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를 평가할 때 흔히들 공격적 재능이 좋은 윙백으로 평가한다. 사실, 현대축구에서 윙백은 오히려 미드필더보다 효율적인 공격 옵션이며 선수의 가치는 오히려 공격력으로 평가되는 경향마저도 있다. 본프레레가 취임한 후 첫 평가 무대였던 아시안컵에서 이란과의 8강전은 이영표의 공격적 장점이 잘들어났으며 그로 인해 사실 엄청난 명승부였다. 결과만 보다보니 본프레레를 비판하는 시발점이 되기는 했지만. 이영표는 스피드가 좋거나 순간 가속력이 탁월한 선수는 아니다. 이영표를 연상시키는 이른바 매직 드리블은 드리블의 방향을 전환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속이는 도구일 뿐이다. 이영표의 헛다리집기는 중심이 상당히 뒤에 있으며 이 자체가 돌파할 공간을 찾기 보다는 상대방이 먼저 움직이기를 유도하는 의도가 강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이 여기에 유인당하면 이영표는 두가지를 노린다. 정말, 돌파를 할 것인지 아니면 파울을 유도할 것인지. 사실, 이영표를 수비하는 좋은 방법은 속임 동작에 속지 않고 그냥 자세히 살피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이영표가 수비시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 피스컵 리용전의 이영표를 봤을 때, 다소 노쇠한 카를로스 보다 낳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 경기에서 보여준 내공은 이영표 자리에 누구를 가져다 놔도 이영표 이상으로 할 선수는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한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비록 토튼햄의 최근 몇년간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프리미어 역사에서 위치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으며 오프시즌 때 안정적인 자본력으로 좋은 선수를 콜렉션 후 향후 몇년 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프리미어의 블루칩이 바로 토튼햄이다. 더욱이 젊은 선수들이 많은 그곳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영표의 선택은 최상이었다. 그곳에서 주전은 거의 백중세라고 볼 수 있는 세계 최정상급 왼쪽 윙백으로 손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선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프리미어라는 최고의 리그에서 한 시즌 동안 얼마나 꾸준하게 자기실력을 보여주느냐다. 이는 한 경기 크레이지 모드로 상대진영을 초토화시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내공을 요한다. 실제로 PSV에서 첫해 체력적 부담이 있었던 리그 후반에 빠르고 체격이 좋은 상대 사이드 어태커에 수없이 돌파를 당했던 좋지 않은 기억도 있다. 특히, 이영표처럼 체격적 조건이 안좋은 선수에게는 남들보다 더 뛰어야 하며 빡빡한 리그 일정에 결코 쉽지 않다. 아직까지 이영표가 빅리그에서 보여준 것은 거의 없으며 지금부터 써가야 한다.
박지성
박지성은 비슷한 선수를 찾기 힘든 선수다. 일단, 공이 있는 곳에는 거의 눈에 띌 정도로 많이 움직이지만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줬던 시즌은 없다. 그런데, 빅리그의 명장들은 오히려 그를 2선 공격수로 중용을 한다.
수비시 박지성은 일단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나 그 다음 패스가 예상되는 선수에게 접근해서 거칠게 압박한다. 패스를 끊어버리거나 압박해서 아군의 빠른 역습을 끌어낸다. 하지만, 전형적인 중앙미드필더에게서 요구되는 점인 위험지역으로 공이 투입되는 길목을 차단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박지성의 수비스타일은 철저하게 빠른 역습을 유도하는 쪽에 최적화되어 있다. 비에이라와 같은 좋은 활동력과 더불어 위험지역으로 투입되는 공을 차단하는데에 강점이 있는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지 않는다면 박지성이 미드필더로 기용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공격시 박지성은 유리하지 않은 체격적 조건에도 볼경합 과정에서 일단 자기볼을 잘 만드는데에 강점이 있다. 볼경합시 항상 상체를 기민하게 집어 넣은 후 중심을 낮춘다. 상대방과 아군의 움직임을 동시에 살핀 후 볼을 내어주거나 갑작스럽게 가속시켜 상대방의 마크를 뚫고 나온다. 드리블 시에는 잦은 푸트웍을 지양하는 대신 낮은 자세와 긴 피치를 쓴다. 이 역시 동료와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강점이 있다. 상대방의 약점이 파악되면 날카롭게 파고 드는데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거나 적어도 파울을 얻어내는 건 그만큼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한 상태에서 드리블을 하기 때문이다.
문전에서 세밀한 터치는 여전히 문제점이다. 어짜피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로 기용될 것이 확실하다면 팬들이 원하는 공격포인트가 많지 않다면 주전으로 확고한 위치를 가지는데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아무리 퍼거슨이 요구하는 스타일에 맞다고 하더라도, 또 퍼거슨이 외풍에 휘둘리지 않는 스타일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루드 영입 후 스타일이 다소 바뀌기는 했지만, 퍼거슨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늘 미드필더 진의 공격력에 의존하는 바가 컸다. 박지성 역시 꾸준하게 시합에 나오면서 리그 전체를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시즌 지나면 입지는 또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축구 종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구단과 Sir이라는 작위를 받는 알렉스 퍼거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박지성은 거기에서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p.s.1 지금의 첼시는 어느 팀이라도 이기기 힘들어 보였다. 공수전환 시 항상 숫적 우위를 점하는 건 완전 무링요의 마법이다. 특히 램파드에게 한 짓은 완전히 흑마술 수준이다.
p.s.2 6시간 동안 프리미어 5경기 중계. 골과 레알의 개봉까지. 이게 꿈인지 생신지.
자국중심적 사고방식이 고마울 따름.
p.s.3 부드바인 젠덴의 비상을 알릴만한 멋진 골. 반데메이데의 버밍엄 데뷔.
이번엔 둘다 국대에서 조금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최근 10년간 오렌지의 왼쪽은 항상 화제꺼리가 되어왔다.
p.s.4 혜숙이, 비티, 바셀, 앤디 콜까지. 루니와 데포로 인해 안그래도 힘든 국대 공격진과는 빠이빠이를 할 멤버들이 UEFA컵 타겟의 팀에 줄줄히 포진한 것을 확인.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각종 리그 돌아가면서 득점왕 근처에서 놀고도 월드컵이 모예요?하며 미들스브로에서 골세러모니 개발협회에 수장으로 역할에만 관심을 가지는 하셀바잉크가 섭해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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