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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T-Square 내한공연(세종문화회관, 200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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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력이 뒷받침된 퓨전 쪽 뮤지션들은 실제 라이브 시의 에너지는 실로 막강하다. 대표적으로 포플레이가 그랬다. 앨범 상으로는 밑밑한 어덜트 컨템포러리일 뿐이지만 라이브 시 보여주는 파괴력은 상상초월이다. 이미 몇차례 내한공연을 가진 T-Square가 또 한번의 내한공연을 가졌다. 앨범 만으로도 충분히 힘차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사실, 최근 앨범 Blood Music의 파워는 사실 재즈의 그것을 넘어서 헤비메탈에 근접했다. 사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십중팔구 헤비메탈이라는 답을 듣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티스퀘어의 팬이라면 이는 메탈리카의 Load나 U2의 Pop 쇼크에 근접하다 할만하다.


어쩌면 앨범 타이틀에서 Blood는 재즈가 흘리는 피일 수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T-Square의 예전 앨범 자체에 재즈 본연의 요소라 할 수 있는 '스윙감'이 있었나 물어본다면 글쎄올시다 정도가 아닐지? 그렇다면 록이나 팝인가? 그 역시 명쾌히 답을 주기 힘들다. 완전한 Instrumental Band라 팝이라 부르기도 그렇고 록의 전형적인 곡흐름과도 차이가 있다. 록의 흐름이 암반을 깨부수고 들어가는 쾌감이나 에너지를 집약시켜 산으로 올라가는 형상이라면 재즈의 그것은 물처럼 유유자적한 면이 있다. 그렇다면 약간의 재즈쪽에 근접할 수도.


아무튼 T-Square의 이런 느낌은 단연 EWI의 사용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섹스폰이 가지는 호흡의 거칠은 맛이 거세되는 것 같아 정이 가는 악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T-Square에는 최적의 악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록기타가 주는 솔로의 드센 필링에서 오는 멜로디와 달리 EWI는 멜로디 라인이 유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이 든다. T-Square는 EWI가 리드하는 멜로디를 참 맛있게 뽑아낸다. 마치, 베컴이 택배크로스로 공을 상대 문전에 배달하듯이 T-Square의 멜로디 라인은 귀속에 한치의 오차가 없이 배달된다. 멜로디가 귀를 기분좋은 상쾌함을 선사한다면 곡에 따라 더블 드럼, 더블 베이스를 통해 강화한 T-square의 리듬 라인은 가슴을 거의 속 시원하게 두들거린다. 요즘 안그래도 파이트클럽처럼 두들겨 맞고 싶은데, 골병 들게 두려워 그러지 못했지만 공연을 통해 한풀이 확실이 했다.


첫 곡부터 엄숙한 세종문화회관의 분위기는 가뿐하게 해체되고 관중들의 무릎엔 밥말리의 'Get up Stand up'신이 강림하야 1층의 전원이 스탠드업. 관객의 상당수가 30대 이상인 것을 감안한다면 바른 말해서 퇴출당안 신모 아나운서가 자주 언급하는 운동역학에 따라 150분을 버티기에는 상당히 위험했으나 역시 월드컵 1승의 원동력 체력은 한국 관중이 최고였다. 관중 속으로 파고 들어간 후 관중들은 파쇼적 또는 광신교도적 하늘에 주먹질러 퍼포먼스가 야기되기도 하였다. 실제 공연은 이전 곡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최근 앨범의 헤비함이 상상을 초월했음에도 반응은 예전 앨범의 곡이 더 좋았다. 관객 대를 고려한다면 헤비함과 반응의 강도는 비례하지 않는다 봐도 된다. 아무튼, 한국 사람들이 '발라드' 좋아한다는 말은 뻥이다. 달리면 미치는 것이 한국 사람들이다. 마누님이 그러듯이 자기가 신경써서 만든 '발라드'가 싱글로는 좀 팔려도 공연 시간은 '아이스크림' 사먹으러가는 아이스크림 타임일 뿐이라고.


스윙감의 부재라는 측면으로 비판적으로 접근할 의도가 다분히 있었으나 공연의 결과물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어쩌면 어짜피 해봤자 흑인뮤지션의 '스윙감' 반의 반푼어치도 못갈 바에야 아예 다른 영역을 찾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록 재즈 불문하고 나팔을 밴드에 두기를 좋아하는 일본 음악계의 결과물로 T-Square처럼 완성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은 그 자체로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p.s.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력확보를 위해서 조~금 뒷자리에 앉았다. 한국의 밥질서 파괴를 위해 그리고 세종 문화회관의 사진찍기 좋은 깔끔한 조명 패턴은 실제로 불법도찰의 욕구를 참기 힘들었다. 역시 walrus는 인자기처럼 문전에서 줏어먹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10배줌의 강력한 파워를 통해 상당히 먼거리에서도 중거리슛 확실하게 땡겨줄 수 있다.


p.s.2 꽃미남 마사토 혼다의  T-Square시절 사진을 보니 머리에 참기름 떡칠한 것이 지금보다 더 늙어보였다. 흰머리 빨리난 안도 상이 외모에서 앞서는 마사토상을 의식하여 이런 짓을 시켰음에 틀림없음이야. 그걸 거부하다가 잘사는 흑더형님이 그래엄 보넷 두들겨 패듯이 기타로 머리를 강타해서 탈퇴하지 않았을까하는 전혀 근거없는 상상을 한번 해본다.


Members : Masahiro Andoh (Acousic Guitar / Electric Guitar)
                Takeshi Itoh (Sax / EWI / Flute)
                Keizoh Kawano (Keyboards)
                Satoshi Bandoh (Drums)
Support Member : Shingo Tanaka (Bass)
Special Friends : Mitsuru Sutoh (Bass)
                         Hiroyuki Noritake (Drums)S
                         Takahiro Miyazaki (Sax /EW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