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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최신

비행선

댄서블하면서도 몽환적인 일렉트로니카 앨범이다. 일렉트로니카의 상당수가 그렇듯 반복 속에서 지속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 이 앨범의 매력이다. 비행기가 아닌 비행선이 아닌 것은 앨범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바다속을 헤엄치는 돌고래와 같이 꿈을 꾸며 유영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탄저린 드림의 Rubycon이 연상된다. 실험적이지만 감각과 기지가 살아있기에 그다지 지루하지 않다.

이 앨범의 매력 중 하나는 록의 필이 다소 강조된 것과 ACID한 느낌이 강한 곡이 교차적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앨범을 통틀어 많이 쓰여지지는 않았지만 여성보컬은 해당 곡의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어쿠스틱한 첫곡 '아름다운 비행'에서 남상아, 에이시드한 '괜찮아'에서 ***, 포크적인 발라드 '푸른 새벽'에서의 배정현, '별'에서의 윤혜린, 스트레이트한 록사운드인 '무지개'에서 *** 등 4명의 여성 보컬은 한곡 씩에만 참여하고 치고 빠지는데...보이스 컬러를 무기로 일반적인 록에서 프런트맨이 주는 것과는 다른 강렬함을 인상을 각인시킨다.

My와 Q에 삽입된-파트.1,2에 있는 버전 모두-감각적인 기타사운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일렉트로니카의 매력이 점진적으로 긴장과 무드를 조성해나가는데에 있다면 록기타의 매력은 순간적으로 청자의 심장 박동수를 빠르게 하고 아드레날린을 폭포수처럼 분출해낼 수 있는 짜릿함을 준다는데에 있다. 이런 면에서 기타 비루투오조가 일렉트로니카에 접근한 예로 클래식의 반열에 오를만한 제프벡의 최근 3부작이 연상된다. 또한, 파트.1의 가운데 배치된 Q에서의 드러밍같은 경우는 반복적 비트라는 일렉트로니카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예가 될 듯하다.

어짜피 지상에 새로운 음악이라는 없는 시대에 좋은 작품의 기준은 좋은 재료들과 양념들을 어떤 밸런스를 가지고 버무리느냐에 따라 달려있을 것이다. 여러 명이 비교적 동등한 권한으로 참가하는 밴드 음악의 경우, 이런 밸런스를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간단한 예로 Mike Oldfield의 Tubular Bells같은 경우, 밴드 음악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한명의 멀티플레이어가 뿜어내는 집요함으로 뽑아낸 음반이라 할 수 있다. 우용욱이라는 멀티 플레이어의 역량에 의존하는 면이 강한 비행선은 그런 면에서 장점이 있다. 그리고 개성이 다른 보컬과 게스트 뮤지션의 활약은 앨범에 밴드음악으로서의 활기라는 측면을 보완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반복 속의 변형이라는 정형적인 일렉트로니카의 주재료를 바탕으로 록기타나 보컬의 삽입과 같이 기지 넘치는 아이디어라는 양념이 적당히 버무러져 맛있는 인스트루멘탈 앨범이 나왔다. 가수는 있어도 뮤지션은 없는 우리나라에서 몇안되는 일렉트로니카 팬들과 록팬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