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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잡담

디지털 환경에 의한 변혁의 시대, 아티스트가 지향해야할 방향

디지털 환경에 의한 변혁의 시대,

아티스트가 지향해야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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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옹은 다음 회에도 출연 예정이다

 

  대중음악은 20세기적 산물이다. 20세기가 아니었다면 대중음악이 이처럼 거대해질 수가 없었다. 대중음악은 상업성과 지극한 통속성에 대한 비판 속에서도 하나의 예술로서 자리를 잡아왔다. 그렇다면 좋은 대중음악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수많은 답변이 있어왔지만 주로 미학적인 관점이든, 공공성에 대한 관점이든 특정 컨텐츠의 내용에 집중이 되었다. 또, 뮤지션의 경우, 자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그만큼 폐쇄적인 자아와 폐쇄적인 작은 사회 안에서 머무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예술이 Communication의 일환이라고 판단하는 필자의 경우, 무엇을 가지고 소통하느냐 이상으로 어떻게 소통하냐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역할

  사실,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음악은 좋은 곡과 연주 만으로 나왔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 시대의 미디어적 패러다임을 최대한 이용했기 때문에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오를 수 있었다. 이전 글에도 언급했지만 레코드라는 매체는 음악이라는 예술 컨텐츠를 상품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록이 시대를 지배했던 영웅들은 레코드란 매체가 있었기에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대중에게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이다. Sgt.Peppers나 Abbeyroad 역시 33회전 LP가 제공할 수 있는 충분한 재생시간을 총체적으로 활용했기에 나올 수 있는 작품이다. 사실, 밥딜런의 싱글, 'Like a rolling stone'의 경우, 싱글의 시간적 제약때문에 앞뒤로 나뉘어서 녹음되었는데 당시로는 상당히 긴러닝타임으로 화제를 모았다.  Philips에서 처음 CD를 만들 때 재생 시간 74분은 합창교양곡에서 인용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미디어라는 것 역시 문화적 컨텐츠의 내용을 고려한 단적인 예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사실, 74분이라는 CD의 러닝타임은 청각에만 의존한 한 묶음으로는 조금 긴 시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CD 시장이 열리면서 마스터 테입의 Remastering을 통한 새로운 시장의 개척은 90년대 초반 조용하지만 힘있는 복고의 움직임에 큰 기여를 했다.

  70년대 이후는 음악에서 영상이라는 변수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60년대 말 컬러TV가 보급되지 않았다면 화려하고 자극적이며 비주얼한 Ziggy Stardust가 지구상에 등장할 수 있었을까? 또, 80년대 MTV의 등장으로 인한 뮤직비디오는  음악의 성격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90년대 초반 빌보드 싱글차트는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영화 사운드 트랙에 사용된 곡이 장기 집권을 했었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다방면으로 공략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이처럼 매체의 특성이라는 것은 문화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느냐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며 문화 상품의 방향, 특성, 내용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러한 매체의 특성의 변화를 예측하고 잘 활용한 아티스트들이 상업적으로 예술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또, 단순히 상업적 성공을 떠나, 시대를 앞서간 탁월한 아티스트들 중 다수는 문화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관심을 가져왔다.

 

- 향후 미디어의 방향은?

  대중음악은 어짜피 유행을 타야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시대적 매체적 특성에 적절한 대응을 하고 앞서 나가야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미디어의 트렌드는 어떠한가? CD시장이 급격히 죽는 반면 DVD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03년 미국내 최다 판매 DVD타이틀의 판매량이 얼마인지 아는가? 놀라지 마시라. 2003년 11월에 출시된 '니모를 찾아서'는 미국 내에서만 두달만에 1850만장을 팔아치웠다. 18만장도 180만장도 아닌. 이글스가 Greatest Hits로 수십년에 걸쳐 세운 기록이 2800만장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경악에 가까운 판매량이다. '니모를 찾아서' DVD는 3억불에 다다르는 매출을 단 두달 동안 올렸으며 이는 영화 수익을 간단하게 띄어넘은 결과이며 렌트 등을 통해 이중삼중으로 수익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우리의 실정은 이와 좀-아니 큰-차이가 있지만 역시 DVD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동일하다. VHS가 판매용으로는 재미를 못본것을 생각하면 이런 폭발적 매출은 두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A/V의 Quality가 좋아져서 소장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과 CD를 안사면서 남는 돈을 DVD를 사는데 쓰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니모를 찾아서'나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과 같은 컨텐츠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구매력이 높다는 것도 무시 못 할 부분일 듯 하다.

  3년 안에 기존의 SD급 화질의 DVD는 조만간에 HD-DVD나 Blu-Ray와 같은 화질이 대폭 강화된 HD급 DVD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반이 CD를 통해 Remastering했던 것처럼 기존의 필름도 HD급으로 다시 뜨는 일이 빈번해질 듯 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HD급 촬영이 가능한 HD카메라의 가격이 엄청나다는 점과 HD급 Display의 보급등을 고려했을 때 HD급 DVD는 기존의 DVD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갈 것 같다. 미국의 경우,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2010년까지 NTSC방송을 중단하고 전면 디지털화한다는 발표도 몇년전 있었는데 과연 그렇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성공적인 DVD로 판매되는 미디어가 영상 위주의 미디어라는 점이다. 오디오를 저장하는 매체의 미래는? 지금 판매되고 있는 SACD나 DVD-Audio가 그지 구매력이 높지 않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온라인을 통한 유통이 지배적일 듯 하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 시장의 경우, 어느 정도 온라인 시장이 정착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빌게이츠는 놀라운 예언을 했다. DVD가 10년내로 없어진다는 것이다. 지금 Wireless Lan, UWB, Wibro등의 무선 통신 네트워크가 향후 제시할 대역폭을 고려했을 때 기술적인 문제는 없으나 아직도 많은 사용자가 Case안에 들어간 아이템을 자기의 것으로 '소유'한다는 느낌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쉽게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CD의 시장이 급격히 무너지고 온라인 음악시장이 커지는것을 고려한다면 시간이 문제인 이슈일 듯 하다. 어짜피 지금 오디오 컨텐츠의 유통 방식의 전환이 영상 시장에까지 이어지는 차원으로 해석이 가능한 일이다. 차세대 멀티미디어 컨텐츠의 저장 방식을 얘기하는 TV-Anytime Forum에서도 자신의 컨텐츠가 개인의 세트에 저장되는 PDR(Personal Digital Recorder)에 이어 네트워크를 통해 저장되는 NDR(Network Digital Recorder)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DVD와 같은 케이스에 들어간 컨텐츠가 아닌 네트워크 안에 개인적인 공간에 특정 컨텐츠를 자신의 것으로 소유할 수 있는 형태로의 전환되며 네트워크를 통한 무한한 컨텐츠의 유통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기술적인 발전이 새로운 Biz모델의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CPCM(Copy Protection, Contents Management)등 기술적 해결이 우선되어야한다. 실제로 관련 포럼 참석자는 컨텐츠의 무단 복제에 대한 대책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었다. 사실, Napster를 통한 MP3에 의한 쇼크는 기존의 영상 컨텐츠를 제작하는 업자에게도 긴장의 끈을 좋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뮤지션의 대응?

  사실, '영화'라는 컨텐츠가 여러가지 수익 모델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에 비해 '음악'이라는 컨텐츠의 상업적 파급효과는 크게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이는 대중음악이란 쪽에서 창작력의 고갈이나 주도적 트렌드의 부재라는 측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닭이 먼저냐 닭알이 먼저냐 논쟁일 수 있겠지만, 미디어와 유통환경의 변화에 따른 시장의 위축이 창작력의 위축을 불러온 면도 무시할 수 없을 듯 하다.

  우선, 멀티미디어화라는 환경을 고려했을 때 컨텐츠도 멀티미디어화도 피할 수 없는 대세일 듯 하다. 이제 대중은 새로운 형태와 자극을 원한다. 20년전 마돈나와 신디로퍼의 논쟁 때 대부분의 평론가는 마돈나를 MTV가 부른 일시적인 유행이라고 평가했지만, 마돈나는 아직도 갈수록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실제로 그녀는 미술적 감각이 탁월하며 아주 일찍부터 비주얼한 요소와 비트의 결합이 향후 20년 이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 마돈나의 경우, 비주얼한 요소의 발전이 음악적인 발전까지 불러온 케이스라는 생각이다.

  사실, 차세대 휴대용 오디오 수신장치로 계획되었던 DAB가 휴대용 비디오 장치까지 가능한 DMB로 전환된 예는 흥미로운 사실을 시사한다. 기존의 휴대용 라디오를 듣던 이들도 앞으로는 휴대용 A/V단말기를 통해 영상과 결합한 컨텐츠를 이동 중에도 보는 방향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이점은 독립적인 음악 컨텐츠가 안정된 Biz Model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뮤직비디오는 단순히 음반 매출을 위한 보조적 수단에서 하나의 독립적이며 상업적 파괴력을 가지는 장르가 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이동형 단말기를 위한 컨텐츠로는 2시간 가량을 지속적으로 봐야하는 장편 영화보다 훨씬 매력적일 수 있다.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영감이 부재한 상태에서 상업적 목적의식이 앞섰을 때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겠지만. 충분하고 다양한 실험적 요소를 고려했을 때 20대 중반의 나이를 지닌 뮤직비디오라는 장르는 아직 젊다는 생각이다.

  또, 잘 만들어진 공연 실황은 부가적인 시장을 창출해낼 수 있는 상당히 좋은 상품이 된다. 우선, 최근 들어와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공연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고 이를 DVD나 네트워크 등으로 2차3차 상품화할 수 있는 문화 컨텐츠가 된다. 물론, 좋은 상품으로의 전제조건은 멀티미디어를 구성할 각 컨텐츠가 어느 정도 이상 수준의 Quality를 가져야한다는 점이다.

  이제, 뮤지션들은 컨텐츠의 소비자와 보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짜피 10년 안에 네트워크를 통한 유통방식이 컨텐츠의 생산소비구조를 지배하게 된다면 어떤 Biz모델이 적합한지 창작자 입장에서도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몇몇 뮤지션들은 그런 측면에서 충분한 고민을 했기 때문에 큰 상업적, 음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단지 특정 악기를 잘 다루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아티스트는 문화 생산의 주체가 되어야한다. 자기가 만드는 컨텐츠에 전반적인 통제력을 가해야하며 필요하다면 다른 문화적 컨텐츠와 결합해야하고 또한 자신의 컨텐츠가 어떻게 유통되어야하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장 성공적인 모델은 바로 피터 가브리엘일 듯 하다. 피터 가브리엘의 아직까지도 명성에 걸맞는 걸작-2002년작 UP은 그해 최고의 음반 중 하나였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레이블 리얼월드를 통해 월드뮤직을 음반과 WOMAD페스티발의 형식으로 소개했고 상업적으로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리고 최근 자신이 공동설립자로 참여한 OD2(On Demand Disrtibution)를 통해 유럽 온라인 음악 시장을 석권하며 거대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피터 가브리엘이 음악적 고집과 의식이 강한 작가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런 상업적 성공의 릴레이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다. 하지만, 피터 가브리엘이 제너시스 시절 보여준 각종 기괴한 연극적 장치들도 자신의 음악의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대한 고민의 산물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는 음악 인생의 처음부터 음악을 수용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누구보다도 많이 해왔음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런면에서 대한민국의 상황은 극히 후진적이다. 뮤지션들이 문화 컨텐츠의 생산유통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히 약하며 자본에 극단적으로 종속적이기 때문이다.

 

- 마치며

  안철수는 지금 현재 우리나라 iT의 문제로 투기성 외국자본과 더불어 오프라인 컨텐츠의 부재를 꼽는다. 사실, 아주 정확한 지적이다. 지금 한국 문화 산업의 후진성과 협소한 컨텐츠는 문화가 중심이 될 21세기의 산업경쟁력에 치명적 약점이 될 것이다. 컨텐츠의 발전은 컨텐츠 창작자의 폭넓은 역량 만큼이나 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에 대한 대응이 상당히 중요한 요건이 된다.

기사작성2004.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