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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펜타포트 2022, 2일차

우효
재패니스 브랙퍼스트(Japanese Breakfast)
새소년
크랙 클라우드(Crack Cloud)
데프헤븐(DeafHeaven)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

코로나 시국에 3일 다갈 수는 없었는데 마침 토요일 라인업이 딱 좋았다. 해외 라인업도 국내 라인업도. 해외 라인업에 안본 새로운 뮤지션은 크랙 클라우드 하나 뿐이었지만 성장의 결과물을 볼 수 있어 페벌 고생이 아깝지 않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실 해서웨이, 실리카켈, 이랑, 비비도 꽤 보고 싶었지만 일정 상 체력 상 어려워서 우효부터.


우효는 카페에서 우연히 들은 민들레의 신스 후렴구에 꽂혀서 꼭 듣고 싶었다. 페벌용 밴드 사운드를 준비했은데 이 뮤지션의 장점은 과시적이지 않은 보컬로 사운드의 맛을 느낄 여백이 있다는 점. 그런데 우효의 남자밴드엔 기타가 이능룡?


재패니스 브랙퍼스트는 그래미에도 초대되었고 피치포크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였는데 러닝타임 더 있어도 되지 않았을까. 포크와 드림팝이 터치된 미국 인디록의 전형이면서 반쪽이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곡에 담아내면서 특이한 위치를 담당한다. 엄마에 대한 다소 짧은 앨범에서 Jubilee라는 풀렝스 앨범의 성공으로 사운드의 레파토리가 다양해졌다. 그걸 하나 둘씩 펼칠 때 엄마의 나라에서 페벌 무대를 가지는 희열, 황소윤과 최근 발표곡을 할 때의 활기, 엄마의 기억을 회상할 때의 눈물을 흘리는 짠함 그리고 맹렬히 돌진하는 마무리까지 희노애락을 담았다. 초반부 국내 주류(쪽수) 팬들의 성향으로는 다소 난해하게 들렸을지도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 깊은 인장을 남겼다. 살짝 멀리 있기에 깊어지는 감정이란 아이러니. 그래미와 피치포크의 아티스트이면서 홍대형? 인디밴드에서 아레나 그룹으로의 성장. 그리고 공연은 그런 성장을 담은 스토리가 있다. 공연과 페스티벌은 그 스토리로 공감하는 자리. 첫 공연이 사랑하는 이모 앞에서 선보인 첫 '모'국에서의 공연이라면 이날은 성장한 뮤지션을 보여줬다.


새소년은 이 팀에 기대했던 사운드보다 인트로에서부터 굉장히 하드했다. 생각보다 스트레이트한 록사운드 전형이었고 황소윤은 록스타 그 자체였다. 누가 봐도 반할 멋이 있었고 오랜 해외 활동의 짬빠가 이런 것이다 싶은 부분. 관객들은 큰 원을 그리며 화답했고 난 코로나의 공포에 떨었다. 탁월한 록커로의 멋이 곡의 맛을 넘어서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의 지속적은 곡작업으로 채워나갔으면 한다.


이전에 본적 없는 해외팀, 크랙 클라우드. 앨범 듣고 괜찮네하긴 했지만 공연이 훨 괜찮았다. 페벌에 빠져서는 안될 미친X 담당. 크라우트락과 자파처럼 무질서한 에너지의 정합으로 발산하는 에너지는 상당했다. 하나둘 웃통까고 하는 저스틴 비버국민의 미친 짓은 이 시간대 수혈되어야할 페벌 필수코스였다. 잘보면 미친 짓은 안씻은 제이크 질렌할 닮은 키보드 보컬이 다수 지분이었고 나머지는 정교한 비트에 충실했다.


블랙게이즈라는 시도를 통해 슈게이즈, 블랙, 스크림ㅎ같은 끝에 다다른 하드한 록의 장르를 결합해서 길을 제시한 소수에겐 최고의 밴드, 데프헤븐. 스크림을 절제했던 최근 앨범과 이전 앨범을 적당히 섞어서 연주했다. 덥다고 웃통깐 전팀에 비하면 멀쩡한 고시생 차림이었고 미역줄거리 자르고 나온 조지의 단정함과 최근 앨범 위주의 초반 셋리스트와 더불어 오히려 단정하게 보였다. 그런데 'Brought to the Water'를 할 때 거짓말처럼 빗물이 쏟아졌다. 마치 트라비스의 빗노래 부를 때 비가 쏟아지듯이. 미셸의 엄마와 함께 페벌의 마법같은 순간. 조지는 비를 즐겨라했고. 물론, 나는 코로나 감염의 공포가 더컸지만. 그리고 곡이 끝나자마자 비가 그치는 또 하나의 마법이.


헤드라이너 뱀파이어 위켄드. 이 팀에 대한 인상은 성실한 콜럼비아 대학 출신의 너드 밴드. 성실하고 귀여운 밴드지만 과연 헤드라이너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맞는 팀일까 의구심이 들기도. 그런데 야외 페스티벌에서 비는 흥미로운 촉매제 역할을 한다. 비가 쏟아질 때 뭔가 쏟아붇는 감정이 끓어오른가면 비가 그치면 정돈되고 청명한 사운드가 나온다. 하드 블루스의 솔로나 헤비한 드럼비트가 없이도 아프리칸 비트가 색다른 입체감으로 귀의 포만감을 채우고 그들만의 컨샙추얼한 영상이 전통적인 아레나의 치트키없이도 꽉찬 들거움을 선물했다. 그리고 몇년전에 튜어에 참여한 브라이언 로버트 존스는 가끔씩 쓰는 블루지한 기타 솔로라는 치트키를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효과적으로 썼다. 그리고, 케이팝 응원법의 국민다운 적시적소에 꽂히는 관객들의 율동과 칠흙같은 어둠에 휴대폰 플래시를 활용한 응원에 다음 앨범 전 마지막 공연을 한 뱀파이어 위켄드도 최고의 공연이었고 왜 10년이 지나서 다시 왔을까하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런데, 10년이나 지났다니.. 성실한 이 팀은 성실한만큼의 성장으로 헤드라이너급에 걸맞은 팀으로 돌아왔다. 1집을 넘는 신선함은 없지만 대다수의 밴드는 이런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다. 같은 시점에 나와 탁월한 천재성을 보였던 ㅇㅈㅇㅌ를 샹각해보라. 이팀은 어쩌면 폴사이몬같은 아티스트가 될지도.

좋은점:
좋은 라인업의 기대 이상 좋은 음악
국내 해외 아티스트의 밸런스
토요일에 집중적으로 좋은 라인업
군더더기없는 운영

별로쓰:
남녀 화장실의 개수가 비슷하면 안되죠
가끔씩 뿌리는 물은 신나긴한데 코로나..
더워서 이해는 가는데 마스크 벗고 돌아다니는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