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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필립글라스 앙상불-koyaanisqatsi(2003, LG)

압도적인 영상미였습니다. 너무나 많은 강렬한 이미지를 쏟아냈기 때문에 마치 토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네요. 실제로 집에 와서도 속이 많이 울렁거립니다. 사실, 영화보다는 옆에 앉은 인간의 입냄새가 원인이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koya는 다소 먼 좌석이었는데 음량이나 화면 사이즈가 작았음에도 압도적인 이미지들에 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11인조의 편성이었습니다. 건반이 다섯개 가량되고 현악기가 안보이는...지휘자가 건반연주와 지휘를 동시에 하고 필립글라스는 우측에서 건반 연주만 했지요.
팜플렛에는 현악기의 미니멀한 선율이라고 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절대적으로 건반-그것도 일반적인 피아노 소리가 아닌 딱딱한 전자음에 의해 주로 진행된 것 같습니다.

처음과 끝에 Koyaanisqatsi가 반복되며 주제를 나타내었습니다. 기본적인 이 영화의 주제는 환경과 테크놀로지의 충돌인데,,,충돌이라기 보다는 테크놀로지가 환경을 어떤 식으로 변형하고 왜곡하여 균형을 깨뜨렸는가라고 보는게 적합할 것 같습니다.

초반에 제시된 테크놀로지에 왜곡되지 않은 환경이라는게 뭐 깨끗하고 아름답고 묘사되기 보다는 황량한 이미지의 강조로 관객의 입장에서 손길이 필요하다는 그런 느낌을 주는...그런데. 테크놀로지의 개입이 되면서 정형화된 직선이나 곡선으로 다듬어집니다. 열을 맞춘 자동차들은 탱크로 바뀌어져있고 파괴적인 영상미로 넘어가며 인위적인 손길의 위험성을 나타냅니다.

시작에 나왔던 구름의 이미지는 마천루 사이에서 반사되는 구름의 이미지로 바뀝니다. 인간은 환경 자체마저도 테크놀로지를 통해 보기 시작한 것이지요. TV에서 보는 것 처럼. 그런데 구름의 이미지는 처음의 자유로운 이미지가 아닌 건물의 네모난 유리 조각에 의해 분할된 이미지 들입니다.

영화 중반부 이후로 도시의 이미지를 과잉사용합니다. 화려한 도시의 그늘 속에 묻혀진 슬램가, 자연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건물을 재파괴하는 장면, 대량생산 사회의 모습 등. 무엇보다도 도시를 지나가는 자동차의 모습을 장시간 촬영을 빠른 재생으로 속도감있게 나타내는데 그속에 다소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달의 모습이 대비됩니다.

장시간 촬영을 속도감 있게 재생하여 나타낸 영상 자체가 시간과 공간이라는 환경이 존재하는 영역을 작가가 변형시킨 것인데 이또한 환경에 대한 인위적인 변형이라는 걸 나타내는 방법론이 아닐까 싶네여.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거의 끝부분 전까지 사람이라는 건 단순한 객체로 그려집니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시스템 속의 하나의 점에 불과하지요. 도시속 사람들의 이동하는 모습을 빠른 속도로 진행시킬 때 그것과 소시지 공장에서 소시지가 늘어선 모습을 비교하는 건 나름대로의 시니컬한 유머라는 생각이 들구요. 테크놀로지라는게 환경 뿐만이 아니라 인간 자체를 물화시키고 변형시키는데,,,그것으로 소외된 인간의 표정을 클로즈업하는건 영화 말미에서야 나옵니다. 사실, 환경이니 테크놀로지니 하는 것보다도 이 영화에서 더 큰 주제는 '삶'입니다. 인간의 삶.

인간은 테크놀로지를 통해 환경을 변화시켰지만 그건 실제로 인간을 변형시키고 소외시키는 것이었죠. 인간과 환경이란 건 분리될 수 없는 것이기에. 로켓이 폭발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균형을 상실한체 마구잡이로 달려가는 인류의 미래를 묵시론적으로 상징한 대표이미지입니다.

전 이전에 DVD를 사서 봤지만,,,실제 공연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그런 느낌과는 많이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년전의 영상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사실, 필립글라스보다 갓프리 레지오의 역량이 더 쉽게 다가옵니다.
미니멀이라는게 부분부분 들으면 오히려 지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반복적인 것 같지만 지속적으로 변형하기 때문에. 그런데 전체 다를 듣고 나면 남는 느낌은 대충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했다는 느낌입니다. 조금 막나가는 생각이 아닌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영상을 표현하는데 미니멀이라는 방법론은 너무 제한적이지 않는가 생각도 듭니다. 저 느낌으로는 속도나 음량에 의존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더더욱이 Koya에서 보여준 미니멀은 지극히 서구적 양식미에서 벗어나지 않은 쪽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정말 음악이 영상과 meet하는지도 의문시될 때가 잇구요. 다른 부분에 이 테마를 넣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물론, 정형화되고 다소 강박관념이 느껴지는 뭐 그런 주제를 반복하는 것이 Koya의 테마에는 맞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서구적 양식미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미니멀의 탈출구를 Powaqqatsi에서 제시한게 아닐까 생각도 들구요. 나눠준 자료를 보면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Powa를 다소 높게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밑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영화에 대한 서로간의 의견을 교환한 뭐 그런 것들이 있더군요. 갓프리 레지오는 이미지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자유라는 걸 강조하더군요. 관객의 다양한 생각이 투영될 수 있는.
하지만, 1시간 반동안 갓프리 레지오가 만든 영상은 부분부분이 지극히 계산적이고 각 영상에 주제의식을 염두해둔 편집증적 작품이라...상당한 부담감이 느껴집니다. 집요한 미니멀과 더불어 너무나 다양한 생각의 파편들이 오고 가기에. 이런 느낌 자체가 어찌보면 테크놀로지라는 것의 강압성같은걸 나타내는 도구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구요.

암튼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작품이 끝난 뒤 한참이 되었는데도 머리속에 무언가 정신없는
낼 보게 될 Powa는 아무래도 접근하기 훨씬 편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속도 조절등을 통한 변형이 다소 적고 음악적으로도 남반구의 다양한 비트와 타악기가 활용되니까요.
계속 횡설수설이군요. 프로그램을 빌려줘서리..좀 더 정리해서 써야되는데...걍 생각나는데로 막씁니다. 하루가 지나면 지금의 이미지들이 바뀔 것 같아서리. 역시 영화의 힘이라는게 사람을 이렇게 횡설수설하도록 정신사납게 만드는걸 보면.

아래 주소는 이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들 같은걸 모아놓은 뭐 그런 사이튼 것 같습니다.
http://www.koyaanisqatsi.org
그럼 내일을 기대하며.

아래는 프로그램에 있는 내용
호피 인디언 언어로 <균형 잃은 삶>을 뜻하는 ‘코야니스콰씨’는 필립 글라스의 영화 음악 데뷔작이자 갓프리 레지오와 함께 작업한‘삶 - 3부작’ 중 첫번째 작품이다. ‘환경과 테크놀러지의 충돌’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기술로인한 혼돈과 붕괴, 대량 생산에길들여진 현대인에게 자연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영상과 이에 대조되는 음조 중심의 코러스와 현악기의 미니멀한 선율은 묘한 집중력과 긴장감을 자아낸다. 필립 글라스 자신도 ‘음악과 영화의 전례없는 공저’라고 평가할만큼 전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이 작품은 영화에서 음악의 힘을 새롭게 정의한 영원한 컬트의 고전이 되었다. <균형을 잃은 삶>을 통해 관객들은 스스로 ‘현대의 삶’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답을 찾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1983년 초연이후 이 작품은 현대 영화의 위업으로 여겨져왔다.
이것은 영화와 음악의 전례없는 강렬한 공저이다.”
- 필립 글라스

“<균형 잃은 삶>은 무언가 세부적인것에 관한 것도 아니고 구체적인 의미나 가치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결국 이는 ‘영상화된 물체’, ‘흘러가는 시간속에 있는 물체’, ‘관객들의 판단에 달린 의미’이다. 이것이 바로
<균형 잃은 삶>의 신비로움이자 매력이다.
예술이란 자유다. 예술은 각각의 고유한 의미와 가치를 가짐으로써 관객들을 자극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내가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이런 저런 취지를 가졌을지도 모르지만 <균형 잃은 삶>이 가진 가치는 전적으로 관객들에게 달려 있음을 실감했다. 이 영화의 역할은 관객들만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을 제기하고 또한 자극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예술적 작업중에서도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이며, 의미나 주제를 미리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마주치는, 대면하는 경험들에 의해 합성되도록 하는 것이다.
내게 있어 흥미로운 것은 ‘이미 정해진 의미’가 아니라 ‘대면’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적 감각으로 말할 때 <균형 잃은 삶>은 무언가 ‘대면’의 형태로 만들어내고 싶은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균형 잃은 삶>의 힘이다.”
-갓프리 레지오

“관객들은 영화내내 조용히 앉아있더니 무제한적 기운에 대해 무서울만큼 강렬한 감정을 폭발해냈다. 필립 글라스의 음악은 강한 기운을
불러일으키며 스크린에 펼쳐진 영상과의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냈다. 갓프리 레지오의 영상은 역사상 가장 놀랍고 독창적인 사운드트랙중
하나인 음악과 더해져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The New York Times

“영상과 사운드의 눈부신 융합이다. <코야니스콰씨>는 우리 마음의 균형을 깨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한다.”
-Philadelphia Inquirer

Audience choice & Best first feature, L.A. FILMEX
Best film, SAO PAULO FILM FESTIVAL
Critics award, LISBON FILM FESTIVAL
Grand prize & Critics prize & City of Madrid award, THE MADRID FILM FESTIVAL

<균형 잃은 삶> 및 ‘삶 - 3부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www.koyaanisqatsi.org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