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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잭 화이트(Jack White)-20221108, 예스24라이브홀

잭 화이트는 최후의 (전통적인 의미에서) 록스타+기타히어로다. 감기는 리프를 만드는 하드블루스를 하는데 감기는 리프를 만드는 기타리스트가 잭 화이트 이후에는 그다지 없고 헤드라이너급의 아레나 스타로는 더더욱 없다. 잭화이트를 이전에 3번을 봤다. 래콘처스, 데드웨더, 잭화이트 솔로를 페스티벌에서 봤다. 하드블루스가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고 음반도 대체로 좋아하고 좋기는했는데 정말 확감겼냐하면 꼭 그건 아니었다.
최근 록을 하는 뮤지션 중 화수분인 어르신 수요를 잡는 오래된 록커가 아니라면 주류가 될 뮤지션이 그렇게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잭화이트는 다르다. 어느 페벌이건 깜짝 출연이 아니면 그냥 헤드라이너다. 어르신 수요와 인디록의 전성기인 00년대 수요에 최근 세대의 수요도 (록을 좋아하다면, 많지는 않지만) 동시에 커버할 수 있는 극소수의 아티스타다. 무엇보다도 집요할 정도로 쌓은 디스코그라피는 지금은 흔치 않은 성과라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잭화이트가 예사홀에서?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다 8만8천원? 더욱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볼트 선예매로 호들갑을 떨었지만, 알고보니 예매는 지지부진했다. 화요일 공연이란걸 쳐도 많이 지지부진했다.
그런데, 오히려 코어 팬덤이 몰리면서 이날 공연은 화끈했다. 사실, 록밴드의 제일 재밌는 공연은 아레나 밴드가 클럽에서 할 때다. 이전에 큰 페벌 무대에서와 달리 화끈한 클럽 공연같은 무대였다. 무대 자체도 스크린이 없이 커튼이 처진 무대고 밴드도 흑인2 백인2의 4인조의 단촐한 밴드였다. 다른 라이브에서 볼 수 있는 세븐 네이션스 아미의 어슬렁거리는 호랑이는 볼 수 없었지만 커튼이 처진 무대는 50,60년대 로큰롤 밴드의 극장 공연의 느낌을 줬다.
기타를 달리면서, 놀면서, 리프와 솔로를 마구 후려치는, 기타록 히어로의 전형적인 공식에 첫곡부터 충실했고 시종일관 몰아붙이고 관객은 또 시종일관 헤드뱅잉을 하는, 이것이 ‘록이다’라할만했다. 크게 2,3 종류의 기타를 수시로 바꾸면서 연주했고 각종 액션에 이래저래 정리할께 많다보니 지원하는 스탭 한명이 아주 혹사당하는 모양새. 예사홀의 작은 무대는 코어팬덤이 뿜어내는 광기어린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앨범으로는 살짝 심심할 수 있는 곡도 공연장에서의 에너지는 또 달랐다. 레드벨벳의 짐살라빔처럼. (물론, 공연이 아니더라도 짐살라빔은 좋은 노래지만). 잭화이트는 정작 소리를 정성 들어 예쁘게 내는 기타리스트는 아니었다. 그 대신 야구장 간 얘기를 한 잠깐을 제외하자면 두 시간을 쉴새없이 후려치는 다양한 에너지에 장점이 있었다. 잭 화이트가 에릭클랩튼은 아니지만, (공연 직전 벨벳언더그라운드에서 공연의 인트로인 MC5에서 세례받은 것처럼) 잭화이트에게 하드블루스외에 또 다른 음악적 축이 있다.
어제 찾은 야구장에서의 응원처럼, 한국팬들의 집요한 에너지는 작은 무대일지라도 잭화이트에게 꽤 신선한 듯 했다. 셋리스트는 올해 다른 공연과 대체로 비슷했지만 삘받아서 기타솔로를 조금씩 길게했다. 스마트폰을 혐오하는 구식 아티스트지만, 그러기에 최후의 기타히어로 록스타로 여전한 희소성을 가진다.

photo from: Jackwhiteiii.com



셋리스트
 • Taking Me Back
• Fear of the Dawn
• Dead Leaves and the Dirty Ground
• The White Raven
• I Cut Like a Buffalo
• Love Interruption
• Love Is Selfish
• Hotel Yorba
• Cannon
• That Black Bat Licorice
• Blue Orchid
• A Tip From You to Me
• Lazaretto
• You Don't Understand Me
• We're Going to Be Friends
• If I Die Tomorrow
• Fell in Love With a Girl
• Freedom at 21
• Ball and Biscuit

Encore:
• Steady, as She Goes
• The Hardest Button to Button
• Missing Pieces
• Hi-De-Ho
• Seven Nation Ar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