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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전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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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감동을 얘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젊은 베르톨루치와 로버트 드니로, 제라르 드 빠르디유가 주연을 맡았으며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맡았기에 나올 수 있는 기대치에 충분히 부응했다. 315분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특히 파시스트 아틸라의 캐릭터가 너무나 단순한 악역으로 나온 것은 확실히 옥의 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물론, 파시스트의 캐릭터마저 구축했다면 이 영화는 순응자가 가지고 있는 러닝타임을 더해야 했겠지만. 하지만, 기가 막힌 마지막 20분을 경험하고 난 후 315분은 모든 부분이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시간이었다. 20세기 초반이라는 가장 격동적이었던 40년 동안 이탈리아 한 마을의 역사를 얘기하고자하기 위해, 계급이 다른 두 친구의 애증을 얘기하기 위해, 지주와 소작농, 파시스트와 사회주의자들의 갈등을 얘기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연배우만이 아닌 지저분한 민중 하나하나의 얼굴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315분은 최소한의 시간이었다.

특히 파시스트의 방화에 검게타서 죽은 노인의 장례를 치루는 민중의 얼굴 하나하나를 떨리면서 비추는 부분 그리고 미완의 해방과 혁명이라는 큰 주제와 두 친구의 애증에 관해 정말 많은 것들을 담아내면서 마무리되는 1944년 마을광장의 풍경과 이어지는 노인의 막싸움과 어린 시절의 기억이 복기되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대단하다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에서 다소 감정의 과잉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런 과잉 자체가 파시스트에 대한 분노라는 젊은 베르톨루치의 솔직한 감정임과 동시에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이탈리아인의 삶의 자세이기도 하다.

베르톨루치의 젊은 시절 천재성을 다시 한번 확인함과 동시에 젊고 아름다운 제라르 드 빠르디유, 로버트 드니로의 다소 마른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보너스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며 베르톨루치는 탐미주의적인 좌파라는 측면에서 비스콘티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가였다. 레오파드에서 버트 랭카스터가 그랬듯이 이 작품에서 로버트 드니로는 한편으로는 베르톨루치의 자기 고민이 담겨져 있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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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Novecento, Italy, 1976, 315min)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출연: 로버트 드니로, 제라르 드 빠르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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