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라는 곳 두 시간 내에 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개인적으로‘민족’이란 개념의 비과학성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그래도 문화에 있어서 지역과 인종의 영향력은 절대적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재즈’와‘블루스’를 흑인 아닌 이들이 결코‘진짜’를 할 수 없는 것 처럼, ‘이베리아’의 음악과 춤도 그 지역 사람이 아니라면 불가능해보였다.특히 춤사위에서 느껴지는 관능미와 긴장감,가속도 등은 그들의 특질을 결정짓는 조건과 같다.그리고 그들의 문화 속에 음악과 춤의 동기는 아주 강력한 편이며 풋스텝의 비트가 뽑아내는 리듬은 음악에서도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화는 꾸며진 무대 내에서 대사 없이 스페인의‘진짜’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공연의 컴필레이션이다.기타가 만들어진 나라 답게 기타나 기본적인 타악기 반주로 진행되는 곡이 많았다. 이베리아는 라틴,이민족,북아프리카,아랍의 문화가Mix-up되어 있는 곳이다.이 영화 속에서 나는 이슬람의 영향을 예상 이상으로 많이 느꼈다. ‘이슬람’의 종교적 특성상 성에 대한 억압이 강한데 그것과 그에 대한 저항심 사이의 강력한 텐션이 그곳 문화의 또 하나의 특성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영화는 단순한 공연 실황 이상의 느낌을 준다.물론,실제 공연은 완전 다른 매력을 주지만.무대의 배치와 카메라웍이 춤사위의 선을 가장 아름답게 뽑아내는데 주력하고 있다.조명은 사람의 얼굴을 드러내기 보다 오히려 상당 부분 감추는데 주력하고 있다.어쩌면 진정한 섹시함은 감춤에서 나온다.훌러덩 다벗는 것보다 약간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쇄골의 느낌이나 살짝 드러나는 복숭아뼈.얼마나 섹시한가? (어제 본 한 여성분의 복숭아 뼈가 아직도 머리 속에 맴도는 walrus)또,관객이 느끼는 다이내믹스는 움직일 때보다 빠르게 가속하기 전의 휴지 상태에 더 크다.사실,나는 메틀형들의 속주 연주보다 파코 데루치아의 플라멩고가 훨씬 빠르고 다이내믹하게 느껴진다.바로 폭발하기 직전의 긴장감을 나타내는 휴지의 존재감 때문이라 생각된다.
영화의 끝 부분 두곡은 의미심장했다.스페인은 또한 피카소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비닐과 조명만을 사용해서 억압과 자유에 대한 욕망을 아방가르드한 에너지를 뽑아내는 작품은 이베리아의 문화가 현재 진행형임을 힘주어 강변하고 있다.그리고 많은 청소년 들이 개때 같이-실제로개4마리 이상 몰려다니는 것을 본적도 없으면서 그냥 머리 속 상상만으로 이런 표현을 즐겨쓰곤 하는walrus-나와 춤을 추는 마지막 장면 역시 전통 속에 미래가 어떻게 있는지를 따뜻한 시선 속에 담아내고 있다.
이베리아(Iberia, Spain/France, 2005, 99min)
감독: 카를로스 사우라
미니멀한 배경 앞에 이름이 소개되고 무용가가 등장한다. 차례차례로 이어지는 스페인집시의 영혼을 일깨우는 듯한 그들의 춤은 단순하지만 기품 있고 우아하다. 그들의 에피소드들은 개연성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무수한 감성을 뒤흔드는 힘을 보여준다. 공연의 준비과정과 리허설, 그리고 춤의 탄생까지 카메라는 열정과 독창성이 가득한 춤의 세계를 여행하고 관객은 화이트스크린과 거울, 화려한 조명들이 난무하는 창작의 세계의 증인이 된다.
평생을 스페인의 영혼과 무관한 영화를 만든 적이 없는 카를로스의 사우라의 이번 영화 역시 스페인의 저명한 음악가 아이작 알베니즈를 기념하며 만들어졌다. 후기에 접어들며 정치적인 주제보다는 스페인의 춤과 음악에 담긴 영혼을 탐구했던 그는 이미 <탱고> <카르멘> 등을 통해 춤과 음악에 대한 그만의 해석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영화 역시 열정적인 플라멩고과 클래식, 현대무용이 혼재되어 있는 독특한 영화이다. 그리고 <이베리아>는 스페인의 춤과 음악이 배출한 세계적인 스타들을 만나는 드문 기회를 주는 영화이다. 스페인 국립발레단의 아이다 고메즈는 물론, 국제적인 스타 사라 바라스, 안토니오 카날스 등이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엔리코 모렌테의 음악에 맞추어 숨막히게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감독: 카를로스 사우라
1932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카를로스 사우라는 10대부터 사진을 시작했고 16mm필름으로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스페인 내전에 대한 경험은 이후 그의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52년 마드리드영화연구소에서 연출을 배운 후 정치적, 도덕적, 종교적 억압이 일으키는 위선과 폭력, 그리고 성적인 문제들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사냥>(1967),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사촌 안젤리카>(1973) 등 사우라의 영화 속 인물들은 과거의 그림자에 깊이 얽매어 있으며,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결합시켜 좋은 조화를 보여준다. 이외에도 칸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은 <까마귀 기르기>(1975), 역시 칸영화제에서 공로상을 받은 <카르멘>(1983) 등의 영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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