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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야구

가득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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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자이언츠 클럽


 

통산방어율 4.52, 15년 동안 거둔 승수는 30승도 안된다. 그렇다고 한 때 이혜천처럼 미트가 찢어질 것 같은 강속구를 가진 것도 아니다. 한참을 봐도 140을 찍는 건 보기 힘들고 135 간신히 넘기는 직구로 좌타자 바깥쪽 흘거가는 볼로 초구를 시작하는 모습이 오히려 익숙하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인 불같은 강속구로 윽박지르며 Dominant한 피칭을 보여준 적이 없고 그렇다고 무브먼트가 좋거나 매덕스나 송진우처럼 공반개로 왔다갔다하는 제구력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2003년 팀이 꼴지를 하는 것이 익숙해졌을 때 81경기 5.80의 방어율은 이제 은퇴하기전에 마구 쓰는구나 생각까지 들었다. 사실, 이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그냥 상대타자가 만만해서 볼에 뱃이 나와주기를 기대하는 심정을 가지게 되고 역시 얻어맞으면 '롯데 하는 짓이 그렇지'하며 자학하는 롯데 팬 특유의 자기학대로 만족하곤 한다.

 

하지만, 올해도 6회를 넘기면 어김없이 몸을 풀고 좌타자가 나오면 나온다. 사실, 가득염이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는 것은 국내 프로야구에도 좌타자를 상대로한 원포인트 릴리프라는 개념이 성립되기 시작한 90년대에 선수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어쩌면 정말 Dominant한 내용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에 무리한 적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팀에서 소모품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매 경기 몸을 풀어야하는 원포인트 릴리프가 장수하기는 오히려 힘들다. 늘 140을 찍기 힘들었지만 우리나이로 38인 그는 15년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135 이상의 기복없는 제구력은 보여주고 있다. 또, 개막전 양준혁을 잡는 상황을 보면 이제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공을 던져야될지 눈을 뜬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이 선수를 보면 한국 야구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Role이 세분화되고 선수관리도 과학적이 되어 선수의 의지에 따라 30대 중반 이후도 성장이 가능한 환경이 구축되고 있다는 점.

하지만, 환경적인 면보다 성실한 자기 관리라는 개인의 의지 측면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성실함은 야구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된다. 홈런 50개에 열광하는 것 보다 별볼 일 없을 수도 있는 선수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보여주는 투지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짜 야구팬의 의무와 권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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