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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야구

삼성 vs 롯데 2006년 4월 8일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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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y daily
 
1. 야구의 또 다른 특성은 어떤 종목보다 순간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종목이라는 점이다. 스포츠가 다 집중력을 필요로 하지만 야구는 보다 순간에 폭발적인 집중력을 요구한다. 투수의 공이 포수의 미트에 꼽히는 동안의 시간인 0.4~0.6(이건 동네야구)초, 타구의 방향을 따라가다 글러브에 빨려들어가고 송구를 하는 몇초간, 투수가 호흡을 가듬고 힘을 모아서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구질을 뿌러야할 1,2초. 그런데, 조금 바꿔 말하자면 긴장을 위해서 집중을 다소 푸는 이완의 시간이 길다고도 할 수 있다. 긴장을 어떻게 하느냐만큼 이완을 어떤 식으로 해야할지 호흡을 익히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프로건 아마추어건 루키들이 긴장해서 실수하는 것은 그런 호흡이 서툴기 때문이다. 정말 긴장하는 것 같은데, 늘 집중안한다고 야단 맞게 된다.
 
2. 시합의  추는 집중력에서 갈렸다. 지난해 우승팀이자 절대 강자의 여유는 시합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확실한 장타력과 중심타선의 업그레이드를 이룬 롯데가 장타를 바탕으로 앞서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삼성 투수들은 너무나 조심스럽게 승부를 했고 이는 결국 두자리수 볼넷이라는 부끄러운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배영수. 두말할 필요없이 한국 최고의 구위를 지닌 선발투수이다. 최근 상황은 이 선수는 조금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롯데의 전반적인 짜임새는 좋았다. 강타선을 상대로 6이닝 2실점의 quality 피칭을 한 이상목과 무실점으로 막은 계투진. 그리고 필요한 타이밍에 필요한 방법으로 뽑아내준 타선. 하지만, 강병철의 방식이 그렇듯이 다소 투수를 많이 썼고 제일 괜찮은 이왕기는 2이닝을 던지게 했다. 이점은 투수진의 힘이 떨어지는 여름이 지나면 성적이 급강하하는 롯데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우려되었다.
또, 하일성이 지적했듯이 중심타선의 힘이 배가된 반면 주력이 처지는 문제는 10개의 볼넷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들어냈다. 정수근의 주력이 예전같지 못하는 것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 같다. 
 
3. 시합을 이기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특히, 야구는 순수한 힘의 차이보다 팀으로서의 짜임새가 승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클레멘스와 리베라, 배리본즈 9명 있으면 항상 이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 않은게 야구다. 야구는 투수놀음. 역시 마운드는 허허벌판을 혼자서 헤쳐나가야할 고독한 자리이다. 발 빠르고 정교한 테이블 세터와 한방이 있는 클린업은 조심스럽게 공 하나하나를 던져야 한다. 하위타선 가면 좀 쉽게 가고 싶어지는데,  정작 승부의 상당히 중요한 부분은 하위타선에서 얼마나 괴롭혀주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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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늘의 MIP를 뽑자면, 괜찮은 타격감을 과시한 이대호나 결승타점의 강민호, 투수로는 배영수를 상대로 시합을 잡은 선발 투수 이상목과 마무리 이왕기가 있지만 난 박기혁을 꼽고 싶다.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더 엄첨난 수비로 이상목이 지닌 개막전 선발의 부담을 덜어내주었고 4차례 모두 출루하는 것으로 꾸준하게 득점 찬스를 만들어냈다. 디테일을 본다면 더 높은 점수를 줘도 될 것 같다. 7번 타자에게 볼넷 2개와 사구 하나를 주는 동안 삼성 투수들이 던진 피칭 내용이 나빴냐면 결코 그렇지 않다. 두번의 볼넷 동안 대부분의 볼은 의미가 있는 공이었으며 4번째 볼도 모두 공 한개 정도가 낮은 높은 수준의 피칭이었다. 하지만, 박기혁은 꿈쩍도 안했다. 그냥 타석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 아니라 시선을 정확하게 고정한채 공을 끝까지 보고 판단을 했다. 볼이 두개 정도 높으면서 낮은 쪽에 정확하게 들어올 때 깔끔한 안타를 뽑아냄으로서 이를 증명했다. 수비에서나 공격에서나 이는 집중력의 결과다. 2004년 당시 아무리해도 타격은 안된다고 하던 그가 2년만의 뼈를 깍는 노력으로 클래스를 끌어올린 결과이기도 하다. 나는 이래서 야구를 좋아한다. 로또식 한방의 유혹이 있지만 성실함에는 답을 주는 종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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