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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유로2004 네덜란드 경기 분석

봄멜의 부상은 사실상 치명적이었다. 1차전 독일전에서 들어났듯이 제공권에서 전혀 우위를 지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원 장악력이 떨어진다. 중앙에 세명을 둬야하는 부담 때문에 433에서 변화를 둘 여지가 아주 줄어들었다. 봄멜의 대타로 뽑은 보스펠트는 호흡 한번 제대로 못맞춰 보며 시합에 나온 결과는 참담했다. 덕택에 클루이베르트는 20명의 필드 플레이어중 유일하게 시합 못뛴 선수가 되었고.

현재, 봄멜의 역할은 네덜란드에서는 절대적이다. 수비형 미들이 갖춰야할 역할인 수비력, 제공권, 활동력, 볼키핑력, 강력한 중거리슛, 그리고 패싱력을 고르 갖춘 유일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멀티플레이어 코쿠는 노쇄했고 이전의 활동량을 못보여주는 다비즈는 드리블 미스로 위험한 장면을 자주 노출했다. 시도르프는 보다 공격적인 역할을 했어야 했다.파워와 제공권을 의식한 나머지 스네이더의 용도는 상당히 제약이 많이 따르게 되었다.

내가 보기론 더욱 큰 문제점은 반브롱크호스트, 라이지거가 전혀 성장을 못한게 아쉽다. 나는 개인적으로 90년대를 대표하는 선수-전술적 개념에서-로 호베르토 카를로스를 꼽는다. 윙백의 오버래핑, 가공할 킥력, 중원쟁탈전에 적극적 참가 등으로 포지션의 개념을 바꿔 버렸다. 풀백이나 윙백이 오버래핑은 필수조건이며 전통 윙어보다 더 파괴적인 옵션이 되어버렸다. 반브롱크호스트와 라이지거는 바르셀로나나 아스날 등에 몸담으면서 전혀 성장을 못했고 상대와 매치업에서 강팀이라면 열세를 띄게 된다. 상대 측면 자원에 늘 뚤릴지 불안해야 하고 그것은 윙포워드의 수비부담 마저 증가시켜버렸다. 따라서 전통적인 강점인 측면에서의 파괴력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버렸다. 수비가 불안하더라도 젠덴이라는 옵션을 너무 아낀 것은 아쉽다. 윙포워드라도 좋고 윙백으로도 꽤 많이 뛰었고 상당히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는데, 1차전 부진으로 기회를 잃어버렸다.

중앙 수비진도 아쉬움이 남는다. 호플랜드가 성장이 정체 아니 퇴보 되면서 중앙수비진은 스탐-부마고 부마가 부상이었을 때 프랑크 드부어가 나왔다. 스탐이 안정적이라 유지할 수 있었지만 불안한 장면이 적지 않았다. 이 모두 전통적인 강점인 경기를 장악하며 패스게임으로 풀어갈 여지를 막아버렸다. 아무튼 이것은 시도르프-코쿠-다비즈를 수비력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아드보캇의 선택은 비교적 정확했다. 결과론에 있어서 부분적인 아쉬움은 있겠지만. 4강까지 갈 수 있는데는 루드와 롭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상대적으로 반데메이데가 철저히 부진했고 오히려 수비적인 롤에 국한된 반면 롭벤은 잡으면 상대의 측면을 유린했다. 주로 왼쪽이었지만 현재 윙포워드의 추세대로 우측에서도 자주 눈에 뛰었다. 롭벤이 확실한 활약을 해주고 433이 굳어지면서 이 대회의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반더바르트의 기회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쓰기엔 제공권과 장악력이 예전같이 못하다는 점이...역시 봄멜의 부재가.

중앙미들의 2선 지원이 부족했음에도 루드의 볼키핑과 결정력은 4강의 원동력이었다. 파울을 적게 불고 공인구의 움직임이 변화무쌍한 이번 대회 특성 상 원톱이 살아남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과의 결승골과 같은 원더한 피니쉬와 더불어 활발한 움직임과 볼키핑에 이은 연결까지 루드가 아니면 누구든 불가능한 역할을 해냈다.
셋피스와 공격진의 제공권을 원할 때는 반호이동크, 포워드로서의 움직임과 결정력을 원할 때는 마카이를 썼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아무튼 클루이베르트에게 기회는 없었다.

하나 덪붙히자면 반데사르가 기대 이상의 상당한 선방을 해줬다는 점이다. 체코전 엄청난 다이빙으로 막아낸 슈퍼세이브와 같이 전체적으로 넓은 수비범위를 보였다.
천신만고 끝에 4강까지 갔지만 체력적으로 비축이 잘되있고 볼핸들링에서 앞서는 포르투갈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롭벤은 확실히 지쳐있었고 그 상황에서 공격진행은 각이 안나왔다. 아드보캇의 선택은 제공권과 결정력을 갖춘 포워드를 투입하고 긴 패스와 제공권에 의존하는 것이었는데...그건 네덜란드의 방식이 아니었다. 결과론에 불과하지만 젠덴이라는 옵션을 살리거나 반더메이데를 먼저쓰고 오베르마스를 교체로 써서 측면 자원을 살리는 쪽의 운영을 하는게 어땠을까...결과론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