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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루퍼스 웨인라이트-20130216, Ax



루퍼스 웨인라이트는 동시대 독보적인 싱어송라이터다. 예술은 하는 수많은 뮤지션이 있지만 그 와중에 루퍼스처럼 반짝이는 선율을 만들어내는 아트팝을 하는 싱어송라이터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사운드가 떨어지지 않는다. 음악 가족 출신의 루퍼스 웨인라이트는 틴팬앨리, 캬바레, 스윙, 로큰롤등 미국 음악의 자양분을 고르게 흡수하여 무겁지 않고 팝적이지만 섬세한 사운드 역시 장점이다. 이번 내한 공연 역시 밴드셋이 아니라 솔로셋이란 얘기를 들었을 때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Release the Star 발매 후 투어에서 브라스와 스트링이 추가된 10인조 이상의 밴드도 좋고 주디 갈란드를 해석한 오케스트라 역시도 괜찮았기에. 루퍼스처럼 곡의 특징에 민감한 뮤지션은 당연히 밴드가 아니면 맛이 없는 곡은 할 리가 없었다. 14th Street, April Fool, Release the Star 그리고 마크 론스과의 시너지가 극대화된 Bitter Tears 같은 곡은 이번에도 연주되지 않았다. 루퍼스가 던진 마크 론슨과 작업한 지난 앨범의 대단한 성공으로 밴드와 함께 올 수 없었다는 얘기는 스스로 농담이라고 확인한 것과 반대로 뼈가 있는 얘기였다-강남스타일, 강강스타일,게이게이스타일.. 


하지만, 피아노나 기타 한대로만 공연했을 때의 매력도 있었다. 곡, 노래 그 자체에 집중하고 그리고 뮤지션의 속살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공연이기도 하다. 많은 좋은 곡이 연주되지 않았지만(심지어 Gay Mesiah 역시 연주되지 않았다!) Art Teachers로 시작해서 90분 동안 진행된 곡은 하나하나가 훌륭함을 세삼 실감하게 했고 지난 10여년 가장 좋은 노래를 작곡한 이라는 것은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여유롭게 연주했지만 피아노의 터치와 보컬의 강약 조절로 곡의 콘트라스트를 조절하는 능력 역시 루퍼스의 내공이었다. 또한, 루퍼스의 장점은 슬픈 곡에서조차 유머를 녹아낸다는 점이다. 튜어 중에 구한 헬로 키티가 그려진 기타로 한곡을 연주하며 장난기를 보였다. 그래도 예외가 있었는데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강점을 담은 Lulu 앨범은 정말 진지했고 조용하게 감정을 공유하는 관객들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루퍼스의 곡이 자신의 표현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의 죽음을 담아낸 Lulu 앨범이 그랬고 어머니의 죽음 이후 레너드 코헨의 딸, 로르카 코헨과 사이에서 낳은 딸에 대한 노래인 Montauk이 연주되었으며 같이 투어를 돌기도한 여동생 마르싸에 대한 노래가 있었고 대단한 기타리스트, 라우던 웨인라이트로 인한 자신에 대한 채찍질을 얘기했고 제프 버클리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다. 루퍼스는 예민한 자신의 자아를 (가끔은 다소 과하게도 보일 정도로) 벌거벗은 채 음악으로 드러낸다. 동시대 정말 귀한 뮤지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