 다양성이 증가한 것 같지만 개인의 계급적 정체성은 어느 샌가 날라가버렸다.

 

Black Eyed Peas, 눈을 땔 수 없는 개인기를 보여주다, 익숙한 멜로디의 히트곡을 불러주고, 프리하게 가다 에너지를 휘몰아치는 스테이지 운영은 본토 힙합의 차별화된 내공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사실, 여성 보컬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다. 더욱이 이틀 내내 꾸준하게 작았던 보컬 볼륨은 많이 아쉬웠다. 고음부로 치닺으며 지를 때, 귀속을 뚫고 심장을 때릴만큼 볼륨 키워주면 안될까? 아무튼, 화려한 힙합쇼는 이런 문제점을 마이너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무대는 멀리서 봐도 선의 아름다움이 확실히 느껴졌다. 이들의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전에 봐서 알지만 조명빨 받으니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현란해졌다. 물론, BBoy들은 한국이 No.1이다. 하지만, 힙합의 매력은 댄스 따로 랩 따로가 아니며 흑인들의 생활 자체에서 나온다. 거침없는 입담을 쏟아부으면서 춤추고 낙서하고 작업하는;; 그런 모습 자체가 힙합의 매력이다. 이들은 서양인들도 좋아하고 힙합 자체를 좋아하지 않던 한국인들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볼꺼리만큼이나 백인과 동양인들도 공감할만한 멜로디와 신나는 비트를 가진 것이 그들의 힘이라 생각된다.

 

Placebo, 공연 시작 전 무대 뒤를 장식하는 키스하는 해골바가지가 인상적이었다. 이중 여자가 누굴까, 궁금해하다가 좀 지나니 동성간의 키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좀 더 생각해보니 자신에 대한 키스라고 느껴졌다. '게이'인 몰코에게 소수자적 코드를 보여주는 스테이지는 또한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키스일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고 조명을 때리고 키스하는 두개골의 사진이 가지가지 빛을 내뿜을 때, 누구라도 카메라를 꺼내들어 사진을 찍었다. 몰코는 체격이 왜소했다. 하지만, 가까이서나 멀리서나 왜소한 체구가 작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철저하게 계산되고 때로는 최소화된다 싶을 정도로 절제된 움직임이 주는 카리스마는 무대가 선사하는 빛깔보다 더 화려했다. 90년대가 낳은 뮤지션 중 가장 아름다운 아티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장마비 같이 기타리프가 쏟아졌다. 몰코는 곡이 바꿀 때마다 기타를 바꾸었는데,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분위기 잡을 때 마이크를 놓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밴드는 몰코가 80%, 올스달이 20%였다. 결코 동등해질 수는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키가 훨씬 큰 기타&베이스 올스달이 무대의 전면을 나란히 나섰다. 무대를 미끄러지듯이 좌우로 움직이며 보이는 그 역시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음향은 그다지 였다. 리허설보다도 스피커 배치가 좀 이상한 것 같디고 하다. 관객들이 몰려있는 앞쪽에 고음부가 잘 전달이 안되는 것 같지만 실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공연을 즐기기에는 콘솔 쪽이 최상이었다. 사운드 밸런스도 좋고 무대 전체의 느낌이 제대로 느껴진다. 공연의 절정부에 소리가 깨지는 대형사고도 있었다. 몰코는 20세기와 21세기를 관통하는 시점에 나온 파리넬리의 재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 아이드 피스가 서양인들 만으로 하기 힘든 음악이라면 플라시보는 서양인들만 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성적으로 절제된 듯 하지만 철저하게 계산된 감정의 홍수를 뿜어낼 수 있는 것. 몰코와 올스달의 눈빛 속에는 결연함이 살아 있다. 기타를 쥐고 쓰러질 때까지 사회적 약자지만 그러기에 투쟁하며 강해지는. 난, 시네드 오코너를 연상했다.

 


 

이하 사진 Newsi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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