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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만담

블루스 7부작에 대한 촌평

전체 총평
너무나 감성적인 시리즈 물이다. 많은 노인들이 여기서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심지어 94살도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와중에서도 블루스와 함께하는 순간에서는 믿을 수 없는 집중력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뿜어내곤 했다. '블루스=인생'이라는 신앙에 가까운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리라.

전혀 과장없이 젊은 뮤지션들의 연주로는 도저히 따라가기 힘든 면이 있었다. 인생의 깊이가 아니면 절대 낼 수 없는 부분. 확실히 그런 것이 있다. 사실 목화를 따면서 백인에게 얻어맞으면서 살아온 그들의 인생은 설움이 적지 않았음에도 그들의 표정 속에는 '분노'보다는 '온화함'이 있었다. 아마 그런 억울하고 서러운 인생마저도 블루스를 통해 승화시킬 수 잇는 포용력 때문이 아닐까. B.B.King과 같이 리무진을 몰고다닐 정도로 성공한 뮤지션 마저도 부자의 거만함보다는 인자한 동네 할아버지의 따듯함이 느껴진다.

여기 나온 모든 감독들과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뮤지션과 감상자들은 블루스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을 표현한다. 자극적인 지금의 음악을 듣는 이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그런 마음의 1/1000 정도는 느낄 수 있다.

블루스가 현대대중음악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점도 이 점이 아닐까. 20세기 초의 천재 블루스 뮤지션들은 가사2, 후렴구2의 형식의 노동요 속에 들어있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아니면 비유적으로 들어낼 수 있는 스토리 탤링의 방식을 개발해낸 것이다.

마틴스콜세지의 고향으로 가고 싶다(Feel Like Going Home)
미시시피에서 말리까지 블루스의 가장 원초적인 코드를 찾아가기 위한 여행. 스콜세지의 이 작품은 블루스의 가장 근원적인 면을 찾으려 하고 있다.
“나는 언제나 블루스 음악에 친근감을 느껴왔다. 음악을 통한 스토리텔링의 문화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황홀하고 매력적이다. 블루스는 굉장한 감정적 울림을 지닌 음악이며 미국 대중음악의 기초가 되었다.” - 마틴 스콜세지
위에서 알 수 있듯이 마틴 스콜세지는 '블루스를 통해 흑인은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찰스버냇의 '악마의 불꽃에 휩싸여(Warming By The Devil's Fire)'
가장 재밌는 작품 중 하나이다. 개망나니 삼촌에 이끌리어 블루스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그리고 개망나니 삼촌을 이해하게 된다.
“블루스 사운드는 내가 날 때부터 제공받은 환경의 일부였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블루스는 인간 조건을 반영하는 이미지와, 유머, 아이러니, 그리고 통찰의 본질적인 원천으로서 내게 점점 중요해졌다. 나는 항상 블루스의 내용과 본질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블루스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요컨대 블루스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 찰스 버넷

리처드 피어스의 '멤피스로 가는 길(The Road To Memphis)'
블루스의 도시 멤피스에 집중한다. 전쟁이 터지면 블루스 군대에 블루스 무기를 들고 싸울꺼라는 바비 러시, 죽기 전날에도 낼 공연을 위해 짐을 꾸린 로스코 고든. 멤피스와 블루스를 사랑한 노인들의 아름다운 모습들.

빔벤더스의 '소울 오브 맨(The Soul of a Man)'
7개의 시리즈 물이 다양한 관점에서 블루스의 본질에 접근하는 훌륭한 작품이지만 이 작품은 단연 최고작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블루스 뮤지션 세 명의 인생과 현재 뮤지션의 해석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면서 블루스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려준다. '가장 아랫 세상에서 가장 위의 노래를 하는'

마크레빈의 '아버지와 아들(Godfather And Son)'
블루스의 역사와 같이 한 체스 레코드 사의 후계자가 보여주는 블루스에 대한 열정적 사랑과 힙합 뮤지션이 찾아가는 시카고 블루스의 본질. 그리고 힙합의 뿌리도 블루스라는 얘기. 그렇다. 힙합이나 블루스나 흑인들의 스토리 탤링.

마이크 피기스의 '레드, 화이트 그리고 블루스(Red, White And Blues)'
브리티쉬 인베이전 당시 영국을 휩쓸었던 블루스 리바이벌을 뮤지션의 인터뷰를 통해 조명한다. 록 역사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지만...무엇보다도 록의 전설들이 틈틈히 보여주는 짧지만 화끈한 연주는 전율을 불러 일으킨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피아노 블루스(Piano Blues)'
재즈와 블루스 매니아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 여기서 클린트우드는 레이찰스와 같은 대형 뮤지션의 옆에서 인터뷰를 하고 연주를 들으면서 너무나 행복해한다. 역시 너무나 유려한 피아노 선율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그것만으로 본전 뽑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