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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땅밑에서

시규어 로스-20130519, 체조

사실 이번이 Sigur Ros 4번째, 욘시 2번째. 새로울 것은 없었다. 특히 작년 공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스트링 3, 브라스 3을 포함한 11인조 밴드와 비주얼이 그대로 한국에서 재현되었다는 것. 솔직히 어쿠스틱 셋이나 솔로 등등 여러가지 핑계로 사실 저렴하게 찾는 곳이 한국이기 때문에 상당히 다행이었다. 매진은 아니었고 좌석은 꽤 많이 비는 편이었지만 이번 연휴에 몰린 공연을 생각하면 선방한 편이었다. 수요를 생각하자면 여름에 참사가 여럿 나올 것 같다는 생각도.

매번 볼 때마다 확신하는 바지만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지역적 특성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헤이마에 나온 것처럼 카톨릭 음악의 전통이 비트보다는 브라스나 성가대의 플로우가 중요한 음악. 20세기말 갑툭튀의 전형적인 음악 중 하나고 그만큼 그 누구와도 다른 특이한 음악이지만 그 역시 지역적 특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 브라스와 스트링의 의존도만큼이나 비트를 제거한 노랫말이나 피킹 대신 활을 이용하는 기타 연주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런 방법론을 넘어서는 시규어 로스의 장점 중 하나는 서두르지 않는다는데 있다. 숲, 산, 물, 물속을 헤엄치는 사람, 생과 소멸 그리고 얼굴에 주목하는 비주얼한 노출은 최대한 절제하고 느리게 진행되는만큼 감정적 깊이가 깊어진다. 비트로 사람들을 쉽게 흥분시키려 하지 않는다. 천천히 피치를 올리다 공격적인 비트로 몰아붙일 때 관객들은 미치게 된다. 

2000장만 팔았으면 좋겠다고 시작한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단단하고 거대한 팬덤을 형성했다. 어느 곳이나 서브 스테이지의 헤드나 헤드라이너 바로 앞 뒤로 놓인다. 그리고 지지층의 단단함은 헤드라이너 이상이다. 시규어 로스같은 음악으로 낼 수 있는 최고의 성공이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