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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Dream Theater 20주년 기념 공연 2006.1.19 펜싱경기장

음. 갈까말까? 고민 중 결국 갔다. 이로써 walrus의 4hit 뮤지션의 반열에 dream theater가 등록되었다. 존명이라는 한국계가 있긴 하지만 드림씨어터는 척박한 록뮤지션의 한국방문 역사에 특이할만큼 자주 오고 있는 뮤지션이다. 계속 갔지만 Train of though tour는 그다지 땡기질 않았다. 드림씨어터 적인 접근 방식이 조금은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장소는 펜싱경기장. 둥그스럼한 체육관의 경우, 사운드는 얘기할 필요도 없이 더티하다. 소리의 샤프함이란 아예 사라저버린다. 리듬과 사운드가 복잡하게 교차하는 드림씨어터의 음악에 샤프함이 사라져 버리면 영 재미없어져버린다. 접.

내가 가기로 결정한 것은 세시간반이라는 장시간의 공연시간 때문이었다. 왠지 초기의 좋은 곡을 많이 할것 같은 느낌 때문에. 데뷔 20년이 말해주는 것처럼 꽤 많은 앨범이 나왔다. 드림씨어터는 꽤 자주 왔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Access가 이번엔 사고 관리하기 귀찮아서 지정좌석제로 했는데 아무튼 플로어는 만원이었다. 이 바닥 내공 9단의 walrus는 이럴 줄 알고 스탠드로 끊었다. 앞 자리가 아니라면 스탠드가 훨씬 잘 보인다. ㅎㅎ

 

사실, 드림씨어터는 20세기의 키워드인 '극단'에 걸맞는 밴드이다. 물론, 기타면 기타 드럼이면 드럼, 특정 파트의 초절기교 뮤지션은 50억을 넘는 인구에서 꽤 많이 나왔다. 하지만, 5명의 멤버 모두 초절기교를 구사하면서도 철저한 호흡과 구성력의 거의 끝까지를 보여준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드림씨어터의 사운드는 잘하는 뮤지션 모아놓는다고 나올 수 있는 사운드가 절대 아니다. 늘 느끼는 바지만 드림씨어터의 에이스는 단연 마이크 포토노이다. 마이크 포토노이는 산더미 같은 드럼 키드처럼 산과 같은 큰 존재감을 지니는 뮤지션이다. 역시 20세기의 극단을 보여주는 하이테크 드러머 며 기본적인 공식을 한참 넘어서는 variety한 드럼의 사용과 다이내믹한 리듬의 배치로 승부하는 드러머다. 하지만, 그런 마이크 포토노이에게도 더 중요한 것은 드럼을 치는 터치 하나하나가 명쾌하게 해석된다는 점이다. 사실, 마이크 포토노이는 밴드에 있어서 베켄바우어같다는 생각이 든다. 튼튼한 안정감을 주면서도 수시로 밴드를 리드하며 때로는 앞으로 과감하게 전진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이크 포토노이와 함께 견고한 리듬라인을 구성하는 존명은 이번에도 역시 나서지 않지만(숱한 내한공연에서 한국계지만 멘트 하나 없이 음악으로만 얘기했다) 꾸준히 긴 생머리의 배치를 마치 엘라스틴 샴푸 광고하듯이 한번씩 흩날려주는 센스를 보여주곤 했다. 드림씨어터의 사운드 특성 중 하나가 각 파트가 탄탄한 텐션을 가지며 달리다가 한 파트가 (다소 아니 충분한 기교의 과시를 보여주며) 앞으로 뻗어나가면서 쾌감을 주는데에 있는데, 존명의 경우는 절대 곡의 호흡을 끊어먹을만큼 나서는 일이 절대 없었다. 존 페트루치는 여전히 짧은 머리에 멋들어진 수염을 한 채 긴 다리를 과시하는 특유의 절제된 자세로 기타를 보여줬다. 모두 튀는 연주력을 보여주는 각 파트를 지닌 드림씨어터에 있어서도 결정적인 순간의 아드레날린은 리드기타에 의해 폭발한다. 존 페트루치는 기본적으로 솔로잉을 멜로디컬하게 뽑아낼 줄 아는 기타리스트이다. 이전의 공연에서 조단 루디스는 클래식에 기반한 탄탄한 개인기로 놀라움을 줄 솔로잉을 보여줬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마치 슬라이드 기타 사운드같은 동양적 느낌의 앰비언트 솔로를 선보였다. 연주에서 완벽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드림씨어터는 여전히 케빈 무어의 그늘을 지우기 쉽지 않다. 멜로디라인으로 리드하는 기타와 키보드 간의 균형이 케빈 무어가 탈퇴하면서 존 페트루치 쪽으로 기운 건 어쩔 수 없다. 다이내믹하게 in and out하며 곡의 맛을 두배 이상 살려주었던 케빈 무어는 그 누구도 대체하기 힘들다. 한편으로 조단 루디스는 예스의 앨런 화이트 같다. 케빈 무어 이상으로 오랜 시간 있으며 더 많은 앨범을 같이하며 더 큰 기여를 했지만, 최고의 작품은 아직 만들지 못한.

 

이번 공연에서 제일 놀아운 모습을 보여준 것은 단연 제임스 라브리에였다. 존명과 달리 개털형 지저분 헤어스타일에도 항상 마초적 거만 앵글을 유지하는 제임스 라브리에는 상당히 다이내믹한 무대 매너에도 불구하고 1시간 반을 넘기면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물론, 테크니컬한  보컬 의 교과서이지만 지구력에는 약점이 있었다. 물론, 고음부로 치고 가면서도 윤기가 흐르는 그의 보컬은 지구력상의 문제점에도 충분히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제임스 라브리에는 지구력상의 문제점을 해결한 모습이었다. 세시간의 공연을 끝까지 상당히 훌륭하게 소화했다. 물론, 거기에는 체력 안배와 성대의 손상을 막기 위한 적절한 배려도 있었지만. 아무튼 제임스 라브리에는 그런 지구력 상의 문제점 마저도 상당히 보완한 것처럼 보인다. 기본적으로 그는 노력파다. 남들은 성대가 상해갈 시점에 보다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철저한 자기 관리와 꾸준한 연습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사실, 드림씨어터가 그렇다. 단지 테크닉만으로 가능한 밴드가 아니며 기본적으로 많은 연습을 통해 밴드의 좋은 사운드를 뽑아낼 줄 안다. 공연은 1집부터 두루두루 돌아보면서 진행되었다. 대곡을 선호하는 그들 답게 몇곡 연주하다보면 한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그런데, 연습으로도 커버 안되는 것이 바로 창조력의 부재. 최근 드림씨어터의 곡들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 없다. 더욱이 마이크 포토노이의 하이테크 드러밍은 다이내믹하긴 하지만 지치게하고 오히려 그런 복잡한 구성의 미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복잡함 속에 지루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오히려 Wish you were here과 Highway star였다. Rush meet Metallica에어 알 수 있듯이 Rush의 복잡한 구성과 메탈리카의 파워를 동시에 짝 사랑한 밴드였다. 그런데, 곡의 맛을 내는 약간의 유머에서 조금은 아쉽다. 곡의 한소절한소절 variety함을 추구함에도 세시간의 라이브를 진행하면 '단조롭다'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극단'이 가지는 피곤함 때문일 것 같다. 알차게 진행하는 마이크 포토노이의 드럼이 빠졌을 때 오히려 편함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 사실, 라이브에서 가장 흥미롭던 순간은 Wish you were here와 Highway star가 연주되던 순간이었다.

 

정말 냉정하게 Images and words를 능가하는 앨범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큰 성공을 못했지만, 아류밴드를 양성하며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를 일으키는데는 성공했다. 이날 공연에서 확인했듯이 드림씨어터를 들으면서 성장한 많은 30대들이 왔다. 정작 뮤지션으로서의 가치는 트렌드가 소멸된 20년이 지나봐야 받을 수 있다. Images and Words가 20년이 되는 2012년, 드림씨어터가 Yes나 Pink Floyd만큼의 족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딥퍼플의 공연 때 오던 부축을 받으며 오던 시각장애인과 휠체어를 타고오던 분들 처럼, 그런 밴드가 될 수 있을까? 어짜피 Yes도 5번째 앨범 Close to the edge이 후 이를 능가하는 앨범은 없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가 어떻게 기억하느냐이다. '영미권'에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일본과 한국에서만은 Yes이상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일본'과 '한국'은 보다 '극단'이 잘 통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말을 바꾸자면 가장 흥미롭던 순간은 마지막 곡 pull me under를 연주하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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