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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230320, KSPO

작년에 빌리 아일리시에 이어 지금 가장 따끈한 뮤지션이 내한했다. 특히 그래미의 가장 중요한 트로피로 음악성을 ‘공식’적으로 검증받은 직후에.
해리 스타일스는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재기발랄함과 영국에 뿌리를 둔 (백인)팝록 사운드로 로비 윌리엄스가 걸었던 길을 이어가고 있다. 솔로 데뷔 후 3장의 앨범으로 딱 적당한 타이밍과 적절한 수준과 충실한 수록곡을 통해 몇안되는 남성 팝스타로서 #1의 길을 가고 있을 수도 있다.
영국인으로서 딱 귀엽다고할 그 외모가 30살이 되도록 잘 성장하며 아이돌이면서 팝록뮤지션의 경계를 절묘하게 타고 있기도 하다. 아이돌 자아에 충실하면서 팬들과 교감하는 것은 성실하지도 않으면서 싸가지없는 록커들이 자리를 잃고 있는 이유와 상반될지도. 케이팝의 나라에서 팬들의 응원과 적절히 교감하는 아이돌 자아는 여러 순간 재밌었다.
영국인으로서 세계에 통했던 매카트니 같은 부드러운 음색과 70년대 믹재거의 비주얼과 무대 액션의 다수를 빌려와서 몇안되는 2020년대의 아레나 스케일의 남성 솔로 아티스트임을 확인했다.
이는, 모든 면에서 20세기 영국, 특히 앵그리영맨의 전통을 잘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폴매카트니의 음색과 믹재거의 무대매너 그리고 팝록사운드라는 유산을 21세기적으로, 철저하게 광기를 거세한 채로 만들어갔다. 물론, 앵콜 때 던진 멘트는 나쁜 아이 록커로서의 욕망이 살짝 들어나기도 했지만. 영국의 대중음악에서 광기를 거세했을 때 무엇이 남았을까? 그리고 그걸 거세안할 수는 없었을까? 이건 확실하다. 21세기를 20세기처럼 살아갈 수는 없다.

setlist
Music for a Sushi Restaurant/Golden/Adore You/Keep Driving/Daylight/Woman/Matilda/Little Freak/Satellite/Cinema/Treat People With Kindness/What Makes You Beautiful/Late Night Talking/Watermelon Sugar/Love of My Life 

* Encore:
Sign of the Times/As It Was/Kiw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