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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송골매-220912, 체조

록은 이제 노인의 음악이다. 노인들이 수십년 전 음악으로 튜어도는게 돈을 제일 많이 벌고, 최근에 나올수록 상업적 파괴력은 떨어진다. 물론, 이건 영어권의 이야기다. 한국이란 곳은 그다지 연속성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얘기가 많이 다르다.
송골매는 과소평가받았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록밴드를 꼽을 때 산울림 다음 정도로 들어가야하지 않을까? 한국에서 록을 한다면 딥퍼플에서 메탈리카에 이르는 쎈 음악을 해야하고 조용필처럼 록베이스더라도 록이라는 것을 내세우지 않아야 많이 팔릴 수 밖에 없는 사회환경이었다. 이 지점에는 딥퍼플을 카피하면서 성장한 송골매같은 팀의 책임도 있다. 록=쎈음악. 정작 송골매는 성공적인 팝록의 그룹사운드를 했고 오늘 상당히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구창모의 보컬, 배철수까지 3대의 기타(가끔 구창모가 기타를 들면 4대까지도), 3대의 건반, 1씩의 드럼, 베이스, 2명의 코러스까지 11인조 밴드에서는 기타와 건반으로 꽉찬 그룹사운드를 들려줬다. 3대의 기타와 3대의 건반이 핵심인데, 배철수는 꾸준하게 리듬만 쳤고 나머지 2명의 기타가 스트레이트한 하드록과 블루지한 연주자로 균형을 맞추었고 건반도 비슷하게 다른 성향의 연주자로 1+1+1=3의 전략을 취했다. 그래서 팝록을 베이스로 델타블루스나 포크, 하드록, 로큰롤, 발라드 등 다양한 사운드를 들려주었지만 특별히 빈 부분이 없었다. 밴드는 안하지 오래되었지만 음악과 늘 함께한 배철수의 짬빠, 인맥빨이 아닐까 싶기도.
그리고 보통 체조에서 사운드로 좋은 기억이 없는데, 너무 좋았다. 모든 공연이 딱 이 정도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아마도 리뉴얼빨+충분한 준비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무대 장치도 음악 공연장으로 튜닝이 되어있었는데 1층과 2층 사이 전체를 휘두르는 LCD스크린과 더불어 선명한 명암과 컨트라스트의 스크린, 그리고 지붕에서 내려온 스크린까지 모두가 공연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고 높이를 조절하면서 좌석까지 전진할 수 있는 스테이지도 참 효과적이었다(송골매 쪽에서 준비한게 아니라 공연장 자체 설비같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이 정도면 어디 부러울 것 없는 좋은 공연장의 경험이었다.
송골매와 구창모가 참 좋은 히트곡이 많다 싶었고 좀 덜알려진 실험적인 곡까지 좋은 레파토리를 최상의 사운드로 들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구창모의 외모와 보컬 상태가 아주 좋았다. 카자흐스탄에서 퇴근 후 노래방에서 울면서 노래한 것을 얘기를 했듯이 록스타나 관리된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았지만 15살 정도는 젊어보이는 50대초반의 얼굴의 동안이었고 그만큼 맑은 미성과 충분한 파워를 선보였다.
음악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그럼에도 멘트가 너무 많았다. 어제와 똑같은 셋리스트를 진행하는데 보통 3곡 정도 부르다가 계속 멘트. 50대를 충분히 넘어설 관객층을 생각한다면 트로트 무대와 비슷한 만담쇼가 맞는 선택이고 그게 송골매 측에 요구된 부분이기도 하지만.. 난 좀 힘들었다. 배철수 임진모의 만담쇼야 재밌지만 80년대 얘기 계속 듣는거 가오에 맞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층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괜찮은 선택이었다. 어떻게 보면 음악이 충분히 동시대적으로도 쿨했기 때문에 가오 안잡히는게 아쉬울 정도.
시크하게 리듬기타만 치는 배철수가 배철수스러웠다면 구창모는 노래에서는 귀감이 될 수준이었지만 무대액션은 역시 고연령 타겟이라 가오잡기에는 아쉬운 정도. 그래도 거의 40년만의 재결성 무대는 나마저도 울컥하게하는 힘이 있었고 체조경기장의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록음악이 노인의 음악인데 할아버지의 음악인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여성 관객이 더 많아 보였다. 장르 구분없이 문화소비를 리드하는 것은 여성이고 생산도 리드하지 않을까.
송골매란 인정받아야할 전설만큼이나 한국에서 공연을 보고 음악을 듣는다는 경험의 수준이 올라갔음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셋리스트 출처(11일 공연과 동일) : https://twitter.com/gyelangimbab/status/1569215775998898176?s=46&t=YXqPEI5h9-2XoUHtEc0XZg

트위터에서 즐기는 송골매🦅구창모

“2022. 9. 11.(일) KSPO DOME 송골매 콘서트 '열망' 셋리스트 수정본 공연시간 19:00~21:40(2시간 40분) +유튜브 음원 모은 플레이리스트 https://t.co/PRDYuu3BZ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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