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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한국vs호주-20090905, 상암

연습 시 2:1에 대한 슈팅 장면에서 모든 선수들이 파포스트쪽으로 박아넣는 호주의 결정력은 인상적이었다. 중원에서는 투박하지만 피지컬로 좋은 포지셔닝을 한 후 정확하게 골문을 향하는 결정을 보일 것이 예상되었다. 반면, 한국의 훈련은 정확도는 떨어졌지만 피니쉬에서 창의력을 보다 중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경기가 시작하자 한국은 경기를 장악했다. 장악력의 원동력은 밸런스였다. 파워풀한 센터백, 오버래핑 능력이 있는 풀백, 측면돌파와 접고 들어오는 것도 잘하는 윙어조합, 장악력과 긴패스의 중원 조합, 빅앤 스몰의 포워드 조합. 442의 전형성을 가지면서도 다양하고 역동적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조합으로 이 정도의 밸런스를 가진게 도대체 몇년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논란이 된 이동국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공헌을 했다. 두껍고 파워풀한 상대수비진을 제공권과 피지컬로 충분히 깨부수었고 그로 인해 창의력의 공간이 생겼다. 부드럽고 안정적이지만 다양한 팀플레이로 경기를 장악할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예가 이번 경기의 전반전이었다.

반면, 후반전 교체 이후 팀밸런스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이동국의 빅포워드로서의 능력과 기성용의 롱패스와 김정우의 수비 및 운영능력이라는 조합은 경기를 장악하는데도 결정적이었고 조원희, 설기현, 염기훈의 투입은 그만큼의 재미를 보지 못했고 박지성이 중앙으로 간 이후 상대방의 역습 패스는 효과적으로 제어되지 못했다. 사실, 김남일, 조원희의 터프한 경기운영은 장악하기보다 가장 치명적인 셋피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수비도 나쁘진 않았지만 거의 비슷한 장면에서 실점했고 실점할 뻔한 셋피스는 확실히 뭔가 보안해야할 부분이 있음을 보여줬다. 셋피스 시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로 들소같이 달려드는 상대공격수를 어떻게 제압해야하는지에 대한 수비전술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반면, 세골이라는 득점력도 만족스럽지만 득점의 루트는 더더욱 매력적이다. 상대를 압박한 후, 공간침투로 넣은 선제골, 창의적인 셋피스, 번개같은 속공, 크로스에 의한 헤딩골. 단단한 유럽팀을 상대로도 충분히 공격을 풀어갈 수 있을 수준에 올라와있음을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 허정무의 남아공은 8년전과 같이 큰 기쁨을 줄 준비를 착실히 해가고 있음을 확인해 기분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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