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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필립글라스 앙상불-Powaqqatsi(2003, LG)

변형속의 삶은 그들이 제3세계라고 부르는 남반구 중심의 사람에 관한 작품이다. Koya가 회색빛이라면 Powa는 황토색의 이미지가 강하다. Koya가 장시간 촬영을 빠른 속도로 재생하며 현대사회의 속도감을 표시했다면 Powa는 그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의 단편들을 짧지만 느린 호흡으로 재생하며 보여주고 있다. Koya에서 사람의 표정이 끝부분에 와서야 나타났다면 Powa는 영화 처음부터 나온다. 이 두 영화를 동시에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식의 접근이 낳은 것 같다.

전반부는 전통의 방식대로 사는 모습을 상당히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Koya의 자극적 영상과는 달리 색감과 사람들의 표정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레지오는 각 지역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경이적으로 묘사하며 나름대로 문화의 고유성을 나타내려고 했던 것 같다. 사실, Koya에서는 음악이 영화에 타이트하게 밀착되는 맛이 조금 덜했는데 Powa는 그와 다르다. 이는 10개국에 대한 민속음악에 바탕을 둔 음악을 차용했기 때문에 영상에 그대로 묻어나기 때문일 것 같다. 강조된 타악기의 리듬감과 보컬의 비중을 강조한 것은 Koya에서 느낄 수 있었던 미니멀의 경직성을 탈피할 수 있는 괜찮은 방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트가 강조됨과 동시에 Koya에 비해 훨씬 밟고 서정적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음악 자체만 듣기도 훨씬 편한 것 같다.

전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서구 소비사회의 이미지가 급격히 오버랩되며 기술과 대도시라는 이미지로 넘어간다. 하지만 완전히 전이되지는 않으며 초반의 이미지와 여러모로 겹친다. 너무나 직설적으로 남북 문제를 언급하기 싫었기 때문일까? 세계화와 기술의 부속품이 되가는 점이 나타나긴 하지만 그 다지 노골적이지 않다. Koya의 선명한 방향성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다소 당황스러웠다. 뭔가 더 남아있을 것 같은데 Powa...의 붉은 글씨가 떠올랐기 때문에.

같이간 인간은 무대 바로 앞자리에서 졸면서 김경호 헤드뱅잉을 했는디. 나오면서 오리엔탈리즘에서 못벗어났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난 단지 주제의식이 빈약하다 정도였는데...프로그램을 보니 왜 그 정도 밖에 안되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갓프리 레지오 자체가 세계화 및 남북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미국적인 관점에서 전혀 못벗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NAQOYAQATS-전쟁속의 삶이 현대사회와 인터넷 등을 얘기한다고 해서 상당히 흥미를 가졌으나...이 정도 세계관이라면 주제의식에서는 실망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악기 편성은 다음과 같다.
Michael Riesman: 지휘/키보드
Lisa Bielawa: 키보드/소프라노
Frank Cassara: 퍼쿠션
Dan Dryden: 라이브 사운드 믹스
Jon Gibson: 목관
Alexandra Montano: 키보드, 메조소프라노
Kurt Munkacsi: 사운드 디자인
Richard Peck: 목관
Mick Rossi: 피아노, 퍼쿠션
Eleanor Sandresky: 키보드, 보컬
Andrew Sterman: 목관
Peter Stewart: 키보드, 바리톤

커다란 징같은게 있어서 결정부에 센터를 꽝꽝 때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측면쪽을 부드럽게 터치하는 그런 식이었다. 라이브 사운드 믹스와 사운드 디자인의 역할 분담이 어떤 식으로 되었는지는 적잖게 궁금한 부분이다. 사실 전체 공연에서 의존하는 바가 상당했기 때문에.

아래는 프로그램의 해설임.
<변형 속의 삶>은 ‘삶-3부작’ 중 두번째 작품으로 제 3세계 사람들이 간직한 고유함을 통해 인간 중심의 사회가 기술 중심의 사회로 변하는 부정적인 면을 그리고 있다. 기술과 대도시라는 덫이 소규모의 전통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영상은 인도, 아프리카 등 제 3세계 사람들이 간직한
순수한 아름다움을 통해 잃어가고 있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동시에 독특한 그들의 문화가 세계화라는 굴레속에 톱니를 맞추며 기술에 잠식되는 안타까움을 관찰하고 있다. 필립 글라스의 음악은 미니멀리즘과 월드뮤직, 동양음악이 다채롭게 조화되어 이국적이고 신비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변형 속의 삶>은 우리가 기술적인 진보와 소비적인 삶으로 인해 점점 잃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제작준비는 1985년 9월에 시작되었고 5개월 동안 촬영 장소를 물색하기 위한 탐험이 이어졌다. 갓프리 레지오는 브라질, 이집트, 케냐, 페루, 인도, 홍콩, 이스라엘, 프랑스, 네팔과 베를린등 5대륙 10개국을 여행하면서 <변형속의 삶>의 주제를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대도시와 시골을 카메라에 담았다.필립 글라스는 페루와 브라질 그리고 서아프리카를 탐험하며 제 3세계의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이런 활동은 그가 이전에 선보였던 토속 악기의 사용, 히스페닉 어린이 합창단과의 작업 그리고 아프리카와 라틴, 인디언과 동남아 음악의 통합을 시도한 그의 탐구적 자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레지오는 지구 북반구의 기술 지향적 사회가 남반구의 전통적 사회에 미친 충격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상은 내가 몰랐던 많은 새로운 세계의 토착적인 음악을 탐구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하여 나의 고유한 음악과 월드 뮤직의 전통이 처음으로 통합될 수 있었다.” - 필립 글라스

“<변형 속의 삶>은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인상이며 고찰이다. 이것이 작품의 주제이며 관객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주관적인 결론을 내릴 자유가 있다. 작품은 전세계적인 공동체로서 우리의 삶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 갓프리 레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