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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유로2004이후, 에릭손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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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즈 전 선발 출전 멤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의 유럽 최강은 잉글랜드다. 다른 강호들의 연이은 삽질도 있지만 그만큼의 자격이 충분히 있다. 잉글랜드가 유럽최강의 전력을 갖춘 것은 60년대 후반 초절기 이후 정말 오래간만의 일인 것 같다.

  유로 2000, 예선전 탈락이라는 초라한 결과를 생각한다면 4년 만에 이 정도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선, 좋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프리미어가 완전히 괘도에 오르면서 그리고 첼시가 로만 수중에 가는 등 돈줄이 몰리면서 프리미어 리그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에릭손의 역할을 절대 간과할 수 없다. 그는 팀의 밸런스를 찾아가는데 천부적인 인물이다.

  네빌-리오-캠벨-콜 의 포백은 단연 세계 최강이다. 가끔 네빌이 삽질할 때가 있지만, 지금 보여주는 스피드, 안정성, 경험 등 모든 면에서 좋은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으며 지금의 카테나치오 이탈리아를 능가한다.

  문제는 미드필더. 에릭손 초창기의 주관심사는 늘 부족한 중원의 장악력을 보완하느냐였다. 잉글랜드의 전통적 킥앤러시는 경기를 주도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한일 월드컵 전, 스콜스에게 보다 수비적인 롤을 요구하고 제라드가 본 괘도에 오르면서 중원장악력이 좋아졌다. 물론, 왼쪽 윙의 문제는 남아있었지만. 유로 2004를 통해 미드필더 역시 완벽해졌다. 베컴-스콜스-램파드-제라드는 철의 중원을 구축했다. 보통 442에서 중원은 측면과 중앙, 수비형과 공격형 등으로 나뉘게 되는데 잉글랜드의 4백은 이 개념을 넘어 고르게 공수를 부담하는 포메이션을 구축했다. 이는 4명의 미드필더가 모두 수비력과 공격력의 밸런스를 갖춘 선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고른 득점포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포드진의 득점포를 보완했고 4명은 수시로 측면을 파고 나머지는 역습에 대비하는 등, 안정감과 장악력, 공격을 풀어가는 능력까지 퍼펙트한 경기력을 보였다. 아주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공격적인 드리블로 혼자서 마술을 부릴 수 있는 창의적인 미드필더가 없다는 점인데, 조콜의 성장이 아쉽지만 이 정도면 미드필더도 최강이라 할만하다. 에릭손 이전의 잉글랜드는 어느 팀과 붙어도 장악하지 못하고 조마조마했다면 지금의 잉글랜드는 그 어떤 팀과 만나더라도 항상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팀이다. 엄청난 변화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포워드진. 에밀 헤스키는 여러모로 팀플레이가 가능한 공격수지만 득점력이 너무 저하되었다. 오웬의 폭발력도 떨어진 것이 사실. 오웬의 문제는 피지컬과 첫 볼컨트롤이 거칠기에 안정적으로 풀어갈 포워드로서의 밸런스는 처진다. 물론, 순간 집중력과 폭발력이 있지만.

루니의 등장으로 창의적 미드필더와 공을 잡고 열어가는 능력, 득점력의 보완 등이 모두 낳아졌다. 10대의 루니는 거의 마법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 가끔 프리미어에서도 마법을 보여줄 때가 있었지만, 꾸준히 좋은 활약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루니라는 옵션 외에도 앨런 스미스와 저메인 데포가 성장해서 포워드 진이 너무나 튼튼해졌다. 루니, 스미스, 데포 모두 밸런스를 갖춘 포워드라는 큰 장점이 있다.

  유로 2004 이후, 미드필더의 맏형 스콜스가 국대 은퇴를 선언했다. 문제는 제라드가 부상을 입었다는 점. 지난 10일 열린 웨일즈 전에서 에릭손은 새로운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4312...루니의 성장에 에릭손은 루니를 1에 놓고 3을 두텁게 수비적으로 강화된 롤을 부여했다. 니키버트의 수비력과 램파드, 베컴의 밸런스로 경기를 장악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절대 쉽지 않은 웨일즈를 상대로 2:0 완승. 에릭손의 팀의 밸런스를 찾아가는 능력은 가히 경이적이다. 늘 프리미어를 보면서 선수 선수 특성을 파악하는데 전력을 다하는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웨일즈야 어짜피 프리미어식 노가다로 대응을 한다고 했을 때, 3명의 빠른 포워드로 맞짱을 떠서 제합해버린 셈.

  문제는 경기 중 베컴까지 부상을 당했다는 점. 유로 2004 철의 미드필더에서 램파드만 남았다. 에릭손은 어떤 마법을 부릴까? 역시 4312 등 433의 변형이 유력시 된다. 하지만, 프리미어식 축구를 구사하는 웨일즈가 아닌 다른 끈끈한 팀을 상대로 얼마나 좋은 장악력을 보여줄지가 의문이다.

  사실, 에릭손에게도 문제가 있다. 에릭손의 강점이 팀을 안정적인 밸런스를 가지는데에 있다면 문제는 과감성이다. 한일월드컵 당시 브라질 전이 그 얘. 심판의 오심으로 딩요를 퇴장시켰을 때, 천재일우의 기회에도 너무나 과감한 배팅을 주저했기에 허탈한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히딩크나 스콜라리, 퍼거슨 식의 뚝심으로 하는 축구는 아니라는 점. 에릭손은 확실히 최강급의 전력을 구축했으나 월드컵 꼭대기 까지 가는데 필요한 승부스를 어떻게 둘지는 두고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