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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식회사의 1인지배체제에 대한 저항

  꽤 재밌는 이슈가 될 것 같아서 퍼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드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초대형 구단의 경우에도 이런 일이 있다는 건 상당히 재밌는 부분이죠. 예전 서울 FC의 시민구단화 얘기가 나올 때 전형적인 모델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식회사였습니다.
  북잉글랜드의 노동자들 위주로 구성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즈가 다소간의 계급적 의식을 지닌다는 점, 소액주주의 외국 자본의 유입 및 1인 지배체제의 반대, 막강한 재력의 1인지배 체제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좋은 선수의 영입으로 전력이 강화되기 보다는(첼시의 경우 그렇습니다) 축구를 모르는 구단주의 돈놀음으로 구단이 황폐화될 꺼라는 우려 등...
  저는 개인적으로 그 동네는 축구가 되었건 음악이 되었건 문화 전반이 계급성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지역성도 있지만 그곳의 지역성은 계급성과도 철저한 연관성을 지니니까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를 통해 한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들어내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문화에 특별한 사회성을 담기 이전에 자기중심성을 찾는게 우선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1인 지배 체제에 대한 거부를 위한 조직적 운동은 자본주의라는 틀안에서의 소극적 거부라는 확실한 한계를 지니지만  재벌 및 외국자본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무비판을 강요하는 우리사회에서는 꽤 재밌는 이슈로 느껴집니다.

 
[펌]사커라인
런던 증권거래소는 현지 시각 월요일 미국 스포츠재벌 말콤 글레이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분을 종전의 19.2%에서 25.3%로 늘렸음을 공식 확인했다.

미식축구 탬파베이의 구단주 글레이저는 지난 금요일 증권거래소 폐장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식을 주당 5.13달러의 가격으로 15,390,736주 매입함으로써 25.3% 지분에 도달, 맨 유나이티드 최대주주 세력인 아일랜드 경마재벌 존 매그니어와 J.P. 맥마너스의 '큐빅 익스프레션'이 보유한 28.89%에 바짝 접근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에 관심을 보여 화제를 불러일으켜온 스포츠재벌 글레이저는 최근들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영이사진과 구체적 협의에 나서는 등, 마침내 인수를 위한 본격적 행보를 내딛는 것으로 보도되어 왔다. 런던 증권가에는 '바로 이런 순간을 기다려온' 투자의 승부사들인 매그니어와 맥마너스가 자신들의 주식을 주당 3파운드 가격으로 글레이저 측에 제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나돌아왔다.

하지만 세계적 언론재벌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이 유럽 굴지의 방송사 'BSkyB'를 앞세워 6억2천3백만 파운드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하려던 계획이 해를 넘기는 공방 끝에 99년 좌초됐을 당시 "유나이티드 사수"를 외친 가장 강력한 저항군이었던 서포터들과 소액주주 군단은 이번에도 변함없이 '글레이저 결사 저지'에 나서왔다. 유나이티드 경영진과 글레이저 측의 접촉이 공식 확인된 직후인 10월 초순에는 경영진 한 사람의 승용차가 이들에 의해 훼손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10월 중순에 이르러 글레이저와 매그니어-맥마너스 간의 주식에 관한 협상이 결렬, 글레이저의 인수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맨 유나이티드 구단 측으로부터 흘러나온 바 있으나, 이 소식에도 불구하고 글레이저는 거의 같은 시기에 자신의 보유 주식을 대폭 증가시킴으로써 유나이티드에 대한 식지않는 관심을 증명한 셈이 됐다.

물론 글레이저의 이번 지분 증대가 '즉각적인 인수 재도전'을 위한 전주곡은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글레이저가 맨 유나이티드를 장기적 관점의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기에 지분 증대는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 하지만 맨 유나이티드의 서포터들과 소액주주 그룹은 글레이저의 일거수일투족에 계속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부터 "유나이티드는 어느 한 사람의 소유가 될 수 없는 공동체의 자산"임을 외쳐왔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들은 글레이저의 인수가 실현될 경우, 세계에서 가장 건전한 재정 기반을 지닌 '축구 대기업'으로 성장해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삽시간에 '빚을 안고 살아가는 기업'이 될 수 있는 현실적 문제 또한 우려한다.

간단히 말해, 글레이저가 비록 미국의 스포츠재벌이라고는 하나 글레이저의 개인 재산은 '高유가 시대가 행복한 사나이' 세계적 거부 로만 아브라모비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보잘 것 없는 수준이고, 따라서 인수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 - 적어도 8억 파운드로 추정되는 - 으로부터 구단 인수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주어질 천문학적 규모의 선수 영입 자금까지도 따지고 보면 다 '부채'와 연루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

유나이티드가 글레이저에 의해 인수될 경우, 단기적으로 퍼거슨경은 첼시와 겨룰만한 거대한 선수 영입 자금을 만져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도 존재했으나, 이에 뒤따르는 예측은 그것이 '순간적'일 뿐 그리 행복한 결말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프리미어쉽에선 피터 리즈데일이 경영했던 리즈 유나이티드가 '부채를 가지고 키워진 클럽'의 불행한 결말의 본보기가 되었던 바 있다.

이와 직결되는 서포터들과 소액주주들의 반대 논리는, 그렇게 거대한 금액을 이곳저곳에서 끌어올 것이 분명한 '사업가' 글레이저 - 축구 자체에 있어서는 문외한인 - 가 '본전'을 뽑기 위해 '축구 자체를 도외시한 무리한 돈벌기 경영'에 나설 공산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축구를 '민중의 게임'이자 '가장 아름다운 게임'으로 간주해온 잉글랜드 리그의 전통에 비추어 서포터들에겐 이 또한 용납하기 어려운 일.

사실상 글레이저의 관심사는 '축구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닌 '투자 가치로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가 유나이티드를 인수하는 순간 우선적으로 올드 트래포드의 '입장료'부터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은 높은 신빙성을 지닌다.

어찌됐건 이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두 축의 거대 주주 세력 - 매그니어-맥마너스 사단(28.89%)과 글레이저 패밀리(25.3%) - 의 지분을 합할 경우 전체의 절반을 상회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또한 기업 규정에 의거 이들 중 누구라도 30% 지분에 도달할 경우 공식적인 인수 제안을 던지게끔 되어있는 까닭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인수설은 앞으로도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게될 전망이다.

- 사커라인 한준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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