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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자라섬재즈페스티벌, 2일차-20121013

이보다 더 훌륭하긴 어렵다. 한국 내 정말 큰 지명도가 있는 팀들은 아니지만 음악적 수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훌륭했다. 그래서일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메인스테이지인 재즈 아일랜드에 출연하는 12팀은 모두 한시간씩 부여 받았다. 어떤 페스티벌도 드문 케이스. 보통, 헤드라이너에 접근할수록 많은 공연시간이 있다. 이는 결국, 라인업을 채우는 뮤지션의 음악에 대한 자신감임과 동시에, 모든 아티스트를 같이 존중하는 페스티벌의 지향점이 나타난 것이 아닐까. 너무나 훌륭했는데, 한국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한국팀이 금요일 오프닝 딱 한팀이라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라섬의 주최측은 한국 재즈에 대한 애착도 남다른데.

라인업의 배치 역시 기막혔다. 처음 2팀은 유럽팀이며 다음 2팀은 미국팀이었고 유럽 두팀은 폴란드와 파리 베이스의 팀이라는 점. 그리고 3팀을 통해 퀄텟의 다양한 지향점을 보여주다가 빅밴드로 마무리하는 것 역시.

오늘 공연을 시작하는 폴란드 출신의 Maciej Obara Quartet은 오넷 콜멘식 프리재즈의 세례를 받은 것처럼 보이나 해질녁의 분위기와 기막히게 어울렸다. 이어지는 Daniel Humair Quartet Reunion은 다양한 유럽의 문화의 중심, 파리의 특징에 따라 어코디언과 알토/소프라노의 고음역 색소폰이 어우러지면서 집시나 써커스 등 이국적인 기운이 감돌다 공연 후반 폭발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무드 재즈의 역사 Jeff Lorber Fusion. 사실, 퓨전이라는 단어는 식상하고 필요 이상 기교의 과시라는 인상이 있다. 하지만 이 팀의 공연은 입을 다물게 했다. 아니 벌어지게 했다. 공연 시간 내내 모든 관객을 예외없이 기분좋게 하는 속도감을 유지했다. 각 멤버들이 훌륭한 솔로로(특히 드러머의 스틱 돌리기 신공) 사람들을 즐겁게 했으나 이 역시 공연의 속도감을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유지했다. 대체로 과시적이기 보다 사람의 귀를 즐겁게하는 숨겨진 기교가 상당했으며 공연이 끝나자 모두가 기립했고 이어지는 앵콜은 자연스럽게 스탠딩으로 진행되었다.

제프 로버 퓨전이 타이트하게 적절한 속도감이었다면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는 여유와 유머로 가득찼다. 각 뛰어난 연주자들이 돌아가면서 솔로를 했지만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는 원곡의 탁월한 해석에 주력했고 곡의 부분부분은 기분좋게 창의적 영감과 사운드로 충만했다. 심지어 딱 한번 나온 보컬마저도 너무나 훌륭했다. 


이날은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사운드도 청명했고 날씨도 좋았다. 추위 정도는 9년의 전통으로 모든 이들이 만반의 대비를. 푸드코트는 정갈했고 바가지는 없었으며 화장실은 남녀비가 적절히 유지되었다. 모든 진입로와 무대는 단정하게 정리되었고 많은 작은 즐거움을 주었다. 셔틀과 열차로 구성된 교통 역시 충분히 편리했으며 관객들의 매너도 깔끔했다. 외국 최고의 페스티벌에도 뒤지지 않는 훌륭한 페스티벌이 한국에도 있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