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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더 팬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소외에 관한 영화이다. 사실, 제목만 봤을 때, 단순한 오락용 사이코 스릴러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최소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너무나 미국의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의 가장 일반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우선 여기서 설정된 상황은 극적이고 비정상적이다. 광적인 팬이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를 위해 경쟁선수를 죽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마저도 괴롭힌다는 그런 내용은 해외토픽기사에서도 발견되기 어려운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하는 점을 살펴보기 위해 주연을 맡은 로버트 드니로라는 배우와 주인공의 캐릭터를 보자. 사실, 고정 관념과 탁월한 배우라는 배경지식을 벗고 봤을 때, 로버트 드니로라는 인물에게서 어떤 매력을 쉽게 찾기 어렵다. 그리 잘 생기지도 튀게 못생겨 웃기지도 않은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씁쓸한 웃음이나 표정을 찡그릴 때도 가장 자연스러운 일반인의 연기일 뿐이다. 그러나, 케이프피어, 택시 드라이버 등 그의 대표작에서 발견되는 캐릭터는 평범한 캐릭터가 아니다. 거기서 로버트 드니로가 가지는 배우로서의 장점과 이영화에서 나타내고자하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알 수 있다. 로버트 드니로는 위에서 말한 미국인의 보편성-이탈리아계라는 특수성도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보편성을 대변한다고 할까...-를 지니면서 그 속에 발산되지 못한 광기를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설정된 캐릭터도 너무나 보편적이다. 인정받지 못하는 샐러리맨, 야구와 롤링스톤즈의 광, 아들에 대한 소유의식....등 미국인이 지닐만한 보편성은 다지닌 샘이다.

그러면 왜 이 작품은 소외를 다룬 작품인가. 소외란 우선, 자신이 생산해낸 노동가치가 자기것이 되지 못하고 착취당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의 생산력까지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 소외의 최종적인 단계이며 이것이 현대자본주의의 현실이며 가장 최첨단 자본주의국가?인 미국에서도 주 일반적인 현상일 수 있다. 여기서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직종에 대한 자부심, 자신만의 고유한 능력, 장인정신같은 것은 최대 이윤창출이라는 자본주의의 논리하에 여지없이 짓밟혀버리고 만다. 그리고 주인공은 실직이라는 노동력의 상실 상태에 왔고 이러한 결과로 가정생활까지 파탄을 가져온다. 자신의 노동력까지 상실한 주인공은 소외를 '자신의 것'을 만듬으로써 극복이 아닌 도피를 하게 된다. 이는 후기 독점자본사회에서 피착취계층에게서 가장 흔히 발견될 수 있는 것으로 프로야구와 롤링스톤즈로 대변되는 대중문화는 여기서 아편역활을 톡톡히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아편이나마 없으면 지금 사회를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주인공에 투영된 미국의 소시민, 아니 우리의 모습은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조각난 가정과 아들에 대한 빗나간 애정, 그러면서도 자식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해가는 모습마저도 정말 미국이라는 사회가 안고 있는 전형적인 문제점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측은하기까지한 주인공의 상황은 삐뚤어진 자아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왜곡된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선택권을 상실한 채 던져진 피투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말부마저 소외라는 개념과 이어진다. 만일 단순한 심리 스릴러를 추구했다면 보다 극적인 결말부를 설정할 수 있었다. 결국 주인공이 찾은 삐뚤어진 탈출구는 처음에는 극단적인 것으로 보였지만, 사실, 주인공은 삐뚤어진-사실, 결말부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광기마저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사살된다- 결단마저도 내리지 못한, 최후의 선택권마저도 상실한 채, 단지 사회의 쓰레기로 매장되고 만다. 사실, 이는 단지 사회의 쓰레기로 묻혀지는 대다수의 모습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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