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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최신

브라스와 함께하는 댄스타임-그루브올스타즈vs. 커먼그라운드

 아주 개인적일 수 있는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밴드음악이 약하다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듯 하다. 밴드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트 간의 호흡인데, 음악을 좀 알아갈때 쯤 되면 군대를 가야하고, 법제도적인 문제로 관중과 같이하거나 연습할 공간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될 듯 하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문제일 듯 한데, 밴드규모가 클수록 음악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록밴드의 기본 편성을 넘어서는 대형 편성의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할 듯 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대형 편성의 밴드가 많지 않았으며 있다하더라도 보컬이나 한명의 리더를 서포트하는 수준이었다.

최근 브라스를 포함한 대형편성의 두 팀이 음반을 냈다. 바로 지금 소개할 그루브 올스타즈와 커먼 그라운드이다. 두 팀은 공통점이 꽤 많다. 일단, 브라스를 포함한 10명과 12명의 대형편성이라는 점과 흑인 음악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세션맨 출신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밴드라는 점, 언더 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 적당히 즐기기 좋은 음악이라는 점.
최근 사운드홀릭에서 9월 17일 금요일은 그루브 올스타즈가 9월 19일 일요일은 커먼 그라운드가 출연했으며 자라섬 재즈페스티발 역시 댄스 스테이지에서 연이어 연주하면서 필자의 비교 욕구를 자극했다.


그루브 올스타즈의 'Disco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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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의 진정성을 생각하는 전통적인 록평론가들은 70년대 디스코를 록의 시대에서 기억하고 싶지않은 암흑의 시절로 기억하는 것 같다. 60년대 사이키델릭이 가진 사회성과 70년대 초반의 음악이 가졌던 자기중심성을 고고장의 춤바람으로 상징되는 통속성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평론가들은 이렇게 까대 놓고 나중에 가서 재평가니 이런 말을 늘어놓는다)

그루브 올스타즈는 비지스와 어스 윈드 앤 파이어 같이 70년대 고고장을 사로잡았던 디스코와 댄스음악을 추구하는 듯 하다. 그들의 음악이 추구하는 1차적 목표는 일단 청자의 몸을 흔들게 하는데에 있다. 첫곡 Dance Tonight 부터 점잔 빼지 말자고 한번 놀아보자는 식이다. 후렴구마다 빵빵거리는 브라스, 통통 튀는 베이스와 기타의 그루브, 적절하게 삽입된 오르간에 비지스나 흑인 싱어들에게 자주 들을 수 있는 느끼한 가성까지. 신나는 사운드를 위해서라면 어떤 통속적 시도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의 앨범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단연 혜은이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제3 한강교'. 익숙한 멜로디의 곡을 리드미컬하게 리메이크하는 것은 어쩌면 히트곡의 가장 쉬운 공식일 수도 있다. 이 곡 뿐만 아니라 전체 앨범에서도 성인가요적인 냄새가 짙게 풍긴다. 사실, 중년 남성에게 성인가요만큼 춤바람을 자극하는 음악이 어디 있는가?

그루브 올스타즈는 두명의 건반주자와 기타, 베이스, 드럼, 트럼펫, 트럼본, 섹스폰, 퍼커션 그리고 보컬까지 10명으로 구성된다. 각 멤버들은 조성모, 김건모, 이승철, 이선희, 신승훈, 빅마마, 휘성, 지오디, 이은미, 박효신, 신효범, 신촌블루스에서 강타, 문희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류 뮤지션들의 세션을 해왔다.


각 파트에서 뿜어내는 다양한 사운드가 치고 빠지지만 어디까지나 중심은 한국의 보컬에 있다. 그루브 올스타즈는 디스코와 같은 보컬 위주의 흑인음악에 가깝다.

그루브 올스타즈는 신나지만 기본적으로 어른들을 위한 음악이다. 기존의 성인음악은 너무 통속적이거나 아니면 너무 고상해져있다. 그루브 올스타즈는 지나치게 고상하지 않으면서 공연장을 찾아 즐길만한 그런 음악을 한다. 다시 말해서 이들의 음악은 성인들이 들을만한 대안음악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다.

Common Ground의 Play.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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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Ground는 만장일치라는 뜻, 결국 밴드로서의 호흡을 강조한 의미. 또한, 언더와 오버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자는 그런 의미도 있을 듯 하다. 그들의 첫 앨범

 

Play.er는 보컬을 서포트하는 조력자인 각 파트의 연주자가 오히려 주연의 위치로 격상되는 음악을 추구하는 그들의 생각이 담겼을 것이다.


커먼 그라운드 역시 세션 경력이 화려하다. 박효신, 장나라, 박화요비, JK김동욱, 빅마마, 은지원, 조PD, DJ.DOC, 리아등 다양한 오버그라운드 뮤지션의 세션을 하던 멤버들이 어바노의 테너 섹스폰 주자인 김중우를 축으로 결성되었다.


한국의 보컬에 중점을 둔 그루브 올스타즈와 달리 혼섹션과 같은 연주자로서의 위치는 커먼 그라운드의 성격에 보다 중요한 위치를 찾이한다. 밴드 편성에 있어서도 트럼펫2, 바리톤 섹스폰, 테너섹스폰, 트롬본으로 이어지는 혼섹션의 위치는 밴드를 보조하는 역할에서 더 나아가 밴드의 사운드를 리드하는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첫곡인 'Horny Play'의 트럼펫으로 뽑아낸 말울음소리에서 가뿐하게 선보인 후, '나이스 앤 이지'에서 그들의 실력을 확실하게 과시한다.

 

 

그들은 그들의 음악을 애시드 소울로 정의한다. 애시드 재즈와 펑크 및 소울의 크로스오버. 커먼 그라운드의 사운드는 그루브 올스타즈에 비해서는 확실히 재즈에 가깝다. 사실, 이들의 앨범은 Jazz로 등록되어 있고 실제로 부르주아 재즈의 결정판 블루노트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공연으로 돈 벌려면 재즈란 이름을 붙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하지만, 재즈의 즉흥연주나 스윙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오히려 펑크의 활기참과 소울의 감성에 기대는 바가 크다. 타이틀 곡 역시 solitude와 soul의 합성어에서 뽑아낸 Soulitude. EBS Space에서 디스코나 훵크 곡 리메이크하는 것을 보면서 느낀 바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너무 얌전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들이 해석한 YMCA는 원곡이 가지고 있는 관능성이나 천박함은 쏙 빼버린, 송편 속이 빠진 송편같은 느낌이 든다. 재즈건 디스코건 그건 고급문화로서의 구별짓기는 될 수 없다. 재즈란 어원 마저도 Jazz라는 속어에서 비롯되지 않았는가?

 

앨범에서 아쉬운 점은 갈수록 힘이 빠진다는 점이다. 반면, 끝곡에 전자음 사이로 흐르는 퍼커션은 상당히 신선하다. 그들의 음악이 더 많은 만족도를 주기 위해서는 단순히 흑인음악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는 것 이상의 뭔가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한다. 그들의 발전가능성은 충분하다. 23~28세의 연령대인 그들은 충분히 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음악은 나이가 들수록 잘할 수 있는 음악이다.

마치며
두 팀은 단점 마저도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 세션 주자들의 의기투합으로 만들어진 밴드는 오버하지 않고 절제된 연주로 좋은 호흡을 빠르게 맞출 수 있었지만 그것은 단점도 될 수 있다. 적당히 신나긴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특별한 자극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또한, 확실히 튀는 개성이나 도발적인 창조력 같은 것을 곡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이들의 첫 앨범은 기존의 흑인음악을 자기 식대로 매끈하게 뽑아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힘들 듯 하다. 리듬과 그루브함을 중요시하는 밴드들이 대체로 그렇지만 확 꼽히는 멜로디를 가진 히트 싱글이 눈에 띄지 않는다. 있다면 그루브 올스타즈의 제3한강교 리메이크 정도?. 물론, 대형편성이 주는 기관차와 같은 연주의 활력이 주는 매력은 공연장에서 빛을 발하겠지만 앨범의 성공을 위해서는 특히 히트곡 위주의 우리나라 음반시장에서는 좋은 멜로디의 히트곡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팀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적지 않다. 오버는 상투적이고 언더는 거칠다. 오버에서 세션으로 선보인 절제된 연주력과 언더의 자유분방함 사이에 있는 이들의 시도는 기존의 오버와 언더를 극복할 수 있는 예가 될 수 있다. 또, 지나치게 구린 트로트류나 지나치게 고상한 재즈 콘서트와 차별화시킬 수 있는 어른들을 댄스 스테이지로 불러낼 대안 음악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다. 그들과 같은 음악은 로드 밴드로서 장점이 있다. 오랫동안 활동하고 활발한 공연으로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기를 희망한다.

Groove All Stars-Disco Party
01. Dance Tonight
02. My Little Star
03. 제3한강교
04. 다 함께 춤을
05. 인생복원
06. 몽중화
07. 너를 원해 08. Sweet Time
09. Beyond The Sea
10. 너와 함께
11. Move To...
12. Stop
13. 그대여

 


Release Date: 2004/8/24
Record Label: Groove
Genre: Funky & Disco(국내)
Distribution : EMI


 

Common Ground-Play.ers

 


01. Horny Play (Intro)
02. Sexy Soul
03. Soulitude 
04. Nice & Easy
05. 상처
06. 어느 하루
07. Crystal Method
08. Celebrate the Love
09. Without U
10. COMMON GROUND
11. 소금 사탕
12. Monochrome

13. Ticket to ride

 

Release Date: 2004/5/25
Record Label: JHN
Genre: Jazz?
Distribution: Universal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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